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어제(1일)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25일부터 일주일간 총 57편의 영화가 경쟁했는데요. 올해 역시 대상은 없었습니다. 대상의 경우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되기 때문에 선정 자체가 까다롭습니다. 지금까지 대상 수상작은 <재능있는 소년 이준섭>(02, 신재인 감독), <남매의 집>(09, 조성희 감독), <숲>(12, 엄태화 감독) 등 딱 세 편 뿐입니다. 

영화제 폐막식에서는 각 장르별로 최우수 작품상을 발표하는데요. 대상과 함께 부문별 최우수 작품상 수상은 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장르별 수상작들을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 비정성시 - <좁은 길> 손민영 감독


좁은 방에 함께 사는 수철과 영호. 영화는 가난한 두 청춘의 이야기입니다. 한명은 택배배달을, 한명은 대리운전을 하며 사는데요. 그들 각자에게 사건이 벌어집니다. 자살과 실직에 내몰리는 두 젊음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송효정(영화평론가)은 이 영화를 영화판 ‘운수좋은 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설렁탕 한 그릇과 같은 따뜻한 보람이나, 성냥팔이 소녀가 켠 찰나의 불꽃 같은 미혹적 환상조차 없”는 “어둡고 좁은 길에 서 있다”는 오늘날의 청춘에 관한 영화라고 말했습니다.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 <님의 침묵> 이정민 감독


사내연애 중인 여자 선배 선우와 남자 후배 대윤. 사건은 대윤이 죽게 되면서 일어납니다. 바로 대윤에게 약혼녀가 있었다는 사실. 진실을 알게 된 선우는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에게 난 무엇이었을까? 그의 진심은 무엇일까?

박영석(미쟝센 단편영화제 프로그래머)은 남녀 간의 사랑의 속성과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감정의 조건들을 드러내는 영화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관계를 형성하는 조건이 완전히 바뀌었을 때 예전의 감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여성(선우)의 시선으로 섬세하고 정교하게 그려냈다고 평가했군요.



● 희극지왕 - <옆구르기> 안주영 감독


영화는 사춘기 소녀 정은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소녀의 감정과 일상을 관조하듯, 하지만 섬세하게 바라봅니다. 옆구르기 연습을 하다 다리를 다친 정은처럼, 그 시절 ‘삐끗’했던 경험을 통과해온 모든 이들에게 잔잔한 웃음을 선사하는 작품이라고 하네요(씨네 21, 한국 신예감독들의 현재).

정지욱(영화평론가) 또한 "사춘기, 성장, 이성애, 짝사랑 등 대한민국 중딩이 겪는 모든 것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있군요. "마지막까지 우리는 중딩 소녀 김정은을 응원하며 영화의 마지막 한 장면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 절대악몽 - <엠보이> 김효정 감독


빈 아파트에서 사마귀를 키우며 사는 소년에겐 세 가지 비밀이 있습니다. 엄마를 알지 못하는 것, 한 소녀의 눈을 마주보고 싶은 것, 마지막으로 이상한 존재로 변해가는 것. 카프카의 <변신>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차별과 폭력을 당하는 주인공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들추고 있다는 점은 평가받을만 합니다.

이 영화에 대해 김고운(미쟝센 단편영화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은 "야만적 세계에 맞서기 위한 도구로서의 폭력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를 명백하게 드러내”면서, “단 한줄기 희망도 없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공포스럽지만 폭력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디스토피아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 4만번의 구타 - <야누스> 김성환 감독


눈길에서 사람을 친 두 남녀다. 사건 처리를 두고서 남녀는 의견 차이를 보입니다. 신고를 하자는 여자, 그런 그녀를 윽박지르는 남자. 영화는 끝없는 범죄행각에 종지부를 찍을 한 여자의 결단의 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화정(영화저널리스트)은 "가장 미니멀한 장치로 인물들의 급박한 상황과 스릴감 넘치는 심리를 전달하려는 실험적 형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메르스의 영향 때문인지, 매년 90%를 넘던 좌석 점유율이 올해는 81%로 하락했습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극장과 IPTV 등에서 상영하는 수입의 전액을 상영 감독들에게 배분하는 유일한 영화제인데요. 나홍진, 이수진, 윤종빈, 강진아 등 현재 한국영화계의 중요한 감독들이 이런 혜택과 함께 발전해왔습니다. 내년에는 보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제를 찾길 바라봅니다. 



● 제1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수상내역








▲ 제68회 칸 영화제 폐막식에 모인 수상자들

지난 5월 23일(프랑스 현지시간) 제 68회 칸 영화제가 막을 내렸습니다. 총 19편의 공식경쟁작들이 12일간 상영됐습니다. 


정치적인 문제에 주목하다

황금종려상은 프랑스 영화 <디판 Dheepan>이 받았습니다. 스리랑카 이민자들의 삶을 담은 영화입니다. 정식 시민권을 받기 위해 가족 행세를 하던 두 남녀와 한 아이가 새로운 일자리를 얻기 위해 파리 외곽으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라고 합니다. 감독인 자크 오디아르는 지난 2009년 <예언자 A Prophet>를 통해서 이민자 문제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감독은 국내 영화매체와 인터뷰에서 “어떻게 인간다운 인간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라고 이 영화를 설명했습니다(씨네21, '자크 오디아르 인터뷰', 2015.06. No.1007).

