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 키드먼과 콜린 퍼스가 주연한 <내가 잠들기 전에 Before I Go to Sleep>가 9월 12일 미국에서 개봉합니다. 국내 상영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구요.


S. J Watson의 동졍소설을 원작입니다. <메멘토 Memento>,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같은 단기 기억상실을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교통사고를 당한 주인공 크리스틴(니콜 키드먼)은 하룻동안 무슨 일을 하던, 잠들고 일어나면 모든 기억이 사라지게 됩니다. 기억력이 하루를 넘지 못하는 거죠. 자신의 정체성은 물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모르는 상황에 빠집니다. 그 때 옆에서 자신을 남편이라고 말하는 벤(콜린 퍼스)과 심리학자 내쉬(마크 스트롱)의 도움을 받지만 혼란은 계속됩니다. 소설과 영화의 결말은 같을지 다를지를 비교해보는 일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감독은 로완 조페(Rowan Joffe)가 맡았습니다. <28주 후 28 Weeks Later>, <아메리칸 The American> 등의 시나리오를 썼던 사람인데요. 이번 영화에서는 각본과 연출을 동시에 맡게 됐습니다. 또한 리들리 스콧이 제작자로 참여했습니다. 


● <내가 잠들기 전에 Before I Go to Sleep> 예고편





지미 헨드릭스를 삶을 영화화한 <Jimi : All is By My Side>가 9월 26일에 미국에서 개봉합니다. 기존의 전기영화들처럼 인물의 일대기를 다루지는 않습니다. 런던의 무명 기타리스트에서 스타로 발돋움하는 1966~1967년 사이의 젊은 지미 헨드릭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감독은 존 리들리(John Ridley)가 맡았습니다. 1997년 <콜드 하트 Cold Around the Heart> 이후 17년만에 연출하는 영화입니다. 존 리들리는 감독보다는 시나리오 작가, 제작자로서 많은 활동을 한 사람입니다. 올리버 스톤의 <유턴 U Turn>, 데이빗 O. 러셀의 <쓰리킹즈 Three Kings>, 스티브 맥퀸의 <노예 12년 12 Years a Slave> 시나리오를 썼씁니다. 



전기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주인공이 실제인물과 얼마나 닮았느냐를 먼저 생각하게 되죠. 관객들은 외모뿐 아니라 버릇, 습관, 말투, 행동 등 모든 것이 일치하는지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지미 헨드릭스 역을 맡은 사람은 아웃캐스트(Outcast)의 안드레 벤자민(Andre Benjamin)입니다. 안드레 벤자민은 지미 헨드릭스의 독득한 연주법을 재현하기 위해, 왼손 기타연주법을 배우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네요. 영화가 개봉되면 유심히 지켜볼 대목입니다. 


● 아래 영상은 공개된 예고편입니다.







운전하면서 사이드 미러와 백 미러를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삶도 억지로 막을 수 없지만, 사이드 미러와 백 미러로 계속 뒤를 돌아봐야 한다. 삶을 되짚어 보는 과정에서 우연치 않은 발견에 때론 웃고 눈물 짓기도 한다. 이게 산다는 것의 맛일까.




돈(빌 머레이)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살아왔다. 그렇다고 죽도록 일에 매달리는 체질은 절대 아니다. '왜 이렇게 재미없냐', '따분하고 귀찮다'는 듯, 그는 귀차니즘의 절정 고수가 지닐 수 있는 표정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돈의 '만사 귀차니즘'은 한 통의 편지(그것도 분홍색!)로 조금씩 무너진다. 


 

자신에게 아들이 있다는 청천벽력할 편지에, 예전에 만났던 여자들을 한 명씩 찾아다니는 꼴은 돈의 표현대로 "쌩쑈" 다. 그걸 알면서도 그는 분홍색 편지를 보낸 여자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혀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과거의 자신을 발견한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죽은 옛 애인의 묘지에서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마는 것이다.



