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어제(1일)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25일부터 일주일간 총 57편의 영화가 경쟁했는데요. 올해 역시 대상은 없었습니다. 대상의 경우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되기 때문에 선정 자체가 까다롭습니다. 지금까지 대상 수상작은 <재능있는 소년 이준섭>(02, 신재인 감독), <남매의 집>(09, 조성희 감독), <숲>(12, 엄태화 감독) 등 딱 세 편 뿐입니다. 

영화제 폐막식에서는 각 장르별로 최우수 작품상을 발표하는데요. 대상과 함께 부문별 최우수 작품상 수상은 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장르별 수상작들을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 비정성시 - <좁은 길> 손민영 감독


좁은 방에 함께 사는 수철과 영호. 영화는 가난한 두 청춘의 이야기입니다. 한명은 택배배달을, 한명은 대리운전을 하며 사는데요. 그들 각자에게 사건이 벌어집니다. 자살과 실직에 내몰리는 두 젊음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송효정(영화평론가)은 이 영화를 영화판 ‘운수좋은 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설렁탕 한 그릇과 같은 따뜻한 보람이나, 성냥팔이 소녀가 켠 찰나의 불꽃 같은 미혹적 환상조차 없”는 “어둡고 좁은 길에 서 있다”는 오늘날의 청춘에 관한 영화라고 말했습니다.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 <님의 침묵> 이정민 감독


사내연애 중인 여자 선배 선우와 남자 후배 대윤. 사건은 대윤이 죽게 되면서 일어납니다. 바로 대윤에게 약혼녀가 있었다는 사실. 진실을 알게 된 선우는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에게 난 무엇이었을까? 그의 진심은 무엇일까?

박영석(미쟝센 단편영화제 프로그래머)은 남녀 간의 사랑의 속성과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감정의 조건들을 드러내는 영화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관계를 형성하는 조건이 완전히 바뀌었을 때 예전의 감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여성(선우)의 시선으로 섬세하고 정교하게 그려냈다고 평가했군요.



● 희극지왕 - <옆구르기> 안주영 감독


영화는 사춘기 소녀 정은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소녀의 감정과 일상을 관조하듯, 하지만 섬세하게 바라봅니다. 옆구르기 연습을 하다 다리를 다친 정은처럼, 그 시절 ‘삐끗’했던 경험을 통과해온 모든 이들에게 잔잔한 웃음을 선사하는 작품이라고 하네요(씨네 21, 한국 신예감독들의 현재).

정지욱(영화평론가) 또한 "사춘기, 성장, 이성애, 짝사랑 등 대한민국 중딩이 겪는 모든 것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있군요. "마지막까지 우리는 중딩 소녀 김정은을 응원하며 영화의 마지막 한 장면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 절대악몽 - <엠보이> 김효정 감독


빈 아파트에서 사마귀를 키우며 사는 소년에겐 세 가지 비밀이 있습니다. 엄마를 알지 못하는 것, 한 소녀의 눈을 마주보고 싶은 것, 마지막으로 이상한 존재로 변해가는 것. 카프카의 <변신>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차별과 폭력을 당하는 주인공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들추고 있다는 점은 평가받을만 합니다.

이 영화에 대해 김고운(미쟝센 단편영화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은 "야만적 세계에 맞서기 위한 도구로서의 폭력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를 명백하게 드러내”면서, “단 한줄기 희망도 없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공포스럽지만 폭력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디스토피아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 4만번의 구타 - <야누스> 김성환 감독


눈길에서 사람을 친 두 남녀다. 사건 처리를 두고서 남녀는 의견 차이를 보입니다. 신고를 하자는 여자, 그런 그녀를 윽박지르는 남자. 영화는 끝없는 범죄행각에 종지부를 찍을 한 여자의 결단의 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화정(영화저널리스트)은 "가장 미니멀한 장치로 인물들의 급박한 상황과 스릴감 넘치는 심리를 전달하려는 실험적 형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메르스의 영향 때문인지, 매년 90%를 넘던 좌석 점유율이 올해는 81%로 하락했습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극장과 IPTV 등에서 상영하는 수입의 전액을 상영 감독들에게 배분하는 유일한 영화제인데요. 나홍진, 이수진, 윤종빈, 강진아 등 현재 한국영화계의 중요한 감독들이 이런 혜택과 함께 발전해왔습니다. 내년에는 보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제를 찾길 바라봅니다. 



● 제1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수상내역








  1. BlogIcon 보빈씨 2015.08.20 17:32 신고

    '심사위원 만장일치' 여야만 대상이 결정된다... 미쟝센 단편영화제만의 재밌는 특징이자 흥행 요소(?)일 수도 있겠네요 ㅋㅋㅋ
    14년 늦은 뒷북 팡팡 치고 있음 ㅋㅋㅋㅋ 이런 선정방식의 영화제가 또 있나요~?

▲ 제68회 칸 영화제 폐막식에 모인 수상자들

지난 5월 23일(프랑스 현지시간) 제 68회 칸 영화제가 막을 내렸습니다. 총 19편의 공식경쟁작들이 12일간 상영됐습니다. 


정치적인 문제에 주목하다

황금종려상은 프랑스 영화 <디판 Dheepan>이 받았습니다. 스리랑카 이민자들의 삶을 담은 영화입니다. 정식 시민권을 받기 위해 가족 행세를 하던 두 남녀와 한 아이가 새로운 일자리를 얻기 위해 파리 외곽으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라고 합니다. 감독인 자크 오디아르는 지난 2009년 <예언자 A Prophet>를 통해서 이민자 문제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감독은 국내 영화매체와 인터뷰에서 “어떻게 인간다운 인간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라고 이 영화를 설명했습니다(씨네21, '자크 오디아르 인터뷰', 2015.06. No.1007).

