18. 판타스틱 4(Fantastic four)

2005년 개봉한 동명영화의 리메이크 버전입니다. 제이미 벨이 눈에 띄는군요. 개봉일은 8월 7일입니다.


19. 에베레스트(Everest)

제이크 질렌할과 키이라 나이틀리, 로빈 라이트, 조쉬 브롤린이 주연하는 영화입니다. 1996년 8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에베레스트 원정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재난영화라고 합니다. 심지어 3D입니다. 개봉예정일이 9월 18일이라고 하네요.


20. 더 비지트(The Visit)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연출하는 영화입니다. 장기인 스릴러입니다. <식스 센스 Six Sense> 이후 '반전'에 너무 매몰돼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 영화는 그러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발요. 개봉일이 밀리고 밀려 9월 25일로 예정됐습니다.


21. 크림슨 픽(Crimson Peak)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또 공포영화를 만들었습니다. [Variety]는 10월 13일에 개봉하는 이 영화에 대해 "완벽한 할로윈 타이틀"이 돼야 한다며 압박하네요. 한때 '잘생김을 연기'하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이 영화의 주연으로 발탁됐다는 찌라시가 있었습니다만, 현실은 톰 히들스턴이라는. <스토커 Stoker>의 여주인공이었던 미아 와시코브스카도 나오는군요. 


22. 제목미정

제목도 안 정해진 영화는 누가 만드는 걸까요?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입니다.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스릴러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네요. 10월 16일 개봉예정이라고 합니다.


23. 침묵(Silence)

70살이 훨씬 넘은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입니다. 외국을 배경으로 하는 첫번째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의 문학가 엔도 슈사쿠의 '침묵'이 원작으로, 17세기 일본을 배경으로 두명의 신부가 당하는 폭력과 박해를 다뤘다고 합니다. 리암 니슨과 앤드류 가필드가 주연을 맡았고, 와타나베 켄, 이세이 오가타 등 일본 배우들도 당연히(?) 나옵니다. 11월 개봉이라고 합니다. 


24. 007 제24탄 스펙터(Spectre)

스물 네번째 007 시리즈입니다. 여전히 감독은 샘 멘데즈, 주연은 다니엘 크레이그가 맡았습니다. 그리고 연기라면 도가 튼 크리스토퍼 발츠, 랄프 파인즈가 나온다네요. 본드걸은 아니지만 모니카 벨루치가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봐야 겠습니다. 이번 편의 본드걸은 레아 세이두입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그 레아 세이두입니다. 11월 6일이 개봉일이라네요.


25. 헤이트풀 에이트(The Hateful Eight)

"딱 열편만 찍고 은퇴"할거라던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입니다(쿠엔틴 타란티노 - 난 딱 10편만 찍을거야, 2014.11.19). 다른 포스터를 보면 마차가 지나간 길에 빨간색이 흥건한 걸로 봐서, 이번에도 아주 작정하고 피로 도배를 할 것 같습니다. 남북전쟁 후 서부가 배경이라고 합니다. 채닝 테이텀, 사무엘 젝슨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11월 13일에 개봉할 예정입니다.


26. 헝거 게임: 모킹제이 Part 2 (The Hunger Game: Mockingjay - Part 2)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11월 20일 개봉예정이라고 합니다.


27. 굿 다이노서(The Good Dinosaur)

원래 2014년에 개봉할 예정으로 제작되고 있었는데요. 중간에 감독이 바뀌면서 1년이나 늦게 개봉하게 됐습니다. 역시 픽사의 작품이구요. 스틸컷과 소개된 약간의 스토리를 보니, 왜 자꾸 '둘리'가 생각나는 걸까요?


28. 화성인(Martian)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맷 데이먼과 함께 만든 SF 영화입니다. 11월 25일이 개봉 예정일입니다.


29.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Star Wars: Episode 7 - The Force Awaken)

드디어 스타워즈를 올해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스타워즈 6 - 제다이의 귀환> 이후 과거로 돌아갔던 시리즈가 다시 현재로 돌아옵니다. 30여년 만이네요. 12월 18일에 전미 개봉한다고 합니다.


30. 시스터즈(Sisters)

이 코미디 영화의 예전 제목은 <The Nest>였습니다만 바뀌었나 봅니다. 부모가 떨어져 살던 두 자매를 불러들여 집을 팔기 위해 방을 치우게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티나 페이와 에이미 폴러가 자매 역할을 맡았습니다. 마야 루돌프가 자매의 어린 시절 친구 역할을 맡았는데요. 특이한 것은 영화에 출연하는 세 명의 여배우들 모두 미국 SNL 크루라는 사실입니다. 12월 18일 개봉합니다.


31. 미션 임파서블 5(Mission Impossible 5)

친절한 톰 아저씨와 제레미 레너가 함께 하는 <미션 임파서블 5>가 12월 25일 개봉합니다. <잭 리처>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맥쿼리가 감독을 맡았다는데요. 브라이언 드 팔마의 <미션 임파서블> 같은 뛰어난 에피소드가 시리즈 내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32. 조이(Joy)

데이비드 O. 러셀 감독, 제니퍼 로렌스,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 니로까지. <실버 라이닝 플레이북>의 히어로들이 다시 뭉친 영화입니다. 롱 아일랜드의 싱글맘이 우여곡절 끝에 성공한 기업가가 된다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여류 발명가이자 기업가 조이 만가노의 전기 영화라고 하는데요. 일각에서는 제니퍼 로렌스가 아카데미를 또 다시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아~~~주 신빙성이 높은 이야기지만요. 딱 맞춰 올 크리스마스에 개봉한다네요.


