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23일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디즈니, 비아콤, 타임워너, 파라마운트, 소니, 21세기폭스, 컴캐스트 등 할리우드 스튜디오 관계자와 잇따라 회동을 가질 계획”이라며 “할리우드 영화와 TV드라마를 중국에 배급하기 위한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알리바바의 할리우드 투자배경에는, 지난 9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되면서 기업공개로 조달한 26조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건 실탄이고, 총구의 방향을 결정한 건 마윈 회장이 “향후 10년간 의료ㆍ건강산업과 문화오락 산업에 대한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이미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미 알리바바는 올해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 인수·합병(M&A)을 꾸준히 진행해왔습니다. 4월에는 디지털 미디어 광고회사인 [와수]의 지분 20%를 매입했고, 5월에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업체인 [요우쿠]의 지분 16.5%를 인수했습니다. 6월에는 영화·TV드라마 제작업체인 [차이나 비전]의 지분 60%를 매입했고, 아예 이름도 알리바바 픽처스 그룹으로 바꿔버렸습니다. 정말 지치지도 않고 긁어모았습니다. 


그리고 블룸버그의 기사 역시 점점 현실이 되어가는 분위기입니다. [Variety]는 28일 단독보도를 통해, 알리바바와 소니 픽쳐스가 공동투자 영화를 제작하는 사안을 놓고 접촉했다고 보도했습니다(Variety, "Alibaba, Sony Pictures In Co-Financing Talks (EXCLUSIVE)"). 물론 아직 양측이 합의에 도달한 것은 아닙니다. 마윈 회장도 소니 픽쳐스 외에 다른 투자제작사들을 만나기로 일정이 잡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사 내용에서 오랫동안 중국 시장을 개척해왔던 소니 픽쳐스의 중국지사장이 마 회장과의 미팅에 나온 것으로 보아, 할리우드가 제작한 영화, 드라마에 대한 중국 내 배급을 독점하기 위한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이는 앞으로 다른 투자제작사와의 미팅에서도 공통적으로 관철될 사안일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중국기업의 공격적 투자가 할리우드만 노리는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방한한 중국 기업의 고위인사가 한국 멀티플렉스를 모조리 인수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고, 현재 진행 중인 메가박스 인수전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합니다(씨네21 976호, "Editorial: 신에게는 아직..."). [씨네21]의 편집자 역시 글로 썼지만, 중국 기업의 투자는 양날의 칼입니다. 언제 어떻게 나를 벨 지 모르는 칼이 한국영화계를 쥐락펴락하는 날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영화계가 생존하기 위해선 콘텐츠 개발과 인적 자원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질적 성장이 꾸준히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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