▲ 제68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디판 Deepan> 스틸컷

외신들은 올해 1월 일어난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는데요. <디판>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2월에 열린 베를린 영화제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영화를 황금곰상 수상작으로 선정한 것과 연장선에 있다고 봅니다. ‘샤를리 에브도’ 사건 이후, 베를린 영화제는 이란 정부에 의해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반체제 감독에게 최고상을 수여한 것이죠. 표현의 자유 논쟁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듯이 말입니다. 

이에 반해 칸 영화제는 프랑스의 오랜 사회문제인 이민자 사회통합이라는 보다 현실적인 사안에 방점을 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지난 4월에 발생한 지중해 난민선 침몰 사건으로 유럽 전체가 난민 문제에 골머리를 앓게 된 일도, 이번 <디판>의 황금종려상 수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동시대 유럽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영화의 역할'이라는 칸 영화제의 테마에 비춰본다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다양한 영화, 비슷한 이야기

 제68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코엔 형제

올해는 작품이나 감독의 국적 등에서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고자 노력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보다는 유럽과 아시아 영화들을  많이 배려했죠. 경쟁부문의 출품작들만 보면, 유럽, 아시아, 남미 영화들의 비율 맞추기가 느껴집니다. 최근 칸 영화제의 지나친 상업성을 여러 비평가들이 비판한 한 일이 이런 변화를 가져 온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갈 길이 아직은 멀어보입니다. 경쟁부문 19편 중에서 영국, 미국, 프랑스가 제작하거나 해당 국가의 국적을 가진 감독의 영화가 9편에 이를 정도였으니까요.

칸 영화제가 보여준 ‘약간'의 변화에 대해 국내 언론들은, 다양성을 추구했으나 결국 종착역은 프랑스라는 혹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주요부문의 상들을 프랑스 영화와 배우들에게 수여했다는 점을 꼬집은거죠. 굳이 영화제에서까지 국적을 들먹이며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조차 평가절하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리모(Thierry Fremaux)

외려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바로 이야기의 다양성이 부족했다는 점이죠. 올해 칸 영화제에 초청된 영화들의 주제나 내용을 봅시다. <디판>, <사울의 아들>, <캐롤>, <램스> 등 초청된 영화들은 이민자, 홀로코스트, 동성애를 중요한 소재들을 다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랑, 가족관계와 형재애, 인간애를 성찰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모두 비슷한 지점에 이르고 있습니다. 때문에 소재보다는 주제의 다양성에 더 방점을 뒀어야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가디언 The Guardian]은  “영화제의 전체적인 퀄리티에 대한 비평가들의 평가가 엇갈린다”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리바이어던>, <윈터 슬립>, <미스터 터너>, <지미홀>, <폭스캐처>, <와일드 테일즈>, <클라우드 실즈 오브 마리아>, <마미>, <투 데이즈, 원 나잇> 같은 영화들을 볼 수 있었”던 작년 영화제와 비교했는데요. 주목을 끌만한 이야기가 부족했다는 점을 에둘러서 지적했던 것입니다.(2015: Jacques Audiar's Deepan Surprise Winner of Palme d'Or)

그래서 이런 평가를 하는 건 어떨까요. 거장들의 영화를 초청함으로써 오히려 안주하려고 했던 건 아닌가,라는. 평범한 많은 영화보다 흥미로운 영화 한 편을 만나는 일이야말로 영화팬들이 원하는 거겠죠. 변화가 아니라 어쩌면 영화제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제1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 展>이 오늘(25일)부터 7월 1일까지, 아트나인과 메가박스 이수에서 열립니다. 올해 경쟁부문에 출품한 단편영화의 수가 870편이었다고 합니다. 역대 가장 많은 단편영화들이 경합을 벌였는데요. 이 중에서 예심을 통과한 57편이 관객들과 만나게 됐습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 展>은 타이틀처럼 단편영화들을 장르별로 세분화한 영화제입니다. 기존 단편영화제들과 다른 이유지요. 영화제의 경쟁부문은 비정성시, 사랑에 관한 짦은 필름, 희극지왕, 절대악몽, 4만번의 구타 등 5개 장르로 나뉩니다.

'비정성시'는 사회적 관점을 다룬 영화들로 <클린 미>, <혹한기>, <은혜>, <열대야> 등 18편이 출품됐습니다. '사랑에 관한 짦은 필름' 부문은 멜로 드라마입니다. <님의 침묵>, <그리고 가을이 왔다>, <낮달> 등 11편이 경쟁합니다. 코미디 장르를 다루는 '희극지왕'에는 <실버벨>, <누구인가>, <원플러스원> 등 9편이 상영됩니다. '절대악몽'은 공포, 호러부문으로 <엠보이>, <출사>, <사월>등 9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액션, 스릴러 영화들로 채워지는 '4만번의 구타'에는 <기음>, <야누스>, <야경꾼> 등 10편이 상영됩니다. 

경쟁부문 외에도 국내초청부문을 통해 다른 색깔의 단편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올해는 국내초청부문에 다섯 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우선 류승완 감독의 특별전입니다. 장단편을 불문하고 액션영화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녹아든 영화들을 많이 만들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작품의 완성도나 류승완 식 액션을 맛 볼 수 있는 단편영화들이 초청됐습니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다찌마와 리>, <타임리스>, <남자니까 아시잖아요?>, <유령> 등 5편의 단편영화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다음은 '가(家)가-호호’라는 제목으로 선보일 9편의 단편영화입니다. 제목에서 생각할 수 있듯이, 초청된 단편들은 모두 ‘집’이라는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2010년작인 <장미맨션>부터 2015년작 <실종>까지 가족, 전세대란, 층간소음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영화들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미디 애니메이션만을 초청한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웃는게 웃는 게 아니야’라는 제목으로 총 7편을 모았는데요. 특히 연상호 감독의 2008년작 <사랑은 단백질>이란 애니메이션이 눈길을 끕니다. 

