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본 얼티메이텀>을 끝으로 다신 안 할 것처럼 소문들을 모두 부인하더니, 맷 데이먼은 결국 제이슨 본을 선택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뉴스는 지난 9월 [Variety]를 통해서 한번 보도된 바 있습니다(Variety, "Matt Damon to Return to Jason Bourne Franchise"). 물론 그 전인 8월에도 같은 기사가 났었지만, 맷 데이먼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정정기사가 나기도 했었는데요. 이번에 보도는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다만 2016년 개봉을 목표로 제러미 레너가 출연하는 본 시리즈와 같은 작품인지, 함께 출연하는지 여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카더라 통신'의 아니면 말고식 보도라면 용서할 수 없는 깊은 빡침을 느낄 것 같습니다. 본 시리즈의 팬으로서 사심 가득 담아 맷 데이먼이 다시 출연하는 걸 보고 싶습니다.






지난 6일 크리스토퍼 놀란이 연출한 아홉번째 장편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이미 몇 달 전부터 수차례에 걸쳐 찔끔찔끔 예고편을 풀었었죠. 바로 <인터스텔라 Interstellar>입니다. 


영화는 웜홀 이론을 바탕으로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탐험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시공간을 여행할 수 있는 통로인 웜홀은 학계에서 얘기하는 하나의 이론에 불과합니다. 이 웜홀이 존재한다는 전제 아래 영화는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웜홀 이론을 만든 킵 손이란 물리학자가 이 영화의 프로듀서이자 과학자문으로 참여한 건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인터스텔라>는 개봉한 지 3일만에 국내 박스오피스를 평정했습니다. 몇일만에 '꼭 봐야 하는 영화'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매튜 매커너히, 앤 해서웨이 그리고 <베트맨 비긴즈> 이후 놀란이 연출하는 영화에 꾸준히 출연하는 마이클 케인까지. 주조연도 안정적입니다. 다만 영화 속에 수많은 상징과 미스터리, 서스펜스와 의미들을 집어넣는 감독의 스타일 상 한번만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영화인지는 장담하기 어렵군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같은 아니 그와 비슷한 수준높은 SF가 될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과연 놀란이 만든 웜홀을 통과하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 참고 : Roger Ebert.com "Interstellar Movie Review & Film Summary(Matt Zoller Seitz)"


● <인터스텔라 Interstellar> 최종 예고편





코엔 형제의 신작 소식이 벌써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코미디 입니다. 개봉일은 무려 2016년 2월 5일이랍니다. 29일(현지시각) [Variety]는 기사를 통해 코엔 형제의 새 영화 <황제 폐하 만세! Hail Caeser!>의 개봉날짜를 알렸습니다. 


영화의 출연진이 엄청납니다. 조쉬 브롤린, 조지 클루니,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채이닝 태이텀, 스칼렛 요한슨, 요나 힐.... 이 영화를 어떻게 1년 넘게 기다립니까?


영화는 195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배우들을 스캔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소속사가 탐정들을 고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 영화를 도대체 어떻게 1년 넘게 기다립니까?


● 참고 : [Variety], Coen Brothers Comedy 'Hail Caeser!' Set for Release on Feb. 5, 2016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3일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디즈니, 비아콤, 타임워너, 파라마운트, 소니, 21세기폭스, 컴캐스트 등 할리우드 스튜디오 관계자와 잇따라 회동을 가질 계획”이라며 “할리우드 영화와 TV드라마를 중국에 배급하기 위한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알리바바의 할리우드 투자배경에는, 지난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되면서 기업공개로 조달한 26조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건 실탄이고, 총구의 방향을 결정한 건 마윈 회장이 “향후 10년간 의료ㆍ건강산업과 문화오락 산업에 대한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이미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미 알리바바는 올해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 인수·합병(M&A)을 꾸준히 진행해왔습니다. 4월에는 디지털 미디어 광고회사인 [와수]의 지분 20%를 매입했고, 5월에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업체인 [요우쿠]의 지분 16.5%를 인수했습니다. 6월에는 영화·TV드라마 제작업체인 [차이나 비전]의 지분 60%를 매입했고, 아예 이름도 알리바바 픽처스 그룹으로 바꿔버렸습니다. 정말 지치지도 않고 긁어모았습니다. 