'쌩쑈'를 끝마치고 돌아온 돈은 겉으론 전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아직 찾지 못한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이라는 따뜻함에 목말라 한다. 배낭여행 온 청년이 자신의 아들인양 먹을 것을 사다준다든지, 인생에 대한 철학을 들려준다든지 하는 행동은 그가 변했다는 걸 보여준다. 


꽃은 시들고 결국엔 죽는다. 돈의 삶도 활짝 핀 시절이 지나고, 이젠 시들어 죽음을 맞을 것이다. 늦게서야 자신과 주변의 것들을 발견하게 된 돈에게 앞으로 어떤 삶이 펼쳐질까. 결말에서 보여준 빌 머레이의 표정이 우습고도 아프다.

 

 

● 덧붙임 

영화 속에 등장하는 돈의 유일한 이웃이자 친구는 윈스턴이다. 엉뚱하고 어설픈 이 캐릭터는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는 영화를 시종일관 위트있게 이끌어준다. 무미건조한 빌 머레이의 표정 연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윈스턴이 '구워준' 음악 역시 돈의 여행을 따라가는 관객들을 지루하지 않게 한다. 왜냐고? "에티오피아 음악은 심장에 좋"으니까.

▲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일등급이다>(이정호 감독)


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오늘 막을 내렸습니다. 총 57편의 영화가 경쟁했는데요. 올해 역시 대상은 없었습니다. 대상의 경우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되기 때문에 선정하기가 까다롭습니다. 지난 12년 동안 대상 수상작은 <재능있는 소년 이준섭>(02, 신재인 감독), <남매의 집>(09, 조성희 감독), <숲>(12, 엄태화 감독) 등 딱 세 편 뿐입니다. 


▲ '4만번의 구타'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아귀>(송우진 감독)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에는 강진아, 김용화, 권혁재, 노덕, 민규동, 엄태화, 이경미, 허정 감독 등이 맡았습니다. 그리고 배우 강동원, 김성령, 한지민이 명예심사위원을 맡았습니다. 


▲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 <만일의 세계>(임대형 감독)


총 80회의 유료 상영과 개-폐막식을 포함해 7번을 무료로 상영했습니다. 29회 매진을 기록했고 약 80%의 점유율을 보였다고 합니다. 내년에는 더 풍부하고 재밌는 영화들이 많아지길 기대해봅니다. 제13회 수상작을 정리했습니다. 


● 제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수상작

 수상부문

수상내역 

수상작 

 작품

대상 

해당작 없음 

비정성시 

일등급이다(이정호 감독) 

 사랑에 관한 짦은 필름

여름방학(손태겸 감독)

 희극지왕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구교환 감독) 

절대악몽

 12번째 보조사제(장재현 감독)

  4만번의 구타

아귀(송우진 감독)  

 심사위원특별상

개진상(김도훈 감독), 호산나(나영길 감독), 

만일의 세계(임대형 감독) 

 연기

 심사위원특별상

박주희(만일의 세계, 비행소녀), 이주승(사브라)  

 스태프

 미쟝센상

이재우 촬영감독(어느날 갑자기), 진성민 감독(달팽이)

 관객상

ISHOTS 상

 일등급이다(이정호 감독)

The Best Moving Self-Portrait 

고양이(윤서현 감독), 4학년 보경이(이옥섭 감독) 




극장을 고르실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선택하시나요. 집과 가까운 곳? 교통이 편리한 곳? 여러가지 놀이를 한번에 즐길 수 있는 곳? 아님 직원들이 친절한 곳? 물론 이 모든 게 다 충족돼야 겠죠. 하지만 '극장은 영화를 보기 위한 장소다'라는 기본적인 관점에서 보면,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부분은 바로 상영관 환경이 영화를 보기에 좋으냐는 것입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바로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둔 <영화상영관 관람환경 실태조사>를 오늘(7월 1일) 발표했습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에 위치한 총 567개 상영관 중에서 중복된 상영관을 빼고 557개 상영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입니다.