‘Direct-actress’라는 특별전도 열립니다.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문소리가 연출한 단편 2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배우>, <여배우는 오늘도>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배우의 삶에 초점을 맞춘 영화들입니다. 

26일부터 30일까지 매일 저녁 아트나인 야외공간에서 야외 상영 ‘춤추는 밤(Dancing Night)’이 열린다고 하네요. 야외 상영에서는 발레 공연을 소재로 한 <멘토>, 밤이 되면 록그룹 보컬로 변신하는 전업주부의 이야기인 <누구나 마음속엔 고양이가 산다>, 재즈밴드 멤버들의 이야기를 그린 <더 재즈 쿼텟> 등 5편이 상영된다고 합니다. 



공식 홈페이지 : 제1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 영화제 공식 트레일러





지난 9일(프랑스 현지시간) 칸 영화제 사무국은 명예황금종려상(A Palme d'honneur) 수상자를 발표했습니다. 아그네스 바르다(Agnès Varda)가 그 주인공입니다. 

명예황금종려상은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작품을 선보였지만, 황금종려상과는 인연이 없었던 감독들에게 주는 상입니다.

영화제 50주년이었던 지난 1997년, <황금종려상 중의 황금종려상>이란 이름으로 잉그마르 베르히만 감독을 선정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명예황금종려상을 만들면서 이어져 왔는데요. 2002년 우디 앨런, 2009년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리고 2011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받았습니다. 아그네스 바르다 감독은 다섯번 째로 이 상의 수상자가 됐습니다.

영화제 마지막날 아그네스 바르다에게 수상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누벨바그의 할머니

1928년 생인 감독은 프랑스 파리에서 예술사와 사진을 전공했습니다. 전 세계를 돌며 찍었던 사진들로 전시회를 열면서 사진작가로서 이름을 알립니다. 그 후 자연스레 영화 작업에 뛰어들었는데요. 1955년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이라는 영화로 데뷔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누벨바그라는 영화적 기술, 표현방법들을 5년 여 정도 앞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영화제 측 또한 “누벨바그가 시작하기 5년 앞서 만든 이 영화에는 누벨바그를 규정하는 모든 요소가 들어있다. 젊은 세대의 롤모델이자 경계를 무너뜨린 자유정신을 체현한 예술가”라며, 명예황금종려상을 선정한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그네스 바르다는 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 초반까지 누벨바그의 전성기를 수놓은 중요한 감독으로서 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었습니다. 2011년 현재까지 총 50여편에 이르는 단편, 장편, 다큐멘터리, TV 드라마 등을 연출하면서, 여전히 예술에 대한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 주요 필모그래피(장편영화)

1. 라 푸앵트 쿠르트로의 여행(La Pointe Courte), 1955
2. 오페라 무페 거리(L’Opera Mouffe), 1958
3. 5시에서 7시까지의 끌레오(Cleo De 5 A 7), 1962
4. 행복(Le Bonheur), 1965
5.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L’Une Chante, L’Autre Pas), 1977
6. 방랑자(Sans Toit Ni Loi), 1985
7. 아무도 모르게(Kung Fu Master), 1987 
8. 낭뜨의 자꼬(Jacquot De Nantes), 1991
9. 시몽 시네마의 101의 밤(Les Cent Et Une Nuits De Simon Cinema), 1995


 주요 수상경력

1. 칸 프랑스 비평가상(1962) -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
2. 베를린 은곰상(1965) - 행복
3. 베니스 황금사자상(1985) - 방랑자


 사진출처 : 칸 영화제 공식홈페이지



제68회 칸 영화제 공식/비공식/단편 부문에 초청된 영화들이 확정됐습니다. 영화제 사무국 측은 지난 16일(프랑스 현지시간) 기자회견을 통해 라인업을 발표했는데요. 허우 샤오시엔, 구스 반 산트, 토드 해인즈, 자크 오뒤아르, 난니 모레티, 파올로 소렌티노, 지아 장커, 지오르고스 란디모스 등 이름만으로도 설레게 하는 감독들의 영화가 경쟁부문에 초청됐습니다. 

공식 경쟁부문만 보자면, 헐리우드, 유럽, 아시아 등등 다양한 지역의 영화들을 선정해 균형있는 영화제를 만드려는 의도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미 명성이 있고 확고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거장의 영화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데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경쟁 부문 초청작 리스트



 <Dheepan>



<예언자 A Prophet>, <재와 뼈 Rust and Bone> 등을 연출했던 자크 오디아르의 신작입니다. 스리랑카 타밀 반군 출신의 경비원이 불편한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합니다. 


 <La Loi du Marché>


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첫번째로 선정된 스테판 브리제의 영화입니다. 50대 슈퍼마켓 경비원이 겪게 되는 도덕적 딜레마를 다룬 영화라고 합니다. 


 <Marguerite et Julien>


<줄 앤 짐 Jule et Jim>의 각본을 썼던 장 그뤼오의 1971년 작품을 각색한 영화라고 합니다. 근친상간이 소재라고 하는데요. 여성감독인 발레리 돈젤리가 어떤 시각으로 그렸을지 궁금해지네요.