그리고 블룸버그의 기사 역시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Variety]는 28일 단독보도를 통해, 알리바바와 소니 픽쳐스가 공동투자 영화를 제작하는 사안을 놓고 접촉했다고 보도했습니다(Variety, "Alibaba, Sony Pictures In Co-Financing Talks (EXCLUSIVE)"). 물론 아직 양측이 합의에 도달한 것은 아닙니다. 마윈 회장도 소니 픽쳐스 외에 다른 투자제작사들을 만나기로 일정이 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사 내용에서 오랫동안 중국 시장을 개척해왔던 소니 픽쳐스의 중국지사장이 마 회장과의 미팅에 나온 것으로 보아, 할리우드가 제작한 영화, 드라마에 대한 중국 내 배급을 독점하기 위한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이는 앞으로 다른 투자제작사와의 미팅에서도 공통적으로 관철될 사안일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중국기업의 공격적 투자가 할리우드만 노리는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방한한 중국 기업의 고위인사가 한국 멀티플렉스를 모조리 인수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고, 현재 진행 중인 메가박스 인수전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합니다(씨네21 976호, "Editorial: 신에게는 아직..."). [씨네21]의 편집자 역시 글로 썼지만, 중국 기업의 투자는 양날의 칼입니다. 언제 어떻게 나를 벨 지 모르는 칼이 한국영화계를 쥐락펴락하는 날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영화계가 생존하기 위해선 콘텐츠 개발과 인적 자원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질적 성장이 꾸준히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아직 님을 보내지 아니하얐습니다."

만해의 싯구절처럼 우리는 그를 아직 보내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가 어느 공연장에서 관객들과 뛰놀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어제 뉴스를 통해 전해진 그의 느닷없는 죽음 앞에 한동안 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라앉지 않는 마음으로 그의 영화음악을 찾아봤습니다.


그는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에서 영화음악을 본격적으로 맡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시인이었던 유하 감독의 시집 제목이자 충무로 데뷔작입니다. 아이돌 같은 인기를 누리던 신해철이 넥스트를 결성한 뒤, 영화음악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동규, 정기송 등 N.EX.T의 멤버들이 OST에 함께 했습니다.

● 푸른 비닐우산을 펴면(1993)


첫 영화음악을 만든 후 3년만에 그는 <정글 스토리>라는 음악영화의 음악감독을 맡습니다. 당시 생초짜 신인이던 윤도현이 주연을 맡았고, 김창완과 현재 YB의 멤버들(박태희, 김진원)이 출연했습니다. 이 영화의 음악 또한 N.EX.T의 멤버들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특히 김세황이 연주하는 [Main Theme from Jungle Story Part 1], 댄스곡 같은 [아주 가끔은], 신해철의 정치의식이 엿보이는 [70년대에 바침], 산울림의 곡을 일렉트로닉과 얼터너티브 사운드로 리메이크한 [내 마음은 황무지], 슬프고 서정적인 [그저 걷고 있는 거지]까지. 명곡들이 OST에 담겨 있습니다. 그 중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건 [절망에 관하여]입니다.

● 절망에 관하여(1996)


<정글 스토리>라는 영화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신해철은 이 영화의 음악감독으로서 영화음악에 대해 눈을 뜬 건 확실해보입니다. 영국 유학을 다녀온 1999년 그는, 송능한 감독의 <세기말>에 영화감독을 맡습니다. 영국 유학시절 한국말을 잊지 않으려고 <넘버3>를 외울정도로 봤다던 신해철. 그 <넘버3>의 감독 송능한이 만든 영화에 음악감독이 된거죠. 이 영화의 OST는 유학하며 배운 음악이 밑거름이 됐습니다. 국악과 크로스오버를 모색한 [Nocturne - Main Theme], 유학 후 발표한 그의 싱글인 [일상으로의 초대]와 유사한 [Bubble Love] 등이 있습니다. 신해철의 음악은 이렇게 조금씩 변해 가고 있었습니다.