영화산업이나 정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 일반인 수준에서는 어려운 단어들과 통계 등이 많기 때문에 중요한 것들만 간단히 요약했습니다. 물론 저의 사견도 포함했습니다.


1.  조사결과 주요내용

▶ 스크린 크기

- 전체 상영관의 평균 크기는 55.01(제곱미터)이며, 30~60 미만이 50.2%로 가장 많음. 60~90는 31.7%임.

▶ 스크린 방식

- 탑 방식(스크린의 기울기가 90°를 넘지 않는 것)이 70.8%를 차지함.

- 스크린의 높이가 높아 맨 앞열에서 스크린을 볼 때, 고개를 35° 이상 들고 봐야 함으로 불편을 줄 수 있음.

▶ 영사비율의 일치성

- 스크린에 제작한 영상이 잘리지 않고 온전히 상영되는 것을 말함.

- 상영관의 스크린 방식에 따라 검정 커튼으로 스크린을 가리게 되는 데, 이 때문에 영상이 부분적으로 손실된 채 상영되는 경우가 많음.

▶ 스크린 밝기

- 스크린 밝기 균일도는 평균 68.21%로 위원회가 정한 표준인 75~90%에 미치지 못함. 표준을 지킨 상영관은 10개(2.1%)에 불과했고, 표준 이하는 63.6%에 달했음.

▶ 음향

- 음압재생력 등에서 표준을 지키는 상영관이 많았음.


2. 개선할 것들

▶ 상영관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투자가 필요함.

▶ 영화진흥위원회의 '관람환경 표준화 지원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함.

▶ 관람객에게 상영관에 대한 품질정보를 제공해야 함.


3. 개인적인 의견

영화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상영관과 스크린, 밝기, 음향 등 영화를 관람하는 순수한 환경에 대해 조사한 점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위원회가 제시한 개선방안은 사업자에게만 책임을 지운다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표준을 따른다면 이상적이겠으나, 투자 대비 수익성을 따져야 하는 기업의 측면에서는 선뜻 나설 수 없을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해외 상영관의 사례와 정책들을 면밀히 살피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아직 연구해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고, 그에 따라 개선할 수 있는 사항들도 많을 것입니다. 다만  관객이 중심이 되는 영화산업과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실태조사가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보고서 원문을 첨부합니다.


● 참고 :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상영관 관람환경 실태조사 보고서>

14-01_이슈페이퍼_-영화상영관_관람환경_실태조사_보고서.pdf


쓰리 타임즈(Three Times, 最好的時光)

- 사랑을 위한 오마주 -


△ 영화 <쓰리타임즈> 스틸컷


숨김과 드러냄으로 사랑을 말하기

초원을 달리는 말처럼 당구공은 당구대 위를 가파르게 그러나 부드럽게 내딛다가 목표했던 공에 살짝 부딪힌다. 첫사랑에 대한 수줍은 고백 같다. The Platters가 부르는 <Smoke gets in your eyes>의 유려함만큼이나 영화의 첫 롱테이크는 인상적이다. 당구공을 따라가던 카메라는 어느덧 두 남녀를 비추다가, 그들의 표정을 슬쩍 엿보는 샷으로 둘 사이의 관계를 암시한다. 시작부터 영화는 직설적인 화법을 배제했다. 능글맞게도 두 사람이 속삭이는 사랑을 은유 하는데 머물러 있다.

감독은 시종일관 소극적(?)이다. 어떤 것이 사랑인지를 하지 않는다. 관객으로 하여금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한다. (장첸)과 메이(서기)의 관계가 시작되는 시점은 당구게임을 하면서부터였고,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구체화된다. 인물들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사건의 발단과 그 전개과정은 싱겁게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감독은 이러한 밋밋함을 풍부한 메타포와 음악으로 극복하고 있다.