▲ 제68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디판 Deepan> 스틸컷

외신들은 올해 1월 일어난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디판>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2월에 열린 베를린 영화제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영화를 황금곰상 수상작으로 선정한 것과 연장선에 있다고 봅니다. ‘샤를리 에브도’ 사건 이후, 베를린 영화제는 이란 정부에 의해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반체제 감독에게 최고상을 수여한 것이죠. 표현의 자유 논쟁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듯이 말입니다. 

이에 반해 칸 영화제는 프랑스의 오랜 사회문제인 이민자 사회통합이라는 보다 현실적인 사안에 방점을 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지난 4월에 발생한 지중해 난민선 침몰 사건으로 유럽 전체가 난민 문제에 골머리를 앓게 된 일도, 이번 <디판>의 황금종려상 수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동시대 유럽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영화의 역할'이라는 칸 영화제의 테마에 비춰본다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다양한 영화, 비슷한 이야기

 제68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코엔 형제

올해는 작품이나 감독의 국적 등에서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고자 노력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보다는 유럽과 아시아 영화들을  많이 배려했죠. 경쟁부문의 출품작들만 보면, 유럽, 아시아, 남미 영화들의 비율 맞추기가 느껴집니다. 최근 칸 영화제의 지나친 상업성을 여러 비평가들이 비판한 한 일이 이런 변화를 가져 온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갈 길이 아직은 멀어보입니다. 경쟁부문 19편 중에서 영국, 미국, 프랑스가 제작하거나 해당 국가의 국적을 가진 감독의 영화가 9편에 이를 정도였으니까요.

칸 영화제가 보여준 ‘약간'의 변화에 대해 국내 언론들은, 다양성을 추구했으나 결국 종착역은 프랑스라는 혹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주요부문의 상들을 프랑스 영화와 배우들에게 수여했다는 점을 꼬집은거죠. 굳이 영화제에서까지 국적을 들먹이며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조차 평가절하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리모(Thierry Fremaux)

외려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바로 이야기의 다양성이 부족했다는 점이죠.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된 영화들의 주제나 내용을 봅시다. <디판>, <사울의 아들>, <캐롤>, <램스> 등 초청된 영화들은 이민자, 홀로코스트, 동성애를 중요한 소재들을 다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랑, 가족관계와 형재애, 인간애를 성찰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모두 비슷한 지점에 이르고 있습니다. 때문에 소재보다는 주제의 다양성에 더 방점을 뒀어야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가디언 The Guardian]은  “영화제의 전체적인 퀄리티에 대한 비평가들의 평가가 엇갈린다”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리바이어던>, <윈터 슬립>, <미스터 터너>, <지미홀>, <폭스캐처>, <와일드 테일즈>, <클라우드 실즈 오브 마리아>, <마미>, <투 데이즈, 원 나잇> 같은 영화들을 볼 수 있었”던 작년 영화제와 비교했는데요. 주목을 끌만한 이야기가 부족했다는 점을 에둘러서 지적했던 것입니다.(2015: Jacques Audiar's Deepan Surprise Winner of Palme d'Or)

그래서 이런 평가를 하는 건 어떨까요. 거장들의 영화를 초청함으로써 오히려 안주하려고 했던 건 아닌가,라는. 평범한 많은 영화보다 흥미로운 영화 한 편을 만나는 일이야말로 영화팬들이 원하는 거겠죠. 변화가 아니라 어쩌면 영화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제1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 展>이 오늘(25일)부터 7월 1일까지, 아트나인과 메가박스 이수에서 열립니다. 올해 경쟁부문에 출품한 단편영화의 수가 870편이었다고 합니다. 역대 가장 많은 단편영화들이 경합을 벌였는데요. 이 중에서 예심을 통과한 57편이 관객들과 만나게 됐습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 展>은 타이틀처럼 단편영화들을 장르별로 세분화한 영화제입니다. 기존 단편영화제들과 다른 이유지요. 영화제의 경쟁부문은 비정성시, 사랑에 관한 짦은 필름, 희극지왕, 절대악몽, 4만번의 구타 등 5개 장르로 나뉩니다.

'비정성시'는 사회적 관점을 다룬 영화들로 <클린 미>, <혹한기>, <은혜>, <열대야> 등 18편이 출품됐습니다. '사랑에 관한 짦은 필름' 부문은 멜로 드라마입니다. <님의 침묵>, <그리고 가을이 왔다>, <낮달> 등 11편이 경쟁합니다. 코미디 장르를 다루는 '희극지왕'에는 <실버벨>, <누구인가>, <원플러스원> 등 9편이 상영됩니다. '절대악몽'은 공포, 호러부문으로 <엠보이>, <출사>, <사월>등 9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액션, 스릴러 영화들로 채워지는 '4만번의 구타'에는 <기음>, <야누스>, <야경꾼> 등 10편이 상영됩니다. 