 <Il Racconto Dei Racconti>


마테오 가로네는 칸 영화제에서 두 번이나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감독입니다. 신작 영화가 2012년 이후 다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됐습니다. 이번 영화는 17세기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동화 모음집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전작들과 더불어 어떤 동화적 상상력을 발휘한 영화일지 기대되네요. 


 <Carol>


오랜만에 토드 헤인즈의 영화를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밀드레드 피어스 Mildred Pierce> 이후 연출작으로는 5년만입니다. 이번 영화에는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가 주연을 맡았다고 합니다. 파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 [프라이스 오브 솔트 Price of Salt>를 각색한 영화입니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레즈비언들의 사랑이야기라고 하는군요. 


 <The Assassin> 


허우 샤오시엔이 연출한 영화입니다. 이번엔 중국 당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이라고 하네요. <쓰리 타임즈>에서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던 서기와 장첸이 다시 주연을 맡았습니다. 


 <Mountains May Depart>


2013년 <천주정 A Touch of Sin>으로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지아 장커 감독의 신작입니다. 


 <Umimachi Diary>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아무도 모른다> 등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감독이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신작입니다. 한국어 제목으로는 <바다마을 다이어리>군요. 요시다 아키미의 동명 만화가 원작으로, 바다마을에 사는 네 자매의 이야기 입니다.


 <Macbeth>


제목 그대로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현대적으로 각색했다고 합니다. 주연이 마이클 패스벤더와 마리옹 꼬띠아르라고 하네요. 두 배우는 이 영화의 감독인 저스틴 커젤과 함께 <어쌔씬 크리드 Assasin Creed>에도 출연할 예정입니다.


 <The Lobster>

<송곳니 Dogtooth>로 2009년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했던 지오르고스 란디모스의 신작입니다. 콜린 파렐, 레이첼 와이즈, 벤 위쇼, 올리비아 콜먼, 레아 세이두 등등. 란티모스 감독 영화 중 가장 화려한 라인업이군요. 영화는 싱글남녀들을 체포해서 45일간 강제 동거를 시키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역시나 독특하네요.


 <Mon Roi>

과거 뤽 베송 감독의 아내로 많이 알려져 있던 마이엔 르 베스코의 영화입니다. 이번 영화제 개막작인 <LA TÊTE HAUTE 당당하게>의 감독 엠마누엘 베르코가 출연합니다. 뱅상 카셀과 함께 러브 스토리를 펼친다고 하는군요.


 <Mia Madre>


<내 어머니>라는 제목처럼 난니 모레티가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Saul Fia>

헝가리 출신 라즐로 네메즈 감독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칸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의 데뷔작이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된 건 대단히 이례적입니다. 오랫동안 벨레 타르 감독에게서 영화를 배웠다는 후광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가 좋지 않다면 선정되지 않았겠죠. 1944년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배경으로 학살된 유대인들의 시신을 불태우는 유대인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Youth>


2014년 <그레이트 뷰티 The Great Beauty>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던 파올로 소렌티노의 신작입니다. 마이클 캐인이 주연을 맡았다고 합니다. 엘리자베스 2세와 필립 공으로부터 연주 초청을 받은 은퇴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Louder Than Bombs>

2011년 <오슬로, 8월 31일 Oslo, August 31st>로 주목할만한 시선부문에 초청된 적이 있는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영화입니다. 종군 사진기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3년 뒤, 전쟁과 관련한 비밀들이 밝혀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가브리엘 번과 제시 아이젠버그가 출연하는 영화라고 합니다. 


 <The Sea of Tree>


감독 구스 반 산트, 매튜 매커너히와 와타나베 켄 그리고 나오미 왓츠 주연의 영화입니다. 일본의 ‘자살 숲’을 배경으로 삶과 죽음을 주제로 다뤘다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밀크 Milk> 같은 밀도 깊은 영화라면 좋겠습니다.



 <Sicario>


멕시코 마약 밀무역과 그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에밀리 블런트, 베네치오 델 토로, 조쉬 브롤린 등이 출연했습니다. 감독인 드니 빌뇌브는 2009년 이후 칸 영화제에 오랜만에 초청받았네요. 게다 공식 경쟁부문은 처음입니다.


● 사진출처 : 칸 영화제 공식홈페이지, 네이버 영화, IMDB



▲ 제68회 칸 영화제 공식 포스터


올 5월 개최되는 68회 칸 영화제의 공식 포스터가 23일(프랑스 현지시간)에 공개됐습니다. 작년은 주인공인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가 선글래스를 살짝 내리며 관객을 쳐다보는 <8과 1/2>의 한 장면이 공식 포스터였죠. 올해는 잉그리드 버그만(Ingrid Bergman)입니다. 

공식 포스터에 사용된 잉그리드 버그만의 사진은 데이비드 시무어(David Seymour)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데이비드 시무어는 국제 자유 보도사진 작가그룹인 매그넘 에이전시(Magnum photos)의 공동 창립자입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로버트 카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조지 로저 등도 매그넘을 창립한 멤버들이죠. 

이번 포스터를 만든 작가는 에르베 시지오니(Hervé Chigioni)와 그래픽 디자이너 길 프라피에(Gilles Frappier)입니다. 이들은 작년에 이어 영화배우를 소재로 영화제 포스터를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포스터를 가지고 30초짜리 애니메이션 스팟 영상도 만들었군요.

● 스팟 영상


칸 영화제는 그동안 고전 영화와 전설적인 배우들을 기억하기 위해 2012년부터 배우들의 모습을 공식 포스터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마릴린 먼로, 2013년은 폴 뉴먼과 조앤 우드워드 부부 그리고 작년에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를 등장시켰습니다.