33. 더 레버넌트(The Revenant)

마이클 푼케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미국 서부 야생에서 회색 곰의 습격을 받은 사냥꾼이 부상당한 자신을 처참히 버린 일행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에 디 카프리오, 톰 하디가 주연이라면 뭐...봐야죠. 역변했던 디 카프리오가 얼마나 변했는지도 확인할 겸요. 이것도 크리스마스 개봉입니다. 박터지겠군요. 




2014년의 마지막날인 31일(이하 미국 현지시각), [Variety]는 2015년 가장 기대되는 영화 편을 스틸컷과 함께 간단히 소개했습니다. 마틴 스콜세지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이 눈에 띄는군요. 미국 영화나 시리즈물, 블록버스터 등 이미 개봉 예정일이 공개된 영화들을 소개하는데 그쳐서 조금 아쉽긴 합니다.


1.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ay)

이 영화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포스팅한 적이 있기 때문에 따로 상세히 설명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내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이란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2. 쥬피터 어센딩(Jupiter Ascending)

워쇼스키 남매의 영화입니다. 밀라 쿠니스와 채닝 테이텀 등 헐리우드에서 핫한 배우들이 출연합니다. 게다가 배두나까지!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이은 SF 영화입니다. 작년 여름에 개봉 예정이었는데 영화촬영이 지체되면서 개봉일도 해를 넘겼습니다. 영화를 통해 또 어떤 어려운 철학을 말할 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옵니다.


3. 신데렐라(Cinderella)

디즈니가 <신데렐라>를 실사로 만들었습니다. 주연인 신데렐라 역은 릴리 제임스가 맡았습니다. 엠마왓슨이 고사했죠. 계모는 케이트 블란쳇이고, 헬레나 본햄 카터도 나옵니다. 왕자는 리처드 매든이 맡았다고 합니다. <토르>,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등을 감독했던 케네스 브래너가 연출했다고 합니다. 그가 연출하는 디즈니 영화라... 어떤 톤이 될지 감이 안 잡히긴 합니다. 3월 13일 개봉이라는군요.


4. 인서전트(Insurgent)

동명소설이 원작이었던 <다이버전트 Divergent>의 후속작입니다. 정말 별로였던 영화였는데 후속작이 벌써 3월 20일에 개봉한다고 합니다. 주연은 쉐일린 우들리, 테오 제임스로 변함이 없습니다. <안녕, 헤이즐 The Fault in Our Stars>의 그 쉐일린 우들리입니다. 딱히 영화가 끌리진 않는데 제가 좋아하는 나오미 왓츠가 나온다고 해서...이걸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5. 분노의 질주: 더 세븐(Furious 7)

주연배우였던 폴 워커의 갑작스런 사고사로 제작 자체가 연기됐었던 <분노의 질주: 더 세븐 Furious 7>입니다. 폴 워커의 모습이 CG와 대역으로 다시 살아나 영화에 나온다고 합니다. 4월 3일 개봉입니다.


6.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Avengers: Age of Ultron)

긴 말 필요없는 영화입니다. 미국에서는 5월 1일 개봉이라고 합니다. 


7. 피치 퍼펙트 2(Pitch Perfect 2)

[Variety]조차 '매우 기대되는 후속작'이라고 소개하고 있네요. 전편이었던 <피치 퍼펙트 Pitch Perfect>의 전세계 수익(1억 달러)이 짭짤했는지 후속편도 만들었네요. 1편에서 조연으로 나왔던 엘리자베스 뱅크스가 이번엔 아예 연출을 맡았습니다. 5월 15일 개봉입니다.


8.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Mad Max: Fury Road)

<매드 맥스> 시리즈의 감독인 조지 밀러가 연출하는 네번째 <매드 맥스>입니다. 톰 하디, 샤를리즈 테론, 니콜라스 홀트 같은 좋은 배우들이 함께 했습니다. 5월 15일 개봉이군요. 어렸을 때 봤던 <매드 맥스>의 충격적인 영상을 4편에서도 볼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9. 투모로우랜드(Tomorrowland)

디즈니가 만든 SF입니다. <인크레더블 Incredable>, <라따뚜이> 등을 연출한 브래드 버드가 감독입니다. 공개된 티저 영상을 봤는데요. 일단 디즈니에 낚였다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조지 클루니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더더욱. 5월 22일 전미 개봉입니다.


10. 안투라지(Entourage)

시즌 8까지 방송된 미국 드라마의 극장판입니다. 본 사람들에 따르면 남성판 <Sex and The City>라는데, 남자들한테 참 좋다던데, 저는 이 미드를 안 봐서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미드 출연진들이 그대로 나온다고 합니다. 6월 5일 개봉이구요. 그런데....할리 조엘 오스먼트가 나온다고??