경쟁부문 외에도 국내초청부문을 통해 다른 색깔의 단편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올해는 국내초청부문에 다섯 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우선 류승완 감독의 특별전입니다. 장단편을 불문하고 액션영화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녹아든 영화들을 많이 만들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작품의 완성도나 류승완 식 액션을 맛 볼 수 있는 단편영화들이 초청됐습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다찌마와 리>, <타임리스>, <남자니까 아시잖아요?>, <유령> 등 5편의 단편영화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다음은 '가(家)가-호호’라는 제목으로 선보일 9편의 단편영화입니다. 제목에서 생각할 수 있듯이, 초청된 단편들은 모두 ‘집’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2010년작인 <장미맨션>부터 2015년작 <실종>까지 가족, 전세대란, 층간소음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영화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미디 애니메이션만을 초청한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웃는게 웃는 게 아니야’라는 제목으로 총 7편을 모았는데요. 특히 연상호 감독의 2008년작 <사랑은 단백질>이란 애니메이션이 눈길을 끕니다. 

‘Direct-actress’라는 특별전도 열립니다.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문소리가 연출한 단편 2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배우의 삶에 초점을 맞춘 영화들입니다. 

26일부터 30일까지 매일 저녁 아트나인 야외공간에서 야외 상영 ‘춤추는 밤(Dancing Night)’이 열린다고 하네요. 야외 상영에서는 발레 공연을 소재로 한 <멘토>, 밤이 되면 록그룹 보컬로 변신하는 전업주부의 이야기인 <누구나 마음속엔 고양이가 산다>, 재즈밴드 멤버들의 이야기를 그린 <더 재즈 쿼텟> 등 5편이 상영된다고 합니다. 



공식 홈페이지 : 제1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 영화제 공식 트레일러





<굿나잇 앤 굿럭 Good Night, and Good Luck>은  조지 클루니가 연출한 두번째 영화입니다. 조지클루니는 이 영화로 2005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고,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각본상에 노미네이트 됐습니다.

영화는 ‘빨갱이’ 색출이 한창이던 195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매카시즘이라 불리는 공안정국 아래에서 언론인들이 진실을 보도하며 맞선다는 내용입니다. 좋은 시나리오와 그것을 구현해낸 연출력, 명료하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돋보이는 영화죠.

아울러 이 흑백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 건 바로 음악입니다. 1950년대 중반이라는 시대적 배경, 스크린에 자욱한 담배연기, 주제를 다루는 진중함은 흑백 화면에 입혀지는 재즈보컬과 지독하게 잘 어울립니다. 

보컬을 맡은 사람은 다이안 리브스(Dianne Reeves). 그래미 베스트 재즈 보컬 앨범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보컬리스트입니다. 그녀는 바로 이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로 2006년에 그래미 상을 받았죠. 다이안 리브스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생략하겠습니다. 좀 더 그리고 쉽게 알고 싶으시면, 아래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남무성 글, 그림(2011.12.03, 네이버 뮤직)


그럼 본격적으로 영화와 음악을 알아보겠습니다.

영화의 시작과 더불어 귀에 익은 음악이 나옵니다. 연회장에서 참석한 사람들이 인사를 주고 받으며,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는 편안함이 있습니다. ‘When I Fall In Love’라는 사랑노래가 덧붙여지면서 차분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 When I Fall In Love




주인공인 애드워드 머로가 나와 기조연설을 합니다. 그는 TV 시대에서 방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광고주와 스폰서십에 좌우되는 방송만 하다보면 망상에 빠질거란 걸 경고하는거죠. 플래시 백하면서 두번째 노래가 나옵니다. TV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알람처럼 말이죠.

● TV Is The Thing This Year




머로와 취재팀은 지역신문에 보도된 작은 기사에 주목합니다. 한 공군장교가 가족이 공산주의와 관련돼 있다는 이유로 해임된거죠. 머로는 장교의 해임이 부당하고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방송을 내보냅니다. 본격적으로 매카시즘을 다루기 전 연습게임이라고나 할까요. 내가 너 지켜보고 있다, 라는 경고도 함께요.
● I’ve Got My Eyes On You




머로와 취재팀은 이제 매카시즘을 정면으로 다루기 시작합니다. 경영진과 FBI의 압력 속에서도 꿋꿋하게 방송을 준비하죠. 그들은 방송을 통해, 법절차를 지키지 않는 맥카시 의원의 월권행위를 고발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해 주장합니다. 성공적인 방송이 끝나고 위스키를 마시는 장면에서 절묘한 음악이 나옵니다. 맥카시 의원의 심정(?)을 표현했달까요?
● You’re Driving Me Crazy




매카시즘의 허위성과 위험성을 밝히는 작업이 계속됩니다. 머로에 대한 허위사실과 인신공격도 이어지죠. 하지만 그를 더욱 슬프게 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다시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되어갈 때 쯤, 동료 앵커이자 그를 지지했던 돈 홀렌백이 자살하고 맙니다. 믿을 수 없다는 머로의 표정 위로 ‘How High The Moon’이 흐릅니다.
● How High The Moon




매카시즘 취재는 다소 쓸쓸한 결말을 맺습니다. 진실을 밝히고 시청자를 깨닫게는 했지만, 편성개편을 피할 수 없었던거죠. 머로의 기조연설로 돌아온 영화는, TV와 방송이 오락이나 상업성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TV를 깜빡이는 ‘바보상자’로 만들지 않는 건, 방송을 만드는 언론인의 날카로움과 치열함에 있는 건 아닐까요. 영화는 이런 울림과 함께 마지막 음악을 남깁니다. 
● One For My Baby