▲ <카사블랑카>에서 '일사 런드' 역을 맡았던 잉그리드 버그만

잉그리드 버그만은 연기로써는 칸 영화제와 인연을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1972년 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바 있으며, 역설적이게도 칸 영화제가 애정을 가졌던 영화감독들에게 사랑을 받았습니다. 잉마르 베리만, 알프레드 히치콕, 로베르토 로셀리니 등과 많은 영화를 찍었습니다. 로버트 카파와의 연애, 특히 로베르토 로셀리니와의 불륜 등 비난받을 스캔들도 뿌렸구요. 하지만 영화계에서 잉그리드 버그만이 차지하는 위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칸 영화제 측은 “현대적인 아이콘이자 자주적인 여인상을 구현했고, 두려움을 모르는 여배우이며, 뉴리얼리즘에 있어서 권위를 가지는 독보적인 배우”라고 열렬히 칭송했습니다. 영화제 기간 동안에는 스티그 비요크만이 연출한 <잉그리드 버그만, 그녀만의 언어 Ingrid Bergman, in Her Own Words>라는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고 합니다.

또한 올해 9월에는 잉그리드 버그만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칸 영화제 측은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데요. 그녀의 딸인 이사벨라 로셀리니와 함께 스톡홀름, 파리, 런던, 로마, 뉴욕 등 5개 도시를 순회하며, 잉그리드 버그만을 기리는 각종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고 합니다. 이런 세심한 준비들이 영화제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앞서 영화제 측이 바친 칭송의 표현들을 공식 포스터에 써넣으면 마치 잉그리드 버그만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 포스터 및 스틸컷 출처 : 칸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네이버 영화



가박스 매각협상을 둘러싸고 양대 주주들의 기싸움이 점입가경입니다. 지난번 '메가박스, 중국 자본에 매각?'이란 제목으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상황은 1대 주주(50% 소유)인 한국멀티플렉스투자펀드(KMIC - 맥쿼리 펀드가 연기금 등으로부터 투자자금을 모아 설립한 투자펀드)가 중국의 오리엔트스타캐피털(Orient Star Capital)과 지분매각계약을 채결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따라서 2대 주주(46.31% 소유)인 제이콘텐트리(JContentree)가 KMIC의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었죠. 지분 우선매수권은 KMIC가 오리엔트스타캐피털  매각계약을 체결한 후 한달 안에 행사돼야 합니다.

그런데 제이콘텐트리는 결정을 미룹니다. KMIC와 오리엔트스타캐피털 간의 지분매각 계약에 몇 가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제기한거죠. 첫째, 우선협상대상자인 오리엔트스타캐피털의 자금력에 의문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분인수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의구심입니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지니고 있는 자금이 부족해서 우리나라 금융회사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주장 또한 펼치고 있습니다. 둘째, 우선매수권 행사 시점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지분매각계약 상으로는 2월 13일까지 우선매수권이 행사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소멸되고, 오리엔트스타캐피털에 지분이 넘어가게 됩니다. 제이콘텐트리는 지분매각계약 시 KMIC 측과 합의해서 정해진 기한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선매수권의 행사 시점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KMIC 측의 반발도 거셉니다. 이미 자금증빙을 통해서 우선협상대상자가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오리엔트증권의 손자회사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인수자금에 대한 투자확약서를 오리엔트스타캐피털이 제공했기 때문에, 자금력과 함께 인수주체의 실체도 해결됐다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제이콘텐트리는 지난 13일 공시(disclosure)를 통해, "맥커리펀드가 주식양도통보 요건 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맥쿼리 펀드는 매각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주주간 협약에 따르면 관할법원은 홍콩법원으로 명시돼 있다고 합니다.

어려운 말들을 많이 풀어놨는데요. 제이콘텐트리가 이렇게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메가박스를 인수하고 싶은데, 오리엔트스타캐피털이 판돈을 너무 높게 걸었기 때문입니다. 오리엔트스타캐피털은 메가박스의 경영권과 지분 100% 인수하는데에 5,150억원을 제시했는데요.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려면 이 가격 이상을 제시해야 하는데 자금력이 부족한 제이콘텐트리로서는 난감한 상황인 것입니다. 제이콘텐트리의 반대가 자금확보를 위한 시간벌기라는 지적도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지는 지점입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가 론스타처럼 먹고 튀는 투기자본인지,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확실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렇게 법정으로 가게 될 경우, ① 중재결정까지 1~2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② 그 사이 매각협상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③ 메가박스의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판다면 제값으로 팔아야 하는데 기업가치가 떨어진다면 오리엔트스타캐피털이 제시한 5천억원보다 더 낮은 헐값에 팔릴 수 있기 때문이죠. 

메가박스의 매각을 둘러싼 밀당은, 보다 많은 시세차익을 남기려는 맥쿼리펀드와 욕심은 나는데 능력이 안 되는 제이콘텐트리의 진흙탕 싸움입니다. 여기에 여전히 그 실체가 의문인 오리엔트스타캐피털까지 뒤섞여서 말이죠. 이제 법정으로 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사진 및 CI 출처 : 메가박스 공식 페이스북, 제이콘텐트리 공식 홈페이지

지난 5일(현지시간) 열렸던 제65회 베를린 영화제가 14일 장단편 경쟁부문의 시상식을 가졌습니다. 작년에는 신인에 가까운 디아오 이난(중국) 감독의 <백일염화>가 느와르, 스릴러 장르로는 드물게 황금곰상을 받았었습니다. <백일염화> 외에도 남녀 주연상을 모두 아시아 영화배우들이 가져갔었죠. 그 연장선에서 이번 영화제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영화의 변방에서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해내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장편과 단편할 것 없이 중남미, 동유럽, 아시아 영화와 감독들이 반향을 일으키면서 주요부문을 수상하게 됐습니다.