특히 ()’고속도로 표지판은 인물들이 겪는 사랑의 감정이 이입된 대상들이다. 영화의 첫 부분, 각각 다른 배를 타고 있는 두 남녀가 바다 위에서 교차되는 장면이 있다. 이는 영화의 복선으로 인물들간의 관계가 엇갈릴 것임을 암시한다. 여기서 배를 타고 있는 인물들의 감정은, 첸의 경우 군입대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당구장 여직원에 대한 애틋함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메이는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게 될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모순적으로 공존하고 있다.

두번째는 메이가 떠나는 장면과 첸이 메이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카오슝을 떠나는 메이는 첸에 대한 그리움으로 아파하는 한편, 메이를 찾아 오는 첸의 마음엔 그녀를 향한 사랑이 자리잡고 있다. ‘는 인물들이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는 감정들을 실어 나르면서 영화를 전개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편 도시명이 쓰여진 표지판은 오로지 첸의 시점에서만 그려지고 있다. 메이를 찾아가는 길에서 만난 표지판이 하나씩 지나갈 때마다, 첸은 그녀에게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좁혀지는 거리만큼 메이에 대한 사랑도 깊어진다. 감독은 카메라를 첸의 시점으로 고정시켜 놓고 스쳐가는 표지판에 감정을 이입시키는 화법을 보여준다.

첫 장면을 제외하면 카메라는 큰 움직임 없이 절제되어 있으며, 배경인 당구장의 모습과 당구대를 담아낸 카메라의 구도는 상당히 안정적이다. 어떤 기교도 부리지 않는다. 첸과 메이가 다시 만난 당구장 시퀀스를 보면, 일반적으로 인물을 클로즈업함으로써 감정을 표현했을텐데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롱샷으로 처리해버렸다. 담백하고 사실적인 이러한 기법을 통해, 감독은 사랑이란 거짓 없는 솔직함이며 잔재주로 희롱하는 것이 아님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영화는 연애몽(戀愛夢), 자유몽(自由夢), 청춘몽(靑春夢)이라는 세 가지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시대적 배경도 1960년대, 1910년대, 2000년대로 각각 다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연애몽의 화법이 자유몽’, ‘청춘몽에선 영화적 형식만 달리한 채 반복된다. 숨김과 드러냄의 조화. 감독의 이러한 연출기법은 영화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쓰리 타임즈>는 감독의 과거작들인 <밀레니엄 맘보>, <카페 뤼미에르>를 조금씩 섞어놓은 듯하다.


△ 영화 <카페 뤼미에르> 스틸컷


밀레니엄 맘보, 카페 뤼미에르, 그리고 쓰리 타임즈

허우샤오시엔의 밀레니엄 프로젝트 제1탄인 <밀레니엄 맘보>는 방황하는 청춘들을 그린 일종의 성장영화다. “청춘은 해가 뜨면 녹는 눈사람과 같다라는 대사는 영화의 주제를, 젊음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감독은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3인칭 시점으로 영화를 풀어나간다. 사건전개는 비키(서기)의 나래이션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감독이 직접 내러티브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그러한 효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비키의 시점=감독의 시점이라는 독특한 관계가 만들어진다. 영화는 방황하는 젊음에 바치는 오마주정도될까.

<카페 뤼미에르>는 오즈 야스지로 탄생 100주년 기념작답게, 배경은 동경이며 인물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감독은 오즈가 그랬던 것처럼 새로울 것 없는 우리의 삶을 담백하게 그려낸다. ‘다다미 미장센이라는 독특한 시점샷이나 ‘180도 법칙등 영화적 규칙을 깼던 오즈의 영화 기법이 <카페 뤼미에르>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등장인물과 그 인물의 인생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오즈의 화법을 차용함으로써, 허우 감독의 이 영화 또한 관찰자의 시점에서 인간의 삶을 시처럼 읊조린다.