영화에서 쓰인 음악은 이렇게 여섯곡에 불과합니다. 물론 오리지널 스코어에는 15곡이 수록돼 있습니다. 스탠다드의 명곡들을 다이안 리브스의 목소리로 듣고 싶다면 꼭 들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아, 이 영화의 또 다른 재미는 다이안 리브스가 직접 출연해서 노래 부른다는 점입니다. 몇 컷 안 되지만 기억에 남네요. 50년대 라디오 스튜디오 라이브의 묘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클럽 씨네뮤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왕 신해철, 그의 영화음악  (0) 2014.10.28
<안녕, 헤이즐>의 음악들  (0) 2014.08.31
<우리 선희>를 지배하는 노래  (0) 2014.08.12
<이브 생 로랑> 속 음악들  (0) 2014.07.28


줄리안 무어에게 생애 첫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 준 영화입니다. 감독인 리처드 글랫저는 실제로 불치병인 루게릭병을 앓았습니다. <스틸 앨리스>는 감독이 투병 중에 만든 영화입니다.

리처드 글랫저 감독은 지난 3월 10일에 타계했는데요. 줄리안 무어의 여우주연상 수상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습니다. 힘든 상황을 극복해나가며 영화에 대한 집념을 불태웠던 감독에게 깊이 고개를 숙입니다. 그의 마지막 영화를 재밌게 보기 위한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봤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1. 신파로 치닫지 않은 드라마

<스틸 앨리스>의 경우, 가끔 뻔한 연출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전 영화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우선 인지언어학 교수가 뇌기능을 상실하는 알츠하이머에 걸린다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유전을 통해 자녀들에게까지 이어진다는 의학적 사실도 좋은 소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알츠하이머를 대하는 방식입니다. 영화는 알츠하이머를 어느 날 갑자기 ‘발병’한 것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증상을 보이다가 ‘찾아온’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낯익은 손님처럼 ‘찾아온’ 불치병을, 주인공은 혼란과 두려움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대신 단어를 외우고 메모를 하고 벽마다 포스트잇을 붙입니다. 매일 조깅하는 일상에 몇 가지 일을 ‘더한’ 것 뿐이죠. 굳이 불치병과 사활을 건 싸움은 하지 않습니다. 힘들고 고통스런 과정을 보여주지만 감동과 눈물을 쥐어짜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가 그저그런 신파로 빠지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2. 이기적이고 쿨한 가족상(像)

<스틸 앨리스>에 나오는 가족들은 좀 이상(?)합니다. 이기적이고 쿨합니다.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를 물려받았다는 딸이 앨리스에게 보이는 냉담한 반응. 의사로서 성공이 우선인 아들과 남편. 대학도 안 가고 연극에 빠져 있는 막내딸. 이들은 앨리스에게 연민과 동정은 있지만, 나의 문제로까지 나아가지 않기를 바라는 듯 합니다. 병이 점점 악화돼 가는 앨리스를 두고 질병연구소장직을 위해 타지로 떠나려는 남편, 그를 대신해 엄마를 보살피러 온 막내딸이 투덜거리는 장면은 놀라운(?) 가족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3. 일상을 먹먹하게 연기하다

연기만으로도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가 있습니다. <스틸 앨리스>가 그렇습니다. 상을 받아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못 받았다면, 왜 안 줬지라는 의문을 품었을만큼 줄리안 무어는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플랜B’를 노트북에 영상을 남기는 장면, 화장실을 찾다가 바지에 소변을 지리는 장면, 알츠하이머 환자들 앞에서 연설하는 장면, ‘플랜B’를 실행하는 장면 등등. 많은 씬들에서 확고한 존재감을 자랑합니다. 무엇보다 증상 초기부터 완전히 기억과 언어를 상실하는 시기까지, 앨리스가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꼽고 싶은 장면이 있는데요. 중증을 앓으면서도 막내딸에게 “그래도 대학은 가야 하지 않겠냐”며 타이르던 씬입니다. 영화 초반, 앨리스가 투병하기 전에도 막내딸에게 이렇게 말하던 씬이 있습니다. 병의 유무와 상관 없이 ‘여전히’ 엄마로서 딸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었겠죠. 불치병도 무너뜨릴 수 없는, ‘여전히 앨리스’인 자기 존재를 증명하려는 듯이 말이지요.


● 한 줄로 말하는 영화 : 빗물처럼 스며든 앨리스라는 존재, 줄리안 무어라는 존재.

● 내 마음대로 별점 : ★★★☆





느닷없이 다가온 폭력에 대하여

70여년 가까이 지났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제주에 있습니다. 땅과 인간과 시간에 깊은 생채기를 낸 대학살의 역사. 영화 <비념>은 4.3 사건이라고 기록된 과거를 곱씹으며 현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반공주의 완장을 두르면서 시작된 폭력은 폭풍처럼 몰아닥칩니다. 고삐풀린 폭력은 ‘빨갱이’와 관련없는 민간인들까지 학살하기에 이르죠. 영화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듣고 집단처형 장소, 집단학살이 일어난 마을을 담습니다. 죽음을 피해 일본으로 가야만 했던 생존자들도 만납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가지는 미덕은, 여전히 인간의 삶을 망가뜨리는 현재의 폭력으로까지 시야를 넓히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비념>이란 제목처럼 영화는 굿판으로 시작해서 굿판으로 끝납니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건 물론 지금도 끝나지 않은 폭력의 시대를 멈추고자 기원하는 비념 말이지요.