11. 쥬라기 월드(Jurassic World)

22년만에 나온 <쥬라기 공원>의 후속편입니다. 포브스(Fobes)가 선정한 '2014년 최고 흥행수입 배우' 2위에 빛나는 크리스 프랫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6월 12일 개봉입니다.


12.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몬스터 주식회사 Monster University>이후 2년만에 픽사(Pixar)가 내놓은 애니메이션입니다. 사춘기 소녀의 심리세계가 주제라고 하는데요. 짐작이 잘 안 갑니다. 그래도 픽사니까 봐야 하는걸까요? 6월 19일 개봉입니다.


13. 테드 2(Ted 2)

세스 맥팔레인 감독의 <테드 Ted> 후속편입니다. 이번에도 마크 월버그가 테드(목소리: 세스 맥팔레인)와 함께 합니다. 그리고 리암 니슨, 아만다 사이프리드, 모건 프리먼도 나옵니다. 6월 26일에 개봉합니다.


14. 터미네이터 제네시스(Terminator: Genisys)

내일 모레 70살인 아놀드 슈워츠제네거 옹이 터미네이터로서 마지막 열정을 불태웁니다. 저도 꼭 보고 싶었는데 '그 놈' 때문에 접었습니다. 액체인간 T-1000 역에 나오는 '뵨'때문이죠...전미 개봉일은 7월 1일입니다.


15. 미니언즈(Minions)

<슈퍼배드 Despicable Me> 시리즈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실겁니다. 이 미니언들을. 영화는 미니언들을 위한 스핀오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드라 블록과 마이클 키튼이 주인공 목소리를 맡았습니다. 7월 10일에 개봉합니다. 참고로 <슈퍼배드 3 Despicable Me 3>은 2017년 개봉예정이라고 하네요.


16. 앤트-맨(Ant Man)

마블의 히어로인 앤트 맨이 드디어 영화 데뷔를 합니다. 7월 17일 이후, 어벤저스에 합류할 새로운 히어로가 될 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17. 트레인렉(Trainwreck)

바닥인생을 살던 사람의 인생역전을 그린 코미디 영화라는데요. 평범한 영웅을 좋아하는 미국인의 취향에 적합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7월 17일 개봉입니다.


나머지 17편을 이어서 소개합니다. 



▲ 사진출처 : 씨네21


2014년 마지막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새로운 영화진흥위원장을 내정했습니다. 김의식 위원장은 작년 3월로 공식적인 임기가 끝났는데요. 후임자가 내정될 때까지 9개월간 임시로 위원장직을 계속해왔습니다. 미루고 미루다 12월 31일에야 임명한거죠. 왜 이렇게 미뤄진걸까요?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6월에 영진위의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두 명의 후보를 문체부에 추천했는데요. 7월에는 정성근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유진룡 전 장관이 면직되면서 결정이 미뤄지고 말았습니다. 8월에 취임한 김종덕 문체부 장관도 여전히 영진위 위원장을 임명하지 않았습니다. 영화제작가협회 등 영화관련 단체들은 두 후보를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반대 성명도 발표했죠. 그러자 문체부도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졌는지, 올해 안에는 결정하겠다는 발언을 계속해오면서도 임명을 차일피일 미뤄왔습니다. 임추위에서 공모와 재공모 등 4차례에 걸쳐 추천한 후보를 모두 '적임자가 아니다'라며 탈락시켰죠. 그러던 지난 24일, 임추위가 면접을 통해 두 명의 새로운 후보를 추천하게 됩니다. 서강대 영상대학원장 김학순 교수와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김세훈 교수입니다. 추천 일주일만인 31일에 김세훈 교수를 영진위원장으로 임명하게 됩니다. 


여기서 짚어볼 문제가 있습니다. 김세훈 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의 연구위원직을 겸임하고 있는데요. 국가미래연구원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선거캠프의 씽크탱크 역할을 한 정책연구기관입니다. 영진위와 문체부의 인사에 미심쩍은 눈초리가 생겨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영화와 관련된 경력도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 UCLA에서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중앙대에서 영상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한국애니메이션학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영화를 전공했다고는 하나 영화 현장과는 동떨어진 학계, 그것도 애니메이션 관련 학계에서 활동했던 경력 뿐입니다. 행정 경험조차 없는 위원장이 영진위의 현안을 해결해나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영화계 안팎에서도 이번 인사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영화감독협회와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는 지난 24일 김 교수의 영진위원장 임명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불공정 거래관행을 조장하거나 이념적으로 편행된 인사가 영진위원장에 임명되는 것을 결사 반대한다"고 말한거죠. 특히 한국영화감독협회 정진우 이사장은 "영화현장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거나 비중 없는 인물들이 영진위원장을 하겠다는 것은 영화계를 얕잡아보는 처사"라고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오마이뉴스] 영진위원장에 애니메이션교수 유력?).