● 내일로 가는 문(2000)


신해철은 <세기말>의 음악작업 이후 영화음악 그만 하겠다고 했답니다. 영화음악을 만든 사람으로서 부끄럽지 않아야 하는데, 얼마나 타당한 음악이냐고 자문했지만 확신이 안 서서였다고 합니다(씨네21, <세기말>의 영화음악, 도발의 뮤지션 신해철을 만나다). 그리고 8년이 지난 2007년, 그는 마지막이 될 영화음악 작업을 합니다. 바로 <쏜다>의 음악감독을 맡았죠. 신해철은 영화의 시나리오도 안 읽고 대략적인 줄거리만 들은 뒤에 전격적으로 작업에 참여했다고 합니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꿰뚫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내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만큼 <쏜다>의 OST는 도그 테이블(Dog Table), 스키조, 마이크로 키드, 뷰티풀 데이즈 등 많은 인디밴드들이 참여해 다양한 색깔의 음악으로 채웠습니다. 그런데 아쉽게 영화의 실패로 음악 또한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쏜다>의 OST 음악을 찾으려고 무진장 뒤졌는데도 못 찾았습니다. 그래서 N.EX.T가 노래한 애니메이션 <영혼기병 라젠카>의 주제곡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올립니다. 

● 해에게서 소년에게(1997)


그동안 저 그리고 우리 모두의 심장을 뜨겁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당신이 남겨둔 음악으로 행복하겠습니다. 그리고 아프지 않을게요. 그곳에선 편안히 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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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같이 볼래요

저자
김영진, 남인영, 신지혜, 심영섭, 이동진 지음
출판사
씨네21북스 | 2013-10-03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남다른 영화를 고르는 당신을 위하여 영화가 끝나면 특별한 이야기...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영화가 끝난 뒤 그가 들어왔다.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관객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그리고 20여분 가량이 방금 상영된 영화에 대한 질문과 대답으로 채워졌다. 2001년, 제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의 이름은 이마무라 쇼헤이. <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이라는 그의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을 때다. 처음 경험한 '관객과의 대화'였다. 

지금은 '관객과의 대화'나 'GV(Guest Visit)'가 마치 부대행사처럼 영화 마케팅 방법으로 쓰이고 있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영화만으로는 채울 수 없는 갈증을 해소하는 어울림의 장이었다. 감독과 관객이 영화를 매개로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받는 그런 놀이터였다. 그렇지만 감독이나 출연진과 영화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얘기를 나누는 일은, 영화를 '본다'는 것에서 '함께 한다'는 행위로 나아가게 하는 소중한 경험이다. 

영화평론가, 영화기자, 감독과 배우 등과 함께 하는 영화 토크쇼를 체계화 한 것이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씨네마톡'이다. 관객들로부터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더니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은 것 같다. 이 책은 CGV 무비콜라쥬에서 진행하는 '씨네마톡'을 종이에 옮겨놓았다. 2012년부터 2013년 초까지 씨네마톡을 정리한 책이다. 

'그들은 그렇게 함께 했다', '인간을 향한 시선', '꿈의 경계에 서서', '그리고 그 사람의 이야기', '현실은 때로 영화가 되고' 등으로 주제를 나눠 영화들을 묶었다. 개인적으로 2013년 최고의 한국영화라고 생각하는 <지슬 - 끝나지 않는 세월 2>에 대한 씨네마톡이 인상 깊었다. 

어렵고, 그냥 그런 영화평론보다는 영화에 대한 이해를 훨씬 넓혀준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책으로는 '씨네마톡' 현장의 모든 것을 읽을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9일 켄 로치 감독의 <지미스 홀 Jimmy's Hall>이 국내에서 개봉했습니다. 지난 5월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됐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됐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는 감독이 은퇴 전에 만든 마지막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감독인 켄 로치에 대해서는 주저리 주저리 설명드리는 것보단 아래 영상을 보시면 어떤 감독인지 아실겁니다.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죠. 영화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혼란스러웠던 1932년의 아일랜드가 배경입니다. 사람들의 유일한 희망이자 행복이었던 마을회관을 지키려다 추방 당한 실존 인물 지미 그랄튼의 실화가 바탕입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인 지미는 낡은 회관을 다시 개장해서 다양한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지미스 홀'을 엽니다. 마을 청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게 돼죠. 하지만 목사인 셰리던(짐 노튼)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지미를 ‘빨갱이’로 몰아서 마을에서 쫓아낼 계략을 세우게 됩니다.