기법적 측면에서뿐 아니라, 영화 속에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하는 전철의 이미지는 도시와 현대인의 일상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하지메(아사다 타다노부)가 그린 컴퓨터 그림은 영화 전체의 주제를 관통한다. 수많은 전철들이 원을 형성한 공간 속에 태아가 웅크리고 있는 그림이다. 여기서 전철은 탯줄을 상징하며, 그 속에서 고요히 잠든 태아는 현대인을 의미하고 있다. 인간 자신이 만든 문명으로 연결된 오늘날의 우리 삶을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메타포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카페 뤼미에르>는 오즈에 대한 오마주라기보다 현대인의 일상에 관한 헌사에 더 가깝다. 지긋지긋하면서도 끈적하고 뜨거운 그것. 삶에 대한 것 말이다.

전작들의 연장선에서 볼 때, <쓰리 타임즈>사랑을 위한 오마주라고 정의할 수 있지 않을까. 카메라의 시점은 여전하다. 인물들의 삶에 뛰어들어서 미주알 고주알 얘기하는 게 아니라 한발짝 멀리서 관조한다. 인간의 생활과 그 주변의 것들을 탐색하고 성찰하는 감독의 작업은 이러한 카메라 안에서만 생명력을 지닌다. 그래서 오마주인 것이다. 감독이 말하는 방식은 앞선 두 작품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 영화 <쓰리타임즈> 스틸컷


사랑, 그 매혹적인 쓸쓸함에 대하여

最好的時光(최호적시광).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란 뜻이다. 허우샤오시엔은 그 순간을 사랑과 오버랩시킨다. ‘아름다운 순간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사랑에 빠진현재로써의 의미는 아름다움 그 자체일 것이다. 하지만 사랑했던과거로써의 의미는 쓸쓸함이다. 지나간 사랑에 대한 슬픔과 상처는 가슴 속에 유적처럼 남는다. 치명적인 사랑의 아름다움은 쓰디 쓴 생채기를 남기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이 사랑이라는 매혹적인 열매를 거부할 수 없는 것은 왜일까.

소설 <자기 앞의 생>에서 주인공 모모는 하밀 할아버지에게 늘 묻는다.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나요?” 감독은 중언부언하지 않고 사랑이라는 두음절에 강조점을 찍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 끝이 씁쓸하다 할지라도, <쓰리 타임즈>에서 보여준 긍정적이고 아프지 않는 일상으로서의 사랑은 사람의 주변에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 그 매혹적 쓸쓸함을 의심치 않을 것이니. 그대, 나처럼 사랑을 믿으려는가.”

허우샤오시엔이 영화를 통해 하고자 했던 말은 이것이 아니었을까.

 

미국의 타임 지(紙)는 2009년부터 박스오피스 리포트를 게재했습니다. 박스오피스 리포트 5주년을 맞아서 미국 영화계의 변화를 짚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물론 박스오피스 리포트를 통해서 찾아낸 변화들을 요약, 번역해봤습니다.


1. 미국은 중요한 시장이 아니다.(America doesn't matter.)

△ 영화 <아이언맨 3> 스틸컷

▶ 미국과 캐나다의 흥행수입은 전세계 매표수입의 30%를 차지할 뿐임. 전세계 영화시장의 1/3에 해당하지만, 지난 5년간 북미에서의 영화산업은 침체기였음.

 대부분의 블록버스터들은 흥행수입의 2/3 혹은 그 이상이 해외수입으로 채워짐. 해외 관객들은 액션영화를 선호했는데, 미국시장에서 외면당한 영화들도 있었음.

 해외시장의 거대한 잠재성을 인식한 일부 제작자들은 해외관객의 구미에 맞는 영화를 제작하기 시작함. 예를 들어, 마블은 <아이언맨3>에 중국인 배우를 출연시키는 장면이 추가된 중국어 버전을 따로 제작했음. 결과적으로 영화가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12억달러 중 해외수입은 8억640만달러로 66%에 이름.


2. 여성관객이 중요하다.(Women do matter.)