신임 영진위원장이 한 신문과 인터뷰 했던 오늘자 기사를 봤는데요([한국경제] 한국영화 글로벌화 최대역점...중국과 합작프로젝트 구상). 영진위에서 추진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사업들을 되풀이 해서 말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아직 전체적인 그림도 서 있지 않은 모습입니다. 각론은 더욱 취약하겠죠. 영화계의 우려와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헤쳐나갈지, 영화계의 산적한 숙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벌써부터 염려가 됩니다.





영화의 섬세한 감성을 연기하는 부분에서 배우들의 수준이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봤던 영화 중에선 개인적으로 <한공주>의 천우희와 <거인>의 최우식이 가장 섬세한 감성으로 연기했다고 봅니다. 둘 모두 의외의 연기였습니다. 특히나 저에게는 최우식이 더욱 그랬습니다. 


최우식은 2011년 드라마 <짝패>에서 아역으로 데뷔했는데요. 드라마에서 보여준 개구쟁이 같은, 천진난만한 아역 이미지 때문이었을까요. 그 이후 맡는 역할이 일정부분 고정돼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각종 드라마에서 조연급으로 얼굴을 알리던 그가 영화를 처음 만난 건 <에튀드, 솔로(감독: 유대얼)>라는 단편에서입니다. 19분짜리 단편영화로, 2012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상영된 적이 있습니다. 스크리아빈의 에튀드가 일깨우는 첫사랑에 대한 아련함이 잘 표현된 영화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단편에서 최우식이 보여줬던 연기는 <거인>의 전주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전체와 어우러지는 표정과 함께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때론 그것을 리드해나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거인>을 연출한 김태용 감독 또한 제가 느꼈던 비슷한 부분을 발견했던 것 같습니다. "2년 전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본 유대얼 감독님의 <에튀드, 솔로>라는 작품에서 처음 보게 된 배우였다. 당시 그 작품 속에서 여리고 순한 얼굴에 비릿하고 거친 눈매가 너무 인상적이었다"라며, 그를 캐스팅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습니다([네이버 영화매거진], 부산국제영화제 화제작 <거인>의 김태용 감독). 정작 자신은 "아직 김태용 감독님의 그 ‘비릿하다’는 표현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눈을 어떻게 뜨면 그 ‘비릿한 눈’이 되는 건지"라는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요([씨네21] 최우식, <거인>).


<에튀드, 솔로> 이후 첫 장편영화에 캐스팅 되는데요. 그 유명한(?) <은밀하게 위대하게>입니다. 남파 공작원 원류환(김수현 분)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휘갈기는 고딩역할이었습니다. 자신의 잠재력을 발산할 수 있는 역할이라기보단 드라마에서 계속해왔던 명량소년 이미지의 연장선에 있는 역할입니다. 때문에 크게 눈에 띄지 않을 뿐더러 영화의 곁가지 같은 느낌에 머무르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그가 비로소 제대로 된 역할을 만나 날아오를 날개를 얻습니다. 바로 <거인>입니다. 



첫 장편영화 주연을 맡은 <거인>에서 최우식은 캐릭터 이상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쌍커풀 없는 눈에서 뿜어내는 불안과 격정이라는 감정이 스크린을 넘어 생생하게 전달됐습니다. 때로는 야비하고 지질한 모습에 이르기까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드는 재능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주인공의 클로즈업이 많은 이 영화에서 끝까지 감정선을 유지하며 극을 이끌고 가는 건 대단히 어려운 작업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는 카메라 안팎에서 캐릭터의 감성에 충실했기 때문에 영화 자체에 힘을 불어넣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스물 다섯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얻은 첫 주연작에서, 데뷔 이후 자기가 얼마나 차근차근 인내하며 준비해왔는지를 보여줬습니다. 배우로서의 본능을 지니고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요. 거인의 어깨를 딛고 올라서는 진짜 '거인'이 되길 바랍니다.



● 배우 최우식의 필모그라피

1990년생

2011년 드라마 ‘짝패’로 데뷔. 드라마 '폼나게 살거야', 영화 '에튀드, 솔로'

2012년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 ‘특수사건 전담반 TEN’

2013년 시트콤 ‘패밀리’, ‘특수사건 전담반 TEN 2’,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4년 드라마 ‘운명처럼 널 사랑해’, ‘오만과 편견’, 영화 ‘거인’, '빅매치'




내년 1월 22일부터 2월 1일까지 열리는 제31회 선댄스 영화제의 라인업이 모두 공개됐습니다.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수는 장편 4,105편, 단편 8,061편 등 총 12,166편입니다. 미국 영화 2,016편이 출품됐고,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도 2,089편이 출품됐습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 118편의 장편 영화만이 선댄스 영화제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전 세계 독립영화의 인큐베이터답게 45명의 신인감독들의 영화들이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영화제의 장편 경쟁부문은 '미국 드라마(US Dramatic)', '미국 다큐멘터리(US Documentary)', '월드 드라마(World Dramatic)', '월드 다큐멘터리(World Documentary)'로 나뉩니다. 아래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영화제에서 소개한 글과 사진만으로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봤습니다. 