 

 

아일랜드 독립이후 신구세대의 갈등, 조약 지지파와 반대파의 갈등이 이 영화에서도 큰 줄기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06년 켄 로치에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안겨줬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에서의 갈등구조가 반복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보리밭...>이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진지하고 거칠게 말하고 있다면, <지미스 홀>은 말랑말랑하고 온순한 느낌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켄 로치가 변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것은 말하는 방법의 차이이지, 문제의식의 변화는 아니니까요. 실화라는 정해진 틀에서 나온 이야기니만큼 결론 또한 크게 벗어나지 않아 후반부에는 조금 지루한 면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 영화는 '영화는 극장 스크린이 아니라 극장을 빠져나온 순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말을 다시 일깨워주는 '생각할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 지미스 홀 메인 예고편

 


우리나라에서 영상물(영화, 방송, 비디오 등)에 관한 등급을 심의하는 기관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입니다. 영등위는 아래 그림처럼 각각의 등급분류기구로 나뉩니다. 



등급을 분류하는 절차에 대해 쉽게 말하면, 소위에서 전문위원의 도움을 받아 심의하면 위원회 9인이 최종심의하는 형식입니다. 그렇게 심의를 통과한 영상물은 그에 맞는 등급과 내용정보표시를 받습니다. 영상물의 등급은 아래 그림과 같이 나뉩니다. 

이 외에도 제한상영가와 제한관람가라는 등급이 있습니다. 제한상영가는 "선정성, 폭력성, 사회적행위 등의 표현이 과도하여 인간의 보편적 존엄,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정서를 현저하게 해 할 우려가 있어 상영 및 광고, 선전에 있어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영화입니다. 제한상영가 영화는 '제한상영관'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제한관람가는 "선정성, 폭력성, 사회적 행위 등의 표현이 과도하여 인간의 보편적 존엄,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정서를 현저하게 해 할 우려가 있어 시청, 제공, 유통에 있어 일정한 제한이 필요"한 비디오물을 말합니다. 제한관람가 비디오물은 제한관람가 비디오물 소극장에서 시청, 제공만 가능합니다. 판매, 유통은 안 됩니다.


영상물 내용정보기술제도는 영화, 비디오물 등의 내용에 포함된 선정성, 폭력성, 대사의 저속성 등의 정도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추가 제공함으로써 해당 영상물에 대해 보다 정확한 이해를 통해 영상물 관람, 선택을 용이토록 하기 위해 운영하는 제도입니다. 아래 그림처럼 7개의 정보로 나뉘며 '낮음'부터 '매우 높음'까지 5단계로 표시됩니다.

이러한 등급과 내용정보는 영상물의 윤리성과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영등위는 때론 볼 권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소모적인 논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보편적 존엄', '국민정서', '사회적 가치', '선량한 풍속' 같은 추상적인 표현을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해 등급을 매기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외국에서 예술성 있는 작품이라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법률에 쓰인 추상적 표현들을 위원회가 자의적으로 판단함으로써 '예술'을 '외설'로 결론 짓는 행위가 반복됩니다. 그렇다면 외국은 영상물등급제도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요? 추후 주요국의 영상물 등급제도를 지속적으로 포스팅하겠습니다. 

 

이해를 좀 더 쉽게 하기 위해 영등위가 공개배포한 '등급분류 및 내용정보' 리플렛을 첨부합니다. 