△ 영화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 스틸컷

 헐리우드는 젊은 남성관객을 겨냥한 영화를 제작하는 데에 집중해왔음. 이른바 '여성영화'가 개봉하지 않는다 해도 여성관객들은 남성관객들을 타겟으로 한 영화를 볼 것이라고 생각해 온 것임. 하지만 여성관객을 겨냥한 영 어덜트(Young Adult) 장르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한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성공하자, 여성 중심 영화들이 점점 더 많이 상영되기 시작함.

 제니퍼 로렌스가 주인공인 <헝거게임 : 캣칭 파이어>는 줄리 앤드류스의 <사운드 오브 뮤직>이 개봉한 뒤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여성 중심 영화임.

 2013년 박스오피스 흥행수입 상위 10편에 든 <슈퍼배드2>, <몬스터 대학교>, <오즈 : 그레이트 앤 파워풀> 역시 여성 관객들의 호응을 얻은 영화들임. 이제 헐리우드는 여자 영웅들을 고려해야 할 것임.


3. 히스패닉, 어린이, 노인 관객들도 중요하다.(So do kids, old folks and Hispanics.)

△ 영화 <라스트 베거스> 스틸컷

 주요 관객층이었던 18~49세 이하의 그룹은 최근에 변화를 맞이함. 미국영화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이 연령대가 영화관을 찾는 횟수는 줄어듦. 대신 어린이들과 노인관객의 수는 늘어났음. 

 백인 성인이 영화관을 방문하는 횟수는 연간 평균 3회에 불과함. 하지만 히스패닉 관객이 빈자리를 매워주고 있음. 이들이 해마다 극장을 찾는 횟수는 6회에 달함. 히스패닉은 코미디, 액션, 공포, 전쟁 등의 장르에서 관객의 30%에 해당함. 게다가 이들 관객들은 스페인, 멕시코 등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수입한 영화들의 관객이 되기 함.


4. 헐리우드가 디지털, 3-D, IMAX에 빠지다.(Hollywood went digital, 3-D and IMAX.)

△ 영화 <아바타> 스틸컷

 미국은 물론 전세계 스크린의 80%는 디지털로 상영이 가능함. 조지 루카스가 예고한 혁명은 이미 도래했으며, 어떤 측면에서 보면 필름이라는 말은 시대착오적이기까지 함. 

 기본적으로 3D는 1915년부터 이미 존재한 기술임.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가 박스오피스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키면서 3D는 블록버스터가 되기 위해서 갖춰야할 필수조건으로 성장함.

 3D로 상영되는 영화 편수가 2012년보다 40편에서 2013년 45편으로 증가했지만, 3D 영화의 흥행수입은 2012년보다 1% 감소함. 헐리우드는 관객이 3D 상영으로 인해 그들에게 부과된 안경값에 지치지 않기를 바라야 할 것임. 그렇지 않으면 1950년대에 그랬듯이 3D는 빠르게 사라질 것임.


5. 10억 달러는 예전같지 않다.(A billion dollars ain’t what it used to be.)

△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스틸컷

 1997년에 개봉한 <타이타닉>은 전세계 수입 10억 달러를 넘긴 최초의 영화임. 2013년 개봉한 <아이언맨 3>과 <겨울왕국>을 포함해 전세계 수입 10억 달러를 넘긴 영화들은 18편으로 늘어났음.

 흥행수입 10억달러가 흔해지는 이유는, 마케팅 기법의 향상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영화표 가격 상승에도 원인이 있음. <겨울왕국>이 <라이언 킹>의 전미 박스오피스 기록을 깼다는 기사를 볼 때, 물가상승을 고려하여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음. 이것을 고려할 때 <겨울왕국>은 디즈니가 이전까지 개봉했던 애니메이션들보다 한참 뒤에 있음.


● 참고 : 지난 5년간 박스오피스 리포트를 통해 우리가 배운 5가지 것들(5 Things We've Learned in 5 Years of Box Office Reports)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더 시그널 The Signal>이 7월 10일 개봉합니다. 