미국 드라마(US Dramatic)

     ▲ 미국 드라마 부문 본선 경쟁작 <더 나은 선택 Advantageous(Director. Jennifer Phang)>의 스틸컷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내용만으로 보자면, 저는 <더 나은 선택 Advantageous>을 가장 보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행복을 조절하는 기술이 상용화 된 가까운 미래에 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성실한 싱글맘으로 살던 주인공이 일자리를 잃어버리면서 겪는 일들이 주된 내용이라고 합니다.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요즘 개인적으로 자주 하게 돼서 더 보고 싶은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잭 블랙 주연의 '<D-트래인 The D Train>', 크리스틴 위그 주연의 '<The Diary of a Teenage Girl>', 가이 피어스 주연의 '<Results>', 치웨텔 에지오포와 크리스 파인 주연의 '<Z for Zachariah>'등이 경쟁을 펼칩니다.

 

● 미국 다큐멘터리(US Documentary)

      ▲ 미국 다큐멘터리 부문 본선 경쟁작 <Cartel Land(Director. Matthew Heineman)>의 스틸컷


미국 다큐 부문에선 <카르텔 랜드 Cartel Land>가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데요. 미국과 멕시코 접경지역에서 벌어지는 마약 전쟁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멕시코 마약조직들의 집단살인은 올해뿐 아니라 오래전부터 국제뉴스에서 많이 나왔었습니다. 조직범죄가 만행하는 지역에서 인간은 삶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영화제 측에선 이 영화에 대해 국가와 주정부가 나와 내 가족을 지켜주지 못할 때, 나는 어떤 수단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그 대답을 들려준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고래의 멸종을 통해서 인간의 역할을 고민하는 <Racing Extinction>이나, FBI 요원의 일상과 대테러작전을 뒤쫓으며 감시국가로서 미국의 현재를 보여주는 <(T)ERROR>도 좋은 소재를 가진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합니다.


● 월드 드라마(World Dramatic)

      ▲ 월드 드라마 부문 본선 경쟁작 <Homesick(Director. Anne Sewitsky)>의 스틸컷


월드 드라마 부문에선 낯익은 배우들이 찍은 영화가 있습니다. 유괴 아동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니콜 키드먼의 <Stragerland>, 미스터리한 여행자 역할을 맡은 마이클 파스밴더의 <Slow West>. 두 편 모두 좋아하는 배우들이라 관심이 가지만, 영화제의 소개글로만 보자면 저는 <Homesick>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영화는 여주인공이 병과 알콜중독에 빠진 부모를 떠나, 한번도 본 적 없는 배다른 오빠를 오슬로에서부터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둘이 서로 성적 매력에 빠져들면서 파멸로 이른다는 내용인데요. 막장입니다. 치정과 격정 멜로를 좋아하는 저의 드라마 취향에 딱 맞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감독이 안네 세비스키(Anne Sewitsky)라서입니다. 감독의 예전 영화인 <오 마이 갓 Oh, My God!>에서 성(sexuality)을 다루는 능숙하고도 익살스런 솜씨 때문에 잊어버리지 않고 있었던 이름입니다. 6년여가 지났기 때문에 지금은 좀 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질 않을까하는 기대가 크기도 하구요.


● 월드 다큐멘터리(World Documentary)

      ▲ 월드 다큐멘터리 부문 본선 경쟁작 <The Amina Profile(Director. Sophie Deraspe)>의 스틸컷


월드 다큐멘터리에서는 <The Amina Profile>이 가장 눈길을 끕니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유명 블로거 '아미나(Amina)'의 정체를 찾아가는 다큐입니다. 그녀는 [A Gay Girl in Damascus]라는 블로그에서 중동 정치와 종교, 섹슈얼리티에 대해서 거리낌 없는 포스팅을 올리며 많은 응원을 받던 블로거입니다. 그런데 시리아 사태가 벌어진 2011년 아미나가 납치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과연 그녀가 납치당한 건 사실일까요? 이 사건을 아는 사람도 이 다큐가 진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기대케 합니다. 참고로 저는 이 실화의 스포일러를 알고 있습니다. 또한 월드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는 말론 브란도의 비공개 생전 모습들이 담긴 <Listen to Me Marlon>, 그린피스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How To Change The World>, 아프리카 영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오스마에 셈베네(Ousmane Sembene) 감독에 대한 헌사인 <Sembene!> 등 다양한 다큐들이 본선에 올랐습니다. 



      ▲ 비공식 경쟁 부문인 'Premiere' 진출작 <서울 서칭 Seoul Searching(Director. Benson Lee)>의 스틸컷


한편 비공식 경쟁부문에 한국과 관련한 극영화가 포함됐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벤슨 리(Benson Lee) 감독이 만든 <서울 서칭 Seoul Searching>이 프리미어 부문에 올랐습니다. 벤슨 리 감독은 이미 1998년 <미스 먼데이 Miss Monday>로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 영화제에서 선 보일 <서울 서칭>은 1986년을 배경으로, 세계 각지에서 흩어져 살던 한인 청소년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여름 캠프에 참석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제 전 부문에 오른 모든 영화들을 소개하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최종 라인업은 다음 링크를 가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참고 : 선댄스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31회 선댄스 영화제 전 부문 최종 라인업





영화가 제작된다는 소식만으로도 큰 기대를 갖게 했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Fifty Shades of Gray>가 드디어 내년에 개봉합니다. 2월 13일(미국 현지시각) 발렌타인 데이에 미국에서 개봉합니다. 우리나라는 3월로 알려져 있는데요. 전미 개봉보다도 앞서서 상영하게 된 곳이 있습니다. 