● 영상물 관람의 올바른 선택, 등급분류 및 내용정보 

영상등급위원회_리플렛.pdf




올해로 고희를 맞은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지난 9월 6일 폐막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이자, 예술로서 영화가 지니는 위치를 확고히 만들어왔던 자신만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영화제입니다. 개막에 앞서 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알베르토 바르베라는 이번 영화제를 "깜짝 놀랄만한 영화제가 될 것"이라고 얘기했었는데요.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작년 베니스영화제가 보여줬던 '우리 시대의 위기'라는 문제의식이 여전히 지배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 7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비둘기, 가지에 앉아 존재를 성찰하다> 스틸컷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비둘기, 가지에 앉아 존재를 성찰하다>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과거의 유령이 떠도는 도시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을 다루지만, 영화의 문제의식은 자본주의(돈)에 억눌린 인간의 잠재적인 불안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입니다. 일부 국내 뉴스에서는 이 영화에 대해 코미디라고 아예 장르를 박아놓고 기사를 썼던데, 과연 이걸보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한편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에비에이터>를 비롯한 3편의 영화로 세번의 오스카상을 거머쥔 영화 편집자 텔마 스쿤메이커와 39편의 다큐멘터리와 2편의 장편 극영화를 만들며 다이렉트 시네마의 미학을 실천해온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프레더릭 와이즈먼에게 평생공로상을 수여했습니다. 또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영화음악 작곡가 알렉상드르 데스플라에게 경쟁부문 심사위원장 자리를 맡겼습니다. (출처: 씨네21) 베니스영화제가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 7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 수상작 <더 포스트맨스 화이트 나이트> 스틸컷


공식경쟁부문인 '베네치아 71'에 출품됐던 영화들 중 파티 아킨의 <더 컷>, 아벨 페라라 감독의 <파솔리니>, 개막작이었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버드 맨>,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의 <더 포스트맨스 화이트 나이트>, 쓰카모토 신야의 <노비>, 왕 샤오슈아이의 <레드 앰니지어> 등도 호평과 함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중에서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의 영화는 은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영화로는 유일하게 김기덕 감독의 <일대일>이 '베니스 데이즈' 부문에서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베니스데이즈'는 이탈리아 영화감독협회와 제작가협회 주관으로 열리는 행사입니다. 2012년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작년은 <뫼비우스> 그리고 올해는 <일대일>로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받아 상까지 받았습니다. 이쯤되면 '베니스의 남자'라고 불러도 되겠네요.

 

● 제71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주요부문 수상작

 

 수상부문

 수상작

감독 / 배우(국적) 

경쟁부문 

 황금사자상

 비둘기, 가지에 앉아 존재를 성찰하다

로이 앤더슨(Roy Andersson, 스웨덴)

 은사자상

The Postman's White Nights 

안드레이 콘잘로프스키(Andrei Konchalovsky, 러시아)

 심사위원대상

The Look of Silents 

조슈아 오펜하이머(Joshua Oppenheimer, 미국)

여우주연상

굶주린 마음(Hungry Hearts)

알바 로르와처(Alba Rohrwacher 미국)

남우주연상

굶주린 마음(Hungry Hearts)

 아담 드라이버(Adam Driver, 미국)

심사위원특별상 

시바스(Sivas)

칸 무제시(Kaan Mujdeci, 독일) 

 각본상

테헤란의 낮과 밤(Ghesse Ha) 

 릭샨 바니 에테마드(Rakhshan Bani Etemad, 이란)

오리종티

부문 

미래의 사자상

코트(Court)

차이타이나 탐하네(Chaitanya Tamhane, 인도)

 오리종티 상

 코트(Court)

 차이타이나 탐하네(Chaitanya Tamhane, 인도)

 오리종티 상 - 단편

마리암(Maryam) 

씨디 살러(Sidi Saleh, 인도네시아)

심사위원특별상

 Belluscone. Una Storia Siciliana

프랑코 마레스코(Franco Maresco, 이탈리아) 

감독상

티브(Theeb)

나지 아부 노워(Naji Abu Nowar, 요르단) 

 특별연기자상 

These Are the Rules 

Emir Hadzihafizbegovic, 크로아티아

공로상

명예황금사자상

 

델마 스쿤마커(Thelma Schoonmaker, 미국)

프레데릭 와이즈먼(Frederick Wiseman, 미국)

 

 


박찬욱 감독이 국내에서 영화를 찍는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찍는 장편 극영화로는 2009년 <박쥐> 이후 5년만입니다. 그 5년여 동안 박찬욱 감독은 동생인 박찬경 감독과 함께, 단편 <파란만장>과 <청출어람>을, 작년엔 <고진감래>라는 다큐멘터리와 극형식을 비벼놓은 다양한 영화들을 찍었습니다. 물론 미국에서는 <스토커>를 만들었고, <설국열차>에서는 제작을 맡기도 했습니다. 