<지슬 - 아직 끝나지 않은 세월>과 <비념>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두 편의 영화가 2012년에 제작됐습니다.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적 차이도 있지만, 무엇보다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고 표현하는 화법이 다릅니다.

우선 <지슬 - 아직 끝나지 않은 세월>은 제의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학살된 민간인들의 영혼을 달래려는 익살스럽고도 경건한 굿판이라고 말할 수 있죠. 영화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씻김굿 한판으로 모든 걸 잊을 수 없겠지만, 비극적 과거와 화해하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는 겁니다. <지슬>이 보여주는 마술적 리얼리즘이 큰 울림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반대로 <비념>은 4.3 사건을 현재진행형으로써 다루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증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의 사건과 엮어서 통찰하는 시각을 보여줍니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과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죠. 때문에 <지슬>과는 달리 화해를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폭력과 비극이 계속돼야 하는 지를 묻고 있습니다. 집단학살에 대한 생존자의 목소리를 평온한 일상의 이미지들에 얹힘으로써 비극성을 극대화하는 표현력이 뛰어납니다. 




형식과 표현 사이의 까슬까슬함

<비념>은 회화적으로 연출된 이미지들이 많습니다. 추상적으로 표현된 이미지들이 사실적 영상과 어울려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목넘김이 부드럽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4.3 사건과 강정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두 문제를 통찰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밀도가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다큐멘터리라는 다소 직설적인 형식과 감독이 추구했던 은유적 표현방식의 거리가 좁혀졌다면, 더 나은 <비념>을 만날 수 있었을거란 아쉬움이 드네요.



● 한 줄로 말하는 영화 : 멈추어야 할 폭력의 시대를 위해

● 내 마음대로 별점 : ★★★☆



지난 9일(프랑스 현지시간) 칸 영화제 사무국은 명예황금종려상(A Palme d'honneur) 수상자를 발표했습니다. 아그네스 바르다(Agnès Varda)가 그 주인공입니다. 

명예황금종려상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작품을 선보였지만, 황금종려상과는 인연이 없었던 감독들에게 주는 상입니다.

영화제 50주년이었던 지난 1997년, <황금종려상 중의 황금종려상>이란 이름으로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을 선정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명예황금종려상을 만들면서 이어져 왔는데요. 2002년 우디 앨런, 2009년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리고 2011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받았습니다. 아그네스 바르다 감독은 다섯번 째로 이 상의 수상자가 됐습니다.

영화제 마지막날 아그네스 바르다에게 수상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누벨바그의 할머니

1928년 생인 감독은 프랑스 파리에서 예술사와 사진을 전공했습니다. 전 세계를 돌며 찍었던 사진들로 전시회를 열면서 사진작가로서 이름을 알립니다. 그 후 자연스레 영화 작업에 뛰어들었는데요. 1955년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이라는 영화로 데뷔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누벨바그라는 영화적 기술, 표현방법들을 5년 여 정도 앞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영화제 측 또한 “누벨바그가 시작하기 5년 앞서 만든 이 영화에는 누벨바그를 규정하는 모든 요소가 들어있다. 젊은 세대의 롤모델이자 경계를 무너뜨린 자유정신을 체현한 예술가”라며, 명예황금종려상을 선정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그네스 바르다는 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 초반까지 누벨바그의 전성기를 수놓은 중요한 감독으로서 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습니다. 2011년 현재까지 총 50여편에 이르는 단편, 장편, 다큐멘터리, TV 드라마 등을 연출하면서, 여전히 예술에 대한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 주요 필모그래피(장편영화)

1.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La Pointe Courte), 1955
2. 오페라 무페 거리(L’Opera Mouffe), 1958
3. 5시에서 7시까지의 끌레오(Cleo De 5 A 7), 1962
4. 행복(Le Bonheur), 1965
5.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L’Une Chante, L’Autre Pas), 1977
6. 방랑자(Sans Toit Ni Loi), 1985
7. 아무도 모르게(Kung Fu Master), 1987 
8. 낭뜨의 자꼬(Jacquot De Nantes), 1991
9. 시몽 시네마의 101의 밤(Les Cent Et Une Nuits De Simon Cinema), 1995


 주요 수상경력

1. 칸 프랑스 비평가상(1962) -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2. 베를린 은곰상(1965) - 행복
3. 베니스 황금사자상(1985) - 방랑자


 사진출처 : 칸 영화제 공식홈페이지



제68회 칸 영화제 공식/비공식/단편 부문에 초청된 영화들이 확정됐습니다. 영화제 사무국 측은 지난 16일(프랑스 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라인업을 발표했는데요. 허우 샤오시엔, 구스 반 산트, 토드 해인즈, 자크 오뒤아르, 난니 모레티, 파올로 소렌티노, 지아 장커, 지오르고스 란디모스 등 이름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감독들의 영화가 경쟁부문에 초청됐습니다. 