바로 내년 2월에 열리는 제6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International Premiere'에서 전세계 최초로 상영됩니다. 2월 11일(베를린 현지시각) 열리는 갈라 스크리닝을 통해서입니다. 감독인 샘 테일러-존슨(Sam Taylor-Johnson), 원작소설의 작가 E.L.제임스(E.L.James) 그리고 남녀 주연인 제이미 도넌(Jamie Dornan)과 다코타 존슨(Dakota Johnson)이 갈라 스크리닝에 참석하기로 예정돼 있습니다.



영화는 성공한 청년 사업가의 가학적인 성적취향을 '자세하게(?)' 표현한 책이 원작인데요. 북미 지역에서 2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오른 건 물론이고 전세계적으로도 3천만부가 넘게 팔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2년에 번역, 출판됐습니다. 출판사 측에서 30초 스팟영상을 마케팅용으로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는데요. 전세계적으로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이 소설에 열광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듯 합니다. 


남자인 저는 1권 보다가 너무 재미가 없어서 중간에 덮었는데요. 영화는 또 어떨지 모르겠네요. 원작의 작가도 여성, 영화의 감독도 여성인데, 그들이 어떤 시각으로 '그 놈의 취향'을 그려낼지 궁금하긴 합니다.


●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2차 공식 예고편


● 한국어 판권 출판사가 제작한 30초 스팟영상


● 참고 

BERLINALE SPECIAL GALA:FIFTY SHADES OF GREY TO CELEBRATE ITS INTERNATIONAL PREMIERE AT THE BERLINALE




▲ 사진출처 : Variety.com


우리나라 세번째 규모의 멀티플렉스인 메가박스가 중국 투자사에 매각된다는 소식입니다. 국내 언론은 이미 24일에 매각 소식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27일(미국 현지시간)에는 [Variety]가 홍콩 현지보도를 인용하며 보도했습니다. 다만 메가박스 1대 주주인 맥쿼리 펀드와 메가박스 측에서는 [Variety]의 사실확인 요청에 대해 대답을 하지 않았는데요. 매각협상에 대한 내용을 언론에 알리는 게 양측 모두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 배경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메가박스의 1대 주주는 50% 지분을 가지고 있는 맥쿼리 펀드입니다. 2대 주주는 중앙일보 계열사인 제이콘텐트리(JContentree)로 46.31%의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맥쿼리 펀드는 지난 24일 중국 투자사인 오리엔트 스타 캐피털(Oriental Star Capital) 컨소시엄과 회사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제이콘텐트리는 맥쿼리펀드 지분의 우선매수권을 갖고 있습니다. 30일 안에 이를 행사하면 메가박스 지분을 100% 확보할 수 있는 거죠.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맥쿼리펀드는 제이콘텐트리 지분까지 함께 중국 측에 매각하는 공동 매각권을 행사해 100% 지분을 넘기게 됩니다. 


제이콘텐트리가 메가박스를 완전히 인수하거나, 매각하고 시세차익을 남기거나 두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기 때문에 아직 완전히 매각했다고 보기는 힘든 겁니다. 몇몇 한국 언론에서는 제이콘텐트리가 메가박스 인수에 들어갔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앞으로 한 달까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지난 포스팅(열려라 헐리우드, 알리바바의 공격적인 투자가 시작된다? 2014.10.29)에서도 잠깐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요. 중국 자본의 한국 영화시장 진출은 양날의 칼이라고 생각합니다. 메가박스 인수를 발판 삼아 한국 영화시장에 진출하게 된다면, 한국 영화시장이 양적으로 크게 발전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한국 영화시장의 질적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규모의 경제에서 밀려난 독립영화 등 작은 영화들이 상영관이 없어 개봉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는 거죠. 게다가 인수자인 중국 오리엔탈 스타 캐피털이 과연 한국에서 안정적인 사업을 계속해 나갈지, 먹튀 자본일지 그 성격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이런 불확실성들이 한국 영화산업과 영화시장을 뒤덮는 황사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 참고 : [Variety] Chinese Investor Buying Korea’s Megabox Cinema Chain, Say Reports