새 영화는 아직 시나리오도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여러 기사들에선 막바지 작업 중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제목은 <아가씨>라고 합니다. [핑거스미스 Fingersmith]라는 세라 워터스의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소설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레즈비언 소설입니다. 세라 워터스는 그 바닥(?) 소설로 유명한 작가인데요. [핑거스미스]는 2002년에 발표된 그녀의 세번째 장편소설입니다. 평론가들과 독자들로부터 반향을 일으키며 찬사를 받았습니다. '핑거스미스'는 도둑을 뜻하는 은어라고 합니다. 레즈비언 소설을 모티브로 하는 박찬욱의 영화라니... 뭔가 멜랑콜리하고 그로테스크한 냄새가 벌써부터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박찬욱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갖고 있는 저의 편견일까요?


보다 앞서 BBC는 2005년에 <핑거스미스>를  TV 드라마로 만들었습니다. 에피소드 3편의 총 러닝타임이 180분에 달합니다. 지금의 <셜록> 시리즈의 에피소드가 편당 1시간 30분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TV 시리즈라고는 하지만 그냥 180분짜리 영화에 가깝습니다. 서스펜스, 음모, 사랑, 파멸 등등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칩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TV 시리즈를 먼저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테레즈 라캥 Therese Raquin]에서 모티브를 얻어 <박쥐>를 보여줬듯이, 박찬욱 감독이 [핑거스미스]를 바탕으로 만들어낼 <아가씨> 역시 독특한 어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펼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과연 이 영화의 파격적인 역할을 어떤 배우들이 맡을 지도 기대됩니다.



● 사진출처 :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IMDB)




이 영화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청년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두려움 그리고 그 너머에서 희망을 찾고자 합니다. 이러한 성격을 지닌 영화들은 과거에도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 on Heaven's Door>, <러스트 앤 본 Rust and Bone>, <50/50>  그리고 우리나라 영화인 <네버엔딩 스토리>까지. <안녕, 헤이즐>은 이러한 영화들과 같은 궤적에 있습니다. 불치병과 시한부 인생, 절망적인 상황에도 잃지 않는 유머,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성찰적인 시선, 감동적인 엔딩들 말이지요. <안녕, 헤이즐>은 이러한 관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주는 진정성과 감동은 관습을 뛰어넘어 여전히 유효합니다. 물론 그 배경을 차지하는 건 좋은 음악들입니다.


불치병 환자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헤이즐과 거스는 자신들이 읽었던 책을 공유하며 급속도로 친해집니다. 전화를 기다리는 헤이즐의 표정 너머로 음악이 들립니다. 제이크 버그의  'Simple As This'입니다. 제이크 버그는 19세였던 2012년 1집 [Jake Bugg]를 발표하며 데뷔했습니다. 노엘 겔러거로부터 천재라는 평가를 받았는데요[Shangri La]로 영국의 그래미 2013 머큐리어워즈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Simple As This'는 그의 1집에 수록된 곡입니다. 가사를 들어보면 제이크 버그는 애늙은이처럼 진지하고, 시적이고, 인생에 대한 통찰력을 선보입니다. 그래서인지 너무 빨리 죽음을 고민하게 된 영화의 주인공들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 Jake Bugg - Simple As This