감독인 윌리엄 유뱅크(William Eubank)는 <러브 Love>라는 영화로 2011년 캐나다 판타지아 영화제에서 베스트 데뷔상과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 역시 SF입니다. <더 시그널>은 감독의 두번째 장편입니다. 18살 때부터 연출을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주로 광고와 뮤직비디오 등을 찍은 경험이 많아서인지 <러브>의 영상미는 아주 좋았습니다. 예고편에서도 감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몇몇 언론에선 이 영화를 통해 그를 제2의 크리스토퍼 놀란이라고 추켜세우기를 합니다만, 어느 정도인지는 사실 뚜껑을 열어봐야 압니다. 예고편에 낚인 게 한두번이 아니니까요. 더군다나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스탠리 큐브릭, 데이빗 린치, 대런 아르노브스키 등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더 시그널>에 대한 해외의 평은 별점 3점을 매길 정도로 열광적이진 않았습니다. 미국의 첫 언론 시사회에서 "인상적이긴 했지만 짜증나기도 했다"는 평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SF 장르에서 보여준 감독의 재능은 의심할 수 없다"며, "SF 전문가로서 차기작이 무엇이든 흥미로울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참고: 로저 에버트 닷컴


영화가 뜨거울지 미지근할지, 이제 관객이 판단할 차례인 것 같습니다. 7월 10일 개봉 전에 시사회 이벤트가 있어서 해당 사이트를 링크합니다.


● 시사회 이벤트 응모 사이트 : 씨네 21 <더 시그널> 시사회 초대 이벤트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 展>이 26일부터 7월 2일까지, 아트나인메가박스 이수에서 열립니다. 벌써 열세번째네요. 


<미쟝센 단편영화제 장르의 상상력 展>은 타이틀처럼 단편영화들을 장르별로 세분화한 영화제입니다. 기존 단편영화제들과 다른 이유지요. 영화제의 경쟁부문은 비정성시, 사랑에 관한 짦은 필름, 희극지왕, 절대악몽, 4만번의 구타 등 5개 장르로 나뉩니다. 


'비정성시'는 사회적 관점을 다룬 영화들로 <어디로>, <좋아요>, <비행소녀>, <균열> 등 18편이 출품됐습니다. '사랑에 관한 짦은 필름' 부문은 멜로 드라마입니다. <여름방학>, <4학년 보경이>, <만일의 세계> 등 12편이 경쟁합니다. 코미디 장르를 다루는 '희극지왕'에는 <예술수업>, <담피소>, <판매왕 문구동> 등 10편이 상영됩니다. '절대악몽'은 공포, 호러부문으로 <호산나>, <어느날 갑자기>, <12번째 보조사제>등 8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액션, 스릴러 영화들로 채워지는 '4만번의 구타'에는 <더 파이트>, <클로젯>, <불청객>, <가면 무도회> 등 9편이 상영됩니다. 


이밖에도 김지운 감독의 단편영화들이 특별초청으로 상영됩니다. 첫 단편이었던 <커밍아웃>부터 작년에 개봉한 <사랑의 가위바위보>까지 그의 모든 단편을 만날 수 있습니다.


경쟁부문 본선작 57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미쟝센 단편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완 매그리거가 영화 <미국의 목가 American Pastoral>에 주연으로 캐스팅 됐습니다. 레이크쇼어 사(Lakeshore Ent.)에서 제작하는 이 영화는 호주감독인 필립 노이스(Philip Noyce)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The Lincoln Lawer>의 존 로마노(John Romano)가 각색에 참여합니다. 


<미국의 목가>는 작가 필립 로스(Philip Roth)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준 소설입니다. 소설은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주인공 스위드(Swede)가 베트남 전쟁의 실패 속에서 가족의 해체를 겪고 자신도 추락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서 아메리칸 드림의 허상과 몰락을 보여줍니다. 역사 속에서 개인의 삶이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날카롭게 포착한 뛰어난 소설입니다.


제작사인 레이크쇼어 측은 이완 매그리거에 대해 "주인공의 강인하고 복잡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완벽한 배우"라며 기대하고 있습니다. 