▲ 자파르 파나히 감독을 대신해 황금곰상을 수상한 감독의 여조카 한나 사에이디

먼저 황금곰상에는 이란 감독인 자파르 파나히의 <택시 Taxi>가 수상했습니다. 자파르 파나히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조감독 출신입니다. 영화미학적인 측면에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죠. 그러나 그가 주목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란 사회에 대한 비판입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리얼리즘을 환상적 또는 동화적으로 풀어나간다면, 자파르 파나히는 리얼리즘을 통해 사회참여와 비판의식을 일깨우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황금곰상을 수상한 <택시> 또한 감독의 이러한 영화철학에 충실한 영화라고 합니다. 자파르 파나히는 2010년에 이란 반체제 인사로 분류되면서 현재 출국금지, 20년간 영화제작 금지 상태에 있는데요.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이 직접 택시를 몰면서 테헤란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을 폰 카메라로 찍었다는군요. 심사위원장인 데런 아르노브스키는 자파르 파나히가 보여준 영화에 대한 열정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예술혼을 잃어버리지도, 좌절과 분노에 빠지지도 않고 영화에 보내는 러브레터를 만들었다." 심사위원장의 말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이번 황금곰상의 의미는 '갇혀 있지만 여전히 자유로운 예술적 영혼'인 자파르 파나히에 대한 지지와 헌사에 더 큰 방점이 있는 건 아닌가 합니다.

 <더 클럽>으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파블로 라라인 감독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은 파블로 라라인(칠레) 감독의 <더 클럽 El Club>이 받았습니다. 아동성추행으로 성직을 박탈당한 신부와 신부들의 모임을 통해 성직자와 카톨릭 교회의 모순을 드러내는 영화라고 합니다. 파블로 라라인은 칠레는 물론 남미영화감독으로는 꽤 알려진 감독입니다. 2013년 <노 No>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었습니다. 그 때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 Amour>에 밀려 수상하지 못했지만요.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습니다. 2009년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에 <토니 마네로 Tony Manero>라는 영화로 말이죠. 그리고 최근 소식에 따르면, 알 파치노가 주연한 <스카페이스 Scarface> 리메이크 영화의 감독으로 확정됐다고 하는군요.

 <익스카눌>로 알프레드 바우어 상을 수상한 하이로 부스타만테 감독

혁신적인 촬영기법을 선보인 영화에게 주어지는 상인 알프레드 바우어 상은, 과테말라 하이로 부스타만테 감독의 <익스카눌 Ixcanul Volcano>이 수상했습니다. 과테말라 화산지대를 배경으로 하는 재난영화라는데, 개인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표현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그리고 감독상은 동유럽 감독들이 공동수상했는데요. 폴란드의 마우고시카 슈모프스카와 루마니아의 라두 주데 감독이 그들입니다. 마우고시카 슈모프스카 감독은 <인 더 네임 오브 In the Name of>나 <엘르 Elle>로 국내에서도 소개된 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 더 네임 오브 In the Name of>라는 영화를 봤었는데요. 동성애자인 카톨릭 신부의 성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다뤘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녀의 영화들은 성과 욕망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데요.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그 유명한 <안티크라이스트 Antichrist>를 공동제작하기도 했었더군요.

 <호산나>로 단편부문 황금곰상을 수상한 나영길 감독

마지막으로는 단편부문 황금곰상을 수상한 한국 나영길 감독의 <호산나>입니다. 2013년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가 칸 영화제에서 단편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후, 또 다시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1년 박찬욱, 박찬경 감독의 <파란만장> 이후 베를린 영화제에서만 두번째로 단편부문 황금곰상을 받게 됐습니다. 영화는 아프거나 다친 마을 사람들을 치유하고 죽은 자들을 되살리는 소년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호산나(구원하소서)라는 제목에서 보듯 인간의 구원, 삶과 죽음에 대한 영화입니다. 


● 제6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전 부문 수상내역

65_Berlinale_Awards.pdf

● 사진 및 자료출처 : 베를린 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31회 선댄스 영화제 폐막식이 지난 31일(현지시간) 유타주 피닉스파크에서 열렸습니다. 수상작들의 면면을 봤을 때, 전반적으로 작년과 비슷한 경향을 보인 것 같습니다. 드라마 부문에서는 무난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들이,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는 총기 사건과 인종차별, 멕시코 마약, 테러, 환경운동, 특히 성폭력과 관련한 여성인권 등 다양한 정치사회적 문제들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영화들이 여전히 강세를 보였습니다. 

▲ <Me and Earl & Dying Girl> 스틸컷

이번 영화제에서는 알폰소 고메즈-레존 감독의 <Me and Earl & Dying Girl>이 미국 드라마 부문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았습니다. 백혈병으로 죽음을 앞둔 주인공 그레그와 친구 얼이 함께 자신들의 영화를 찍는다는 내용입니다. 지난해의 <위플래시 Whiplash>처럼 미국 드라마 부문의 주요상을 받았네요. 미국 다큐멘터리 부문의 <The Wolfpack>은 한 아파트에서 오직 홈스쿨링만으로 길러진 7명의 뉴욕 젊은이들에 대한 다큐라고 합니다. 한 곳에서 타인과의 교류없이 자란 사람들이 실제 존재한다는게 믿기지 않는데요. 그들이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성격을 지닌 사람이 되었는지 그 과정이 무척 궁금한 영화입니다.