책에서부터 시작된 헤이즐과 거스의 사랑은, 피터 반 후텐이라는 책의 저자를 찾아 네덜란드를 가는 데까지 이릅니다. 물론 그들의 불치병이 그걸 쉽게 허락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네덜란드에 닿은 헤이즐과 거스. 네덜란드 거리를 돌아다니며 데이트 하는 그들의 웃음과 더불어 인디언스의 'Oblivion'이 흐릅니다. 헤이즐과 거스가 처음 만났던 불치병 모임에서, 두려운 것이 뭐냐는 질문에 거스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잊혀진다는 것'. 네덜란드 데이트 씬(scene)에 쓰인 짧은 컷들은, 잊혀지는 일을 두려워한 거스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는 것도 받아들이라는 헤이즐이 함께 한 그들만의 기억입니다. 결코 '망각(Oblivion)' 되지 않을 기억말이지요. 인디언스의 노래는 그들의 기억을 축복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 Indians - Oblivion


거스는 네덜란드에서 암세포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자기 몸에 퍼져있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미국으로 돌아온 헤이즐의 앞에 놓인 건 거스의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었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거스는 결코 쿨하지 못했지만, 끝까지 유머를 잃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자신의 장례식을 살아서 보고 싶은 거스는, 헤이즐과 친구 아이작을 교회에 불러놓고 장례식 연습을 합니다. 추도사도 듣죠. 그러고는 8일 후에 조용한 죽음을 맞습니다. 거스의 진짜 장례식에서 헤이즐은 내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러다 혼자 차를 몰고 가는 씬에서 눈물을 쏟습니다. 헤이즐의 눈물을 타고 흘러내리는 노래가 버디의 'Not About Angels'입니다. 이 곡은 버디가 영화의 편집본을 미리 보고 집에 가서 바로 썼다고 합니다. 이런 감성은 버디의 1집 [Birdy]를 들어보신 분은 익히 아실 겁니다. 1집은 그녀가 15살이었던 2012년에 발표됐습니다. 15살 맞아, 할 정도로 사랑과 외로움의 감성을 뛰어나게 표현했던 앨범입니다. 심지어 데뷔앨범은 리메이크 앨범이었습니다. 어쨌든 'Not About Angels'은 관객들에게 헤이즐의 처절하고도 슬픈 감정 그 이상을 느끼게 해줬던 노래였습니다.

● Birdy - Not About Angels


헤이즐은 작가인 피터 반 후텐이 거스의 장례식 때 전해준 편지를 두고 두고 읽습니다. 이 편지는 스포가 있어서 자세히 설명드리지 않겠습니다. 영화에서 특정음악이 두 번 쓰인 건 딱 한 번 뿐입니다. 그 음악은 프랑스 일렉트로닉 밴드 M83의 'Wait'입니다. 네덜란드에서 헤이즐과 거스가 다리를 건너는 장면에서 첫번째로, 헤이즐이 잔디밭에 누워 편지를 읽는 장면에서 두번째로 사용됩니다. M83의 음악은 <웜 바디스>, <오블리비언> 등등 최근에 많은 영화에서 쓰일 정도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Wait'는 그들의 [Hurry Up, We're Dreaming]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몽환적이다가 후반부 갈수록 아름다워지는 M83의 음악을 통해, 거스와의 기쁜 사랑을 기억하려는 헤이즐의 슬픔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 M83 - Wait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 The Grandmaster>가 3D 버전으로 10월 재개봉합니다. 북미 개봉판으로 특별히 제작되는 것입니다. 3D 작업은 캐나다의 Gener8 Digital Media가 맡습니다. 이 회사는 <300 : 제국의 부활>, <고질라>, <어메이징 스파이더 맨> 등 다수 영화의 3D 변환을 맡았던 경력이 있습니다. 


북미판 일대종사는 러닝타임이 중국 내륙판보다 20분 가량 더 늘어났고, 스토리와 장면 그리고 인물관계 등에서 다른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일부 장면에는 특별히 자막 설명까지 덧붙였고, 특히 장진과 양조위의 무술대결 장면도 첨가됐다고 합니다.


왕가위 감독은 "이 영화는 영화적 센세이션 뿐 아니라 아름다운 스토리를 표현하기 위해 원래 3D를 염두해 두고 만들어졌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3D 포맷이라는 새로운 미학과 영화적 언어를 모색했었는데, 지금 우리가 이런 기회를  맞았다"며, 3D로 재탄생할 <일대종사>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Wong Kar-wai’s ‘Grandmaster’ to Release in 3D in October (EXCLUS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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