촬영은 내년 3월로 예정돼 있다고 합니다.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감독입니다. <어둠 속의 댄서Dancer in the Dark> 같은 신파는 물론 <백치들The Idiots처럼실험정신 투철한 영화(?)를 만들어, 관객에게 극단적인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가 가지고 있는 스타일리시한 매력만큼은 분명합니다. 제가 처음 본 그의 영화는 <유로파Europa>였습니다. 흑백영화였지만 주인공의 손가락에서 떨어지는 피 한방울만은 붉은 색으로 처리한 장면을 보면서 범상치 않은 감독이란 걸 느꼈었습니다. 















이번에 국내에 개봉하는 <님포매니악Nymphomaniac Vol.1>은 이처럼 매니악한 감독이 만든 섹스 보고서입니다. 이미 외국에선 ‘외설이다’, ‘실제 정사다’하는 논란이 일 정도로 섹스를 묘사한 수위가 높습니다. 



하지만 잿밥이 중요하진 않습니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잿밥 자체는 맛이 없습니다. 주변에 뿌려지는 갖가지 향신료 덕택에 그나마 거부감 없이 넘길 수 있을 수준입니다. 선댄스 영화제 개봉 후 관객들도 섹스 장면보다는, 섹스를 문학적, 음악적, 수학적, 철학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이 재밌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밋밋한 밥에 간이 베이도록 해준 양념이 이것입니다.



감독은 이러한 양념들을 통해 염불의 본질에 다가갑니다. 섹스란 사랑의 행위라는 것, 사랑이 빠진 섹스는 ‘광(狂)’일 뿐이라는 것. 1편까지만 보았을 땐, 라스 폰 트리에가 뭔가 ‘졸라’ 평범해졌다고 생각됩니다. 말하는 방식이 순해졌달까요? <안티 크라이스트Antichrist>에서 윤리와 신화와 예술을 부정하며, 인간을 날카롭게 몰아붙이던 칼이 녹슨 느낌이 듭니다. 통속적인 결론에 이르기까지 2시간의 러닝타임이 조금 길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님포매니악> 전체를 이해하려면 2편도 봐야겠죠? 




모스트 원티드 맨(A Most Wanted Man)이 한국에서 7월에 개봉합니다. 


지난 2월 약물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Philip Seymour Hoffman)이 출연한 마지막 영화입니다. 그가 사망하기 2주 전에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서 처음 개봉됐습니다. 그를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이유가 있습니다.


필립말고 다른 출연진도 좋습니다. 레이첼 맥아담스(Rachel McAdams), 윌렘 데포(Willem Dafoe) 그리고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에서 클레어 언더우드 역할을 맡았던 로빈 라이트(Robin Wright)까지...


무엇보다 이 영화의 원작이 대단합니다. 영국정보기관 MI6 출신 소설가 존 르 카레(John Le Carre, 필명)의 동명소설이 원작입니다. 그의 책은 2009년에 아마존이 선정한 올해의 책에 뽑혔습니다. 존 르 카레는 스파이 스릴러라는 장르소설을 쓰는 작가입니다. 하지만 동종업계(?)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오랫동안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받은 작가입니다. 연출만 받쳐준다면 좋은 장르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국 감독인 안톤 코르빈(Anton Corbijn)이 연출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사진작가로 유명했었고, R.E.M, 너바나, U2 등 유명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를 찍은 감독이기도 합니다. 음악에 조예가 깊기도 한데요. 그 때문인지 2007년 이언 커티스의 인생과 음악을 다룬 <컨트롤Control>로 데뷔합니다. 그리고 2008년에 같은 영화로 런던비평가협회상 신인상 수상했습니다.


영화는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무슬림 청년을 체포하기 위해 인권변호사와 미국, 영국, 독일정보기관들이 벌이는 대립을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은 종교, 이데올로기, 인권, 유럽 현대사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영화가 이런 큰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어내고 있는지 소설과 비교해서 본다면 또 다른 재미를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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