▲ <Slow West> 스틸컷

월드 드라마 부문의 심사위원대상은 <Slow West>가 받았습니다. 마이클 패스밴더가 출연하는 영화입니다. 19세기 초를 배경으로 주인공인 제이가 미국 서부를 여행하면서 겪는 에피소드에 대한 영화라고 합니다. 월드 다큐멘터리에서 대상을 수상한 영화는 <The Russian Woodpecker>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예술가인 페도르 알렉산드로비치가 어렸을 적에 겪은 체르노빌 사건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혁명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역사적 관계 등을 개인의 삶을 통해 추적한 영화입니다. 작년 한 해 세계의 우려를 낳았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 두 나라의 관계를 짚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선댄스 영화제는 특히 수상 부문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장편영화 부문의 수상작과 수상자를 소개합니다.

● 미국 드라마

1. 심사위원대상 - <Me and Earl & Dying Girl>

2. 관객상 - <Me and Earl & Dying Girl>

3. 감독상 - Robert Eggers, <The Witch>

4. 각본상 - Tim Talbott, <The Stanford Prison Experiment>

5. 촬영상 - Brandon Trost, <The Diary of a Teenage Girl>

6. 편집상 - Lee Haughen, <Dope>

7. 심사위원특별상 - Jacqueline Kim and Jennifer Phang, <Advantageous>

● 미국 다큐멘터리

1. 심사위원대상 - <The Wolfpack>

2. 관객상 - <Meru>

3. 감독상 - Matthew Heineman, <Cartel Land>

4. 촬영상 - Matthew Heineman and Matt Porwoll, <Cartel Land>

5. 심사위원특별상(Social Impact) - <3 1/2 Minutes>

6. 심사위원특별상(Verite Filmmaking) - <Western>

7. 심사위원특별상(Breakout First Feature) <(T)error>

● 월드 드라마

1. 심사위원대상 - <Slow West>

2. 관객상 - <Umrika>

3. 감독상 - Alante Kavaite, <The Summer of Sangaile>

4. 촬영상 - Germain McMicking, <Partisan>

5. 심사위원특별상 연기상 - Jack Reynor, <Glassland> / Regina Case and Camila Mardila, <The Second Mother>

● 월드 다큐멘터리

1. 심사위원대상 - <The Russian Woodpecker>

2. 관객상 - <Dark Horse>

3. 감독상 - Kim Longinotto, <Dreamcatcher>

4. 심사위원특별상(Unparalleled Access) - <The Chinese Mayor>

5. 심사위원특별상(Impact)- <Pervert Park>

6. 편집상 - Jim Scott, <How to Change the World>

많긴 많네요. 그리고 이번 폐막식은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 생중계 됐었습니다. 선댄스 영화제 공식 유뷰브 채널에 있는 영상을 공유합니다. 

● 선댄스 영화제 폐막식 전체영상


제6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들이 지난 19일 최종발표됐습니다. 총 23편 중 단 한편만 다큐멘터리이고 모두 장편 극영화입니다. 이 중에서 19편이 황금곰상 등을 두고 경쟁합니다. 출품작의 리스트는 아래 첨부한 파일을 보시면 됩니다. 

출품된 영화들의 국적이 다양합니다. 베를린 영화제가 꾸준히 동유럽 영화들을 소개하는 창구역할을 했듯이 이번에도 알바니아, 불가리아, 체코, 코소보 등 동유럽 영화들이 다수 포함됐습니다. 무엇보다 그 동안 쉽게 볼 수 없었던 칠레, 과테말라 같은 중남미 영화들도 선정됐다는 점에 주목할만 합니다.

경쟁작들에는 새로운 감독들의 영화도 있지만, 낯익은 감독들의 신작들도 많습니다. 빔 벤더스, 자파르 파나히, 올리버 히르비겔, 안드레아 드레센, 이자벨 코이셋, 70세를 넘긴 피터 그리너웨이와 테렌스 멜릭의 작품까지. 개인적으로는 빔 벤더스와 자파르 파나히, 테렌스 멜릭의 영화가 기대됩니다. 

빔 벤더스의 출품작 <Every Thing Will Be Fine>은 샤를 갱스부르, 제임스 프랑코, 레이첼 맥아담스 등이 출연하는 영화라고 하는데요. 대충 줄거리를 보니,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가 겪는 12년 간의 비극이라고 합니다. 경쟁부문 선정과 더불어 빔 벤더스는 이번 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곰상(평생공로상)을 받게 됩니다. 헌정기념으로 <파리, 텍사스 Paris, Texas>, <베를린 천사의 시 Wings of Desire>, 최근작인 다큐멘터리 <세상의 소금 The Solt of Earth> 등 10편이 상영된다고 하는군요. 

● 제6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 

49_PressRelease_Competition_19_1_2015.pdf

선댄스 영화제가 지난 1월 22일, 미국 유타주 시티파크에서 개막했습니다. 2월 1일(미국 현지시간)까지 열립니다. 장편 경쟁부문에 선정된 작품들은 총 56편입니다. '미국 드라마 경쟁' 16편, '미국 다큐멘터리 경쟁' 16편, '월드 드라마 경쟁' 12편, '월드 다큐멘터리 경쟁' 12편 등입니다.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작품들에 대해서는 지난번 글을 통해 프리뷰했습니다(제31회 선댄스 영화제 최종 라인업). 

이번 영화제에 선보일 영화들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어간 작품들이 많다는 해외매체의 평가입니다. 주로 종교, 인종차별, 성매매 또는 성폭행 등 논란을 불러일으킬 주제들말이죠. 이런 주제들을 다루면서 질문을 던지는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또 새로운 정책으로의 변화를 외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Intense' Sundance 2015 delves into religion, rape and racism). 