공식 경쟁부문만 보자면, 헐리우드, 유럽, 아시아 등등 다양한 지역의 영화들을 선정해 균형있는 영화제를 만드려는 의도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미 명성이 있고 확고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거장의 영화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데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경쟁 부문 초청작 리스트



 <Dheepan>



<예언자 A Prophet>, <재와 뼈 Rust and Bone> 등을 연출했던 자크 오디아르의 신작입니다. 스리랑카 타밀 반군 출신의 경비원이 불편한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합니다. 


 <La Loi du Marché>


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첫번째로 선정된 스테판 브리제의 영화입니다. 50대 슈퍼마켓 경비원이 겪게 되는 도덕적 딜레마를 다룬 영화라고 합니다. 


 <Marguerite et Julien>


<줄 앤 짐 Jule et Jim>의 각본을 썼던 장 그뤼오의 1971년 작품을 각색한 영화라고 합니다. 근친상간이 소재라고 하는데요. 여성감독인 발레리 돈젤리가 어떤 시각으로 그렸을지 궁금해지네요.


 <Il Racconto Dei Racconti>


마테오 가로네는 칸 영화제에서 두 번이나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감독입니다. 신작 영화가 2012년 이후 다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됐습니다. 이번 영화는 17세기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동화 모음집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전작들과 더불어 어떤 동화적 상상력을 발휘한 영화일지 기대되네요. 


 <Carol>


오랜만에 토드 헤인즈의 영화를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밀드레드 피어스 Mildred Pierce> 이후 연출작으로는 5년만입니다. 이번 영화에는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가 주연을 맡았다고 합니다. 파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프라이스 오브 솔트 Price of Salt>를 각색한 영화입니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레즈비언들의 사랑이야기라고 하는군요. 


 <The Assassin> 


허우 샤오시엔이 연출한 영화입니다. 이번엔 중국 당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이라고 하네요. <쓰리 타임즈>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던 서기와 장첸이 다시 주연을 맡았습니다. 


 <Mountains May Depart>


2013년 <천주정 A Touch of Sin>으로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지아 장커 감독의 신작입니다. 


 <Umimachi Diary>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아무도 모른다> 등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감독이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입니다. 한국어 제목으로는 <바다마을 다이어리>군요. 요시다 아키미의 동명 만화가 원작으로, 바다마을에 사는 네 자매의 이야기 입니다.


 <Macbeth>


제목 그대로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현대적으로 각색했다고 합니다. 주연이 마이클 패스벤더와 마리옹 꼬띠아르라고 하네요. 두 배우는 이 영화의 감독인 저스틴 커젤과 함께 <어쌔씬 크리드 Assasin Creed>에도 출연할 예정입니다.


 <The Lobster>

<송곳니 Dogtooth>로 2009년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했던 지오르고스 란디모스의 신작입니다. 콜린 파렐, 레이첼 와이즈, 벤 위쇼, 올리비아 콜먼, 레아 세이두 등등. 란티모스 감독 영화 중 가장 화려한 라인업이군요. 영화는 싱글남녀들을 체포해서 45일간 강제 동거를 시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역시나 독특하네요.


 <Mon Roi>

과거 뤽 베송 감독의 아내로 많이 알려져 있던 마이엔 르 베스코의 영화입니다. 이번 영화제 개막작인 <LA TÊTE HAUTE 당당하게>의 감독 엠마누엘 베르코가 출연합니다. 뱅상 카셀과 함께 러브 스토리를 펼친다고 하는군요.


 <Mia Madre>


<내 어머니>라는 제목처럼 난니 모레티가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Saul Fia>

헝가리 출신 라즐로 네메즈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칸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된 건 대단히 이례적입니다. 오랫동안 벨레 타르 감독에게서 영화를 배웠다는 후광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가 좋지 않다면 선정되지 않았겠죠. 1944년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배경으로 학살된 유대인들의 시신을 불태우는 유대인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Youth>


2014년 <그레이트 뷰티 The Great Beauty>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던 파올로 소렌티노의 신작입니다. 마이클 캐인이 주연을 맡았다고 합니다. 엘리자베스 2세와 필립 공으로부터 연주 초청을 받은 은퇴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Louder Than Bombs>

2011년 <오슬로, 8월 31일 Oslo, August 31st>로 주목할만한 시선부문에 초청된 적이 있는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영화입니다. 종군 사진기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3년 뒤, 전쟁과 관련한 비밀들이 밝혀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가브리엘 번과 제시 아이젠버그가 출연하는 영화라고 합니다. 


 <The Sea of Tree>


감독 구스 반 산트, 매튜 매커너히와 와타나베 켄 그리고 나오미 왓츠 주연의 영화입니다. 일본의 ‘자살 숲’을 배경으로 삶과 죽음을 주제로 다뤘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밀크 Milk> 같은 밀도 깊은 영화라면 좋겠습니다.



 <Sicario>


멕시코 마약 밀무역과 그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에밀리 블런트, 베네치오 델 토로, 조쉬 브롤린 등이 출연했습니다. 감독인 드니 빌뇌브는 2009년 이후 칸 영화제에 오랜만에 초청받았네요. 게다 공식 경쟁부문은 처음입니다.