지난 12월 2일, 영화발전기금 징수 연장안을 담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지난번 포스팅(영화발전기금은 어떻게 되나? 2014.08.08)에서 다룰 때만 해도 상황이 녹록치 않았었는데 말이지요. 4개월만에 내년도 예산안의 부수법안으로 처리됐습니다.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①2021년까지 부담금 연장, ②부과금 수납에 대한 위탁 수수료를 영세한 영화관 사업자에게 지원, ③지역 영화 향유권 향상을 위한 지원, ④법률 시행일을 2015년 1월 1일로 하는 부칙조항 개정 등입니다. 부담금을 연장하면서 향후 6년간 영화발전기금의 수입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됐습니다. 또한 3% 범위 내에서 위탁 수수료를 지원함으로써 영세 영화상영관 경영자는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지역 영화 향유권을 향상하기 위해 지역 영화상영관 지원, 원활한 영화배급, 공공 상영 및 영상문화교육시설 구측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무엇보다 내년 1월 1일부터 개정안을 곧바로 시행하게 했습니다. 원래 부칙조항에는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하게 돼 있었는데, 이렇게 할 경우 6개월 동안 기금 수입의 공백이 생기게 됩니다. 때문에 계속 징수할 수 있도록 부칙조항을 개정한 것입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기금의 운영계획입니다. 순수한 영화관련 사업비는 2014년보다 줄어든 채 통과됐습니다. 500억이 채 안 됩니다. 과연 이 500억도 안 되는 예산으로 무슨 일을 어떻게 할 예정인지, 사업에 문제는 없는지 등등을 다음 포스팅에서 꼼꼼하게 따져보겠습니다.






60년대 전설적인 혁명가 체 게바라가 2000년대 초반에 부활했다. 그가 꿈꾸고 실천하던 민중혁명을 통해서가 아니었다. 한 장의 사진 덕분이었다. 티셔츠와 책 표지를 장식했고 심지어 담벼락에 그림이 그려지기도 했다. 당당하고 확신에 찬 눈빛으로 내일을 바라보는 뜨거움에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체 게바라가 꿈꿨던 민중혁명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의 삶이나 철학과는 상관 없이, '간지'나는 사진 한 장과 혁명이라는 단어가 주는 '뜨거움'을 소비만 했기 때문이었다. 의미는 사라지고 이미지만 남는 시대, 이미지를 소비하는 시대다. 


영화 <명량>은 성웅 이순신에 의미를 부여하려 노력한다. 두려움에 떠는 인간이자, 모두의 두려움을 부둥켜 안고 죽으러 가야 하는 인간. 죽은 동료들의 환영이 보이고 구선이 불타던 그 때, 배우의 눈동자에 비치던 불길은 절망이라는 인간의 감정이었다. 전투 전에 죽을 먹으며, 승전 후엔 토란을 먹으며 느끼는 살아있음이라는 안도감 또한 인간 이순신을 보여주기 위한 극적 장치이다. 하지만 인간 이순신을 위한 감독의 고군분투는 여기까지다. 



영화는 철저히 성웅 이순신을 소비한다. 선체 내부 폭발에도 살아남고, 근접 포사격에서도 살아남는다. 심지어 폭단더미가 옆에서 터져도 영웅과 대장선은 서서히 걷히는 안개 속에서 위용을 드러낸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나 다른 전쟁영화에서나 봤던 장면들이 반복된다. 영웅을 신격화 시키는 작업은 해전 시퀀스 내내 계속된다. 무엇보다 초라한 이순신과 화려한 왜군 장수들을 의도적으로 대비시켰다는 점이다. 최악의 환경에서 믿을 수 없는 승리를 거뒀다는 점을 암시하면서, 영웅이 지닌 비범함을 보여주는 극적장치로 사용했다. 



별다른 전략과 전술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난중일기에서조차 '천운'이라고 밖에 쓰지 못했던 미스터리를 영화는 어떻게 풀었을까. 영화를 기대한 이유이자 재미를 줄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함포사격, 백병전, 임기응변 외에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한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그 무엇'에 대한 의문은 영화가 끝나도 여전히 물음표를 남긴다. 영화에서 승리를 위한 전략과 전술은 바로 '그 무엇'인데, 그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감독 역시 '천운'이라며 말끝을 흐리고 있다. 난전 속에서 죽은 줄 알았던 영웅과 대장선이 꿋꿋이 살아나자, "대장선이 살아있다"라며 모두 용기를 얻는다. 낭만적인 장면전환으로 얼버무리는 순간 서사는 사라지고 스타일만 남게 된다. 그렇게 의미를 잃어버린 이미지는 결국 소비되는 상품에 그친다. 



다큐멘터리처럼 찍어낸 백병전은 분명 이 영화가 가진 특유의 미덕이다. 무섭고 고통스럽고 두려워하는 인간의 표정들을 원샷, 롱테이크로 잡아낸 카메라의 힘이 대단하다. 백병전 시퀀스나 격군들의 땀에 젖은 몸을 보여주는 여러 신들에서, 영화는 영웅보다 병사와 백성에게 포커스를 맞춘다. 바다 회오리에 빨려들어가는 대장선을 구하고, 폭탄 실은 배에서 죽는 순간까지 장엄하고, 치마를 벗어 흔들며 대장선을 구하는 등 마치 영웅의 수호천사처럼 그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 각자의 이야기는 허술하고 빈약하기 때문에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최종병기 활>의 집중력 있는 이야기 구조를 이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 이순신은 '천운은 바다의 회오리가 아니라 백성'이라고 말한다. 난중일기 등을 볼 때, 이순신이 백성을 사랑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는 사실에 더해 신화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고 소비하면서 재생산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이순신이라는 영웅은 우리가 익히 아는 수준에서 그려지고 있다. 인간 이순신을 밝히는 대신 성웅 이순신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은 평범하다 못해 고루했다. 반드시 설명해야 할 지점을 은근슬쩍 넘겨버리면서 영화는 스스로 의미를 찾지 못한 채 흘러가고 말았다. 체 게바라의 사진처럼 소비할 대상으로서 이순신과 영화가 남겨진 것이다. 제목처럼 명량이라는 바다에서 벌어진 해전에만 집중했더라면, 거기서 전쟁을 수행하는 인간의 다양한 표정과 성격들을 탐구했더라면, 조금은 다른 색깔의 이순신을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영화는 한줄기 일자진처럼 초라하고, 홀로 전쟁을 벌이는 대장선처럼 외로운 석양을 남기고 끝나고 말았다.