영화제의 정치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시선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댄스 영화제가 출범 때부터 지향했던 '독립'영화의 정신을 여전히 지켜가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박수 받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본과 권력, 흥행으로부터 '독립'한 영화들이 다룰 수 없는 금기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기술적인 측면에서 주목할만한 것이 있는데요. 바로 가상현실을 활용한 영화들이 13편이나 상영된다는 사실입니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라는 장치를 통해서 구현하는 영화들은 '뉴프론티어' 부문에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9년 동안 뉴프론티어 부문의 시니어 프로그래머를 맡고 있는 샤리 프릴롯은 "대단히 중요하고 깊이 있게 영화제작 환경의 변화를 이끌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고 인터뷰를 했군요(VR Films Are Going to Be All Over Sundance 2015).


올 7월에 개봉예정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Terminator: Genisys>의 국내배급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국내 배급을 담당할 줄 알았던 CJ엔터테인먼트가 돌연 지난 15일 배급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작됐습니다([단독] 이병헌 '터미네이터5', CJ 배급서 손 뗐다, "검토 중이었던 작품"). 단독보도 기사에서 CJ엔터 측은 "파라마운트(Paromount) 작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CJ엔터가 독점 배급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웠습니다. 파라마운트의 영화시장 정책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며, 미국 투자배급사의 결정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월드워Z>,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같은 경우에는 다른 배급사에서 맡기도 했다는 사례를 설명했습니다. 

이 기사가 나온 날짜가 하필이면 <터미네이터 5>에서 조연을 맡았던 이병헌과 관련된 소송의 판결이 있었던 날입니다. 그래서 CJ엔터 측은 쓸데없는 의혹을 막고자 배우 이병헌과는 무관한 파라마운트의 결정이라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시기가 묘하기 때문에 의문점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Variety] 또한 지난 16일(미국 현지시각) 기사를 통해 이런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Paramount Switches Korean Distributor for Lee Byung hun's 'Terminator: Genisys'). 

그러나 <터미네이터 5>의 배급을 둘러싼 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출연배우 그것도 조연 한 명의 추잡한 스캔들 때문에 영화배급사를 교체할 정도로 시장은 어리석은 곳이 아닙니다. 게다가 법원에서는 그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준 상태입니다. 투자배급사인 파라마운트의 입장에서는 대중의 판단에 맡길 일일 뿐입니다. 한국시장에서 리스크가 발생하겠지만 일부러 호들갑을 떨만큼 그들에겐 큰일은 아닌거죠. 

이병헌의 스캔들은 작년 9월 1일에 터졌고 10월에 1차 공판이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J엔터는 2014년 하반기~2015년 상반기 라인업 중 하나로 <터미네이터 5>를 발표하고 홍보했습니다. CJ엔터가 애초에 출연배우의 스캔들을 문제삼았다면 그 전에 영화배급 문제를 정리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 있다가 해를 넘겨서야 손을 떼게 된 겁니다. 아울러 CJ엔터는 2007년부터 파라마운트 제작 영화를 국내에 독점으로 배급해왔습니다. 10여년 가까이 이어온 파트너십을 CJ엔터 측에서 먼저 끊을 이유가 없습니다. 여름 성수기에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독점배급하는 권리는 쉽게 버릴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결국 CJ엔터를 배제한 건 파라마운트의 결정이라는 게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 국내외 영화매체 등을 보면, 파라마운트가 국내 배급사에 <터미네이터 5>의 판권을 팔았다는 기사를 볼 수 있었는데요. 제일 먼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지목됐었습니다. 그러나 롯데엔터 측은 "판권 구입과 관련해서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쿠키뉴스, 이병헌 '터미네이터 5' CJ "배급 안 한다" vs 롯데 "판권 안 샀다"). CJ엔터와 달리 롯데엔터는 이병헌 스캔들로 인해 그가 주연한 <협녀>의 개봉일도 확정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롯데엔터가 리스크를 두 배 또는 그 이상을 떠안는 미친 짓은 하지 않을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파라마운트는 왜 배급사를 바꾸려고 하는 걸까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바꾸는 것보다 자신들이 직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몇 년간 1천만 내외의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늘어나고 있고, 인구 대비 영화시장 규모도 세계 6위에 이를만큼 한국영화시장은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세기 폭스사는 이미 한국영화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신하균 주연의 <런닝맨>, 차태현 주연의 <슬로우비디오> 등을 통해 국내 직접투자배급의 경험을 쌓았습니다. 또한 국내에 테마파크를 건설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여주면서 적극적으로 한국시장을 공략하는 모습입니다(20세기 폭스사, 경상남도와 테마파크 건설 양해각서 체결). 

파라마운트도 20세기 폭스에 자극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아시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경기도 안산에 '파라마운트 무비파크'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배급 논란도 파라마운트가 직접 한국영화시장으로 향하려는 움직임의 하나로 보입니다. 중국이 막강한 자본을 앞세워 먼저 한국시장에 진출한다면, 헐리우드 거대 투자배급사라고 해도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의도가 <터미네이터 5> 배급논란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현재로선 한국내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에 섣불리 접근하진 않겠지만, 20세기 폭스처럼 직접투자배급까지 맡는 영화를 곧 제작할 수 있을 겁니다. 

미국 영화사 또는 중국 자본의 진출이 한국영화시장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한국영화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이 글을 '뉴스와 칼럼'이 아니라 '영화산업의 현재와 미래' 카테고리에 담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사진출처 : 다음(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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