● 사진출처 : 칸 영화제 공식홈페이지, 네이버 영화, IMDB




박정범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산다>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습니다. 영화는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 2014]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집에 대한 소망을 품고 살아가는 노동자 정철이 삶의 의지를 발견하는 영화라고 합니다. 티저 예고편 속에서도 영화가 표현하려는 삶의 의미를 얼핏 느낄 수 있는데요. 2시간 30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이지만, 좌절과 고통을 극복해 나가는 삶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 지 기대를 갖게 합니다. 

작년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청년비평가상을 수상한 이후부터 각종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요.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산다>는 돈, 위선, 가족이라는 기만의 함정을 통과하는 고통스러운 삶의 길을 보여준다”라며 “타인에 대한 선의를 통해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 영화의 엄격하고 객관적인 톤은 삶의 긍정적인 힘을 허락한다”는 찬사를 보낸 바 있습니다. 

오는 5월에 개봉합니다. 


● 티저 예고편


● 관련 글 : 박정범 감독 청년비평가상 수상(2014.08.19)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유독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들이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하는 경향이 많았습니다. <와일드 Wild>도 그 중 하나입니다. 상상력과 스토리텔링의 부족에 시달리는 건 헐리우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설과 실화에 눈을 돌리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들이 많습니다. 특히 영화로 옮겨지는 실화들은 주로 ‘감동’을 주는 이야기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1. 명상과 성찰을 말하는 실화

<와일드>는 조금 다릅니다. 4,000km가 넘는 태평양 종주길에서 온갖 수난과 고행을 겪은 주인공의 이야기에서는 힐링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대자연을 대할 때의 벅차 오르는 감정도 없습니다. 산을 오르느라 헐떡거리는 카메라는 대자연을 아름답게 찍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죠. 좀 거칠게 말하면, 주인공의 경험이 유별나게 특별나거나 드라마틱 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와일드>는 더 본질적이고 복잡한 무엇과 마주하게 합니다. 후회하거나 되돌아본다는 게 아닙니다. 주인공은 과거를 떠올리며 자주 욕을 내뱉기도 합니다. 주인공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새롭게 나아가는 일이죠. '나아가기 위한 멈춤’이 필요한데, 그 방법으로 택한 것이 태평양 종주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에게 걷는다는 행위는 내적인 명상을 위해 멈추는 행위와 같습니다. 명상과 인생에 대한 성찰. 이 영화가 갖는 다른 힘이란 바로 이것 입니다. 


2. 플래시백과 교차편집


주인공은 태평양 종주길을 혼자 걷습니다.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는 이유가 있죠. <와일드>는 그 연유를 플래시백(flachback)과 교차편집(cross cutting)으로 설명합니다. 현재는 시간순서대로 배열했지만, 과거는 불균형적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오래된 기억의 단편을 보듯이 말이죠. 보시면 아시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과거 사건에 대한 극적 긴장감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아무튼 영화는 길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인물들을 중심으로만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과거를 플래시백과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면서, 주인공의 내면과 그 변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주인공의 내레이션, 겪었던 사건, 주변인물, 심리, 시점샷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화적 요소들을 통해 주인공을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줍니다. 

다만 과거 회상에서 자주 등장하는, 어머니에 대한 환상 신은 전체적인 흐름을 끊기도 합니다. 주인공의 감정변화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건 이해하겠지만, 다소 작위적으로 연출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3. 인생을 묻다

답보단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기준이라면 <와일드>는 분명 좋은 영화입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은 삶이 어디 있을까요. 그럼에도 우리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 하죠. <와일드>는 과거의 아픔과 이별하는 방법을 말하진 않습니다. 홀로 걷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러고선 묻죠. 자, 이제 당신은 인생을 어떻게 걸어갈 건가요, 라고 말입니다. 

주인공처럼 태평양 종주길 위에 서야만 하는 건 아닐 겁니다. 지금부터 2시간 동안 <와일드>를 보는 일만으로도, 우리 각자가 걸어갈 방법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다시 인생을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요.



● 한 줄로 말하는 영화 :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바람 같은 인생이 어디 있으랴.

● 내 마음대로 별점 : ★★★☆





1. 사랑 그 놈, 또 그 놈

모든 것은 사랑, 그 놈 때문입니다. 물론 사랑은 인간의 본능이자 드라마의 원천이죠. 문제는 ‘주구장창’ 사랑 뿐이라는 데 있습니다.

영화의 영어 제목은 ‘empire of lust’, 욕망의 제국 되겠습니다. 한국어 제목에서는 역설적인 의미로 ‘순수’를 넣었습니다. 영화에는 네 명의 캐릭터가 나옵니다. 사랑에 목마른 자, 복수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 권력을 욕망하는 자, 그냥 발정난 자. 하지만 영화는 이들이 느끼는 사랑과 욕망과 발정의 차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나중엔 영화 스스로도 헷갈리고 있습니다. 쉬운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신파적인 사랑이죠.

때문에 캐릭터는 캐릭터대로, 이야기는 이야기대로 입체감과 깊이에서 멀어집니다. 좋은 드라마가 설계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음에도, 소위 안전빵(?)을 선택하면서 영화는 많은 아쉬움을 남깁니다. 