 

몇일전만 해도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를 영화로 만드는 작업은 순조로워 보였습니다. 그러나 [Veriaty]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19일(현지시각) [Veriaty]가 [Deadline.com]의 단독보도를 인용해서, 소니 픽쳐스가 영화 스티브 잡스 프로젝트를 폐기했다고 밝혔습니다. 소니 픽쳐스에서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은 걸로 보아 신빙성이 높아보입니다.

 

이번주만 하더라도 마이클 파스벤더가 잡스 역에 캐스팅 됐고, 세스 로건이 스티브 워즈니악 역할을 맡을 거란 기사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번 영화에서는 <웨스트윙>, <뉴스룸> 등을 집필한 아론 소킨이 각본, 각색을 맡고 <슬럼독 밀리어네어>, <127시간> 등을 연출한 대니 보일이 감독을 맡게 돼 있었습니다. 게다가 소니 픽쳐스는 2011년 잡스가 타계하자마자 기다렸다는듯 잡스 자서전의 판권을 사는 등 의욕을 보였는데요. 그런만큼 이번 영화의 폐기 소식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Veriaty]는 기사 말미에 애쉬튼 커쳐가 주연한 영화 <잡스 Jobs>의 전세계 수익이 3,600만 달러에 그쳤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소니 픽쳐스가 수익성이 맞지 않아 폐기하는 것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습니다. 어찌 됐건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대니 보일과 아론 소킨이 만드는 <스티브 잡스>를 볼 수 없게 돼 영화 팬으로서 아쉬움이 남을 것 같습니다.

 

● 참고 : [Veriaty] Sony Drops Out of Steve Jobs Movie from Aron Sorkin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워 대디(브래드 피트)가 이끄는 전차부대는 최전방에서 나치의 저항을아내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워 대디, 포수 바이블(샤이아 러버프), 운전병 고르도(마이클 페나), 장전병 쿤 애스(존 번탈), 그리고 입대 8주차의 신병 노먼(로건 레먼)은 탱크 ‘퓨리’와 함께 전장으로 향합니다.  

 

20일 개봉하는 <퓨리 Fury>는 전쟁의 참상, 전우애, 폭력의 잔인함 등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전쟁영화들과 별반 차이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봐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퓨리'라는 이름의 탱크입니다. 영화에서 탱크는 인물들이 부대끼는 공간이자 전쟁의 한복판에 던져진 캐릭터입니다. 공간으로서의 퓨리는 따뜻하지만 캐릭터로서의 퓨리는 잔인하고 건조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등장인물을 통해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캐릭터화 한 전쟁도구를 통해 지독한 전쟁을 말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이 영화는 이전의 전쟁영화들과 독특한 차별성을 지니고 있는 겁니다.

 

 

감독은 실제로 2차대전 때 쓰인 셔먼탱크와 티거탱크를 박물관에서 가지고 왔습니다. 하지만 탱크를 무기의 위력을 뽐내기 위한 홍보용으로 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죠. 어먹을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인물들과 퓨리. 임무를 마치고 귀대하는 지치고 쓸쓸한 그 뒷모습에서, 전쟁같은 일상을 견디고 있는 우리시대 모든 인간들의 축쳐진 어깨가 오버랩됐다면 과장일까요.

 

● <퓨리 Fury> 예고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10번째 영화를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합니다. 그의 은퇴 얘기는 느닷없는 게 아닙니다. 더 이상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될 때 은퇴하겠다며, 오래전부터 얘기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진심인 것 같습니다.

 

11일(현지시각) 미국 연예매체인 [Us Magazine]은 최근 아메리칸 필름마켓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은퇴얘기를 꺼냈다고 보도했습니다(Us Magazine, Quentin Tarantino Plans Retirement After 10th Film). 그는 "사람들이 원할 때 더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감독은 젊은이들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10번째 작품을 만든 후 은퇴할 계획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뷰에서 "이번 작품(헤이풀 에이트, The Hateful Eight)을 마치고 나면 두 편이 남는다. 이것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계획은 가지고 있다"며, 은근히 은퇴를 번복(?)할 여지는 남겨둔 것 같습니다. 스티븐 소더버그나 케빈 스미스가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돌아온 전례가 있는만큼, 쿠엔틴 타란티노의 감독 은퇴도 확신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기자회견 말미에 "만약 10번째에 도달했을 때, 좋은 작품에서 실패하지 않으면 그것은 경력을 마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연출했던 영화들은 물론 앞으로 만들 영화들에 대한 애정과 성공을 향한 절실한 마음 또한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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