2. 평면적인 이야기와 캐릭터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법은 기시감이 들 정도로 여러 영화들을 닮아 있습니다. 붉은 색과 흰 색의 대비, 칼의 직선과 춤의 곡선, 팜므파탈, 미인계 같은 극적요소들은 이미 많은 영화에서 다루었던 것들입니다. 이를 표현하는 감독의 ‘드립력’이 영화의 성패를 만듭니다.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도 감독의 표현력에 따라 <색, 계>처럼 인간의 영혼을 건드리는 영화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순수의 시대>의 경우는 관객이 예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이야기와 캐릭터가 전개됩니다. 평범하다는 말입니다. 감독의 연출력과 각본의 한계가 정점에 달하는 시퀀스가 있습니다. 권력에 대한 욕망과 사랑이 부딪히고 싸우는 결정적인 장면입니다. 절정이자 갈등이 폭발하는만큼 짜임새가 무엇보다 중요하죠. <순수의 시대>는 가장 촘촘해야 할 시퀀스에서조차 다소 의아스러운 방향으로 전개합니다. 역사는 그 자체가 스포일러라 색다른 전개를 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역사적 사실을 어느 정도는 따라야 했다고 봅니다. 적어도 그 시퀀스를 그렇게 밋밋하게 만들거였다면 말이죠.


요즘 개봉하는 한국영화들을 보면 일종의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재미없고 평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상업적 실패를 피하려고 선택하는 관습적인 이야기 구조. 즉 이렇게 하면 망하지는 않더라, 라는 학습효과를 따르는 것이죠. 과거에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모두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관습에 기대는 일은 한국영화의 힘을 갉아 먹고 상상력의 부재, 다양성의 상실을 가져올 것입니다.

관객은 정답을 바라지 않습니다. 논술, 구술 학원에서 배운 듯한 똑같은 수사법을 원치 않습니다. 창의적인 오답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위플래쉬>가 카타르시스를 주는 이유는, 관객들의 생각을 ‘배반’하는 독특한 오답 때문입니다.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용기있는 상상력을 가진 한국영화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에 사족을 붙입니다.



● 한 줄로 말하는 영화 : 인간의 욕망에 관한 물음에 내놓은 준비된 백지 답안

● 내 마음대로 별점 : ★★



▲ 제68회 칸 영화제 공식 포스터


올 5월 개최되는 68회 칸 영화제의 공식 포스터가 23일(프랑스 현지시간)에 공개됐습니다. 작년은 주인공인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가 선글래스를 살짝 내리며 관객을 쳐다보는 <8과 1/2>의 한 장면이 공식 포스터였죠. 올해는 잉그리드 버그만(Ingrid Bergman)입니다. 

공식 포스터에 사용된 잉그리드 버그만의 사진은 데이비드 시무어(David Seymour)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데이비드 시무어는 국제 자유 보도사진 작가그룹인 매그넘 에이전시(Magnum photos)의 공동 창립자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로버트 카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조지 로저 등도 매그넘을 창립한 멤버들이죠. 

이번 포스터를 만든 작가는 에르베 시지오니(Hervé Chigioni)와 그래픽 디자이너 길 프라피에(Gilles Frappier)입니다. 이들은 작년에 이어 영화배우를 소재로 영화제 포스터를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포스터를 가지고 30초짜리 애니메이션 스팟 영상도 만들었군요.

● 스팟 영상


칸 영화제는 그동안 고전 영화와 전설적인 배우들을 기억하기 위해 2012년부터 배우들의 모습을 공식 포스터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마릴린 먼로, 2013년은 폴 뉴먼과 조앤 우드워드 부부 그리고 작년에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를 등장시켰습니다.


▲ <카사블랑카>에서 '일사 런드' 역을 맡았던 잉그리드 버그만

잉그리드 버그만은 연기로써는 칸 영화제와 인연을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1972년 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바 있으며, 역설적이게도 칸 영화제가 애정을 가졌던 영화감독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잉마르 베리만, 알프레드 히치콕, 로베르토 로셀리니 등과 많은 영화를 찍었습니다. 로버트 카파와의 연애, 특히 로베르토 로셀리니와의 불륜 등 비난받을 스캔들도 뿌렸구요. 하지만 영화계에서 잉그리드 버그만이 차지하는 위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칸 영화제 측은 “현대적인 아이콘이자 자주적인 여인상을 구현했고, 두려움을 모르는 여배우이며, 뉴리얼리즘에 있어서 권위를 가지는 독보적인 배우”라고 열렬히 칭송했습니다.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스티그 비요크만이 연출한 <잉그리드 버그만, 그녀만의 언어 Ingrid Bergman, in Her Own Words>라는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고 합니다.

또한 올해 9월에는 잉그리드 버그만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칸 영화제 측은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데요. 그녀의 딸인 이사벨라 로셀리니와 함께 스톡홀름, 파리, 런던, 로마, 뉴욕 등 5개 도시를 순회하며, 잉그리드 버그만을 기리는 각종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이런 세심한 준비들이 영화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앞서 영화제 측이 바친 칭송의 표현들을 공식 포스터에 써넣으면 마치 잉그리드 버그만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 포스터 및 스틸컷 출처 :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네이버 영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