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 씨네 21


영화발전기금이 사라질 상황을 맞았습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부칙(법률 8280호) 제2조에 따르면, 영화발전기금의 유효기간은 2014년 12월 31일까지이기 때문입니다. 기한을 2021년까지 연장하도록 하는 법률개정안(김세연의원 발의, 2월 6일)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습니다. 그러나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개정안도 수정이 필요합니다. 부칙조항을 보면, 공포 후 6개월이 경과된 뒤에 시행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올 초에 통과됐다면 이 조항은 문제 없었지만, 8월 현재까지 상임위 논의도 안 됐기 때문에 언제 통과될지 모릅니다. 통과되더라도 기금이 없어지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법률이 시행됩니다. 따라서 부칙조항은 논의과정에서 '즉시 시행'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발전기금은 기존의 스크린쿼터가 146일에서 73일로 축소되면서 마련됐습니다. 2006년 1월26일 스크린쿼터 축소를 공식 발표한 다음날 정부는 한국영화 발전 대책 중 하나로 영화발전기금을 조성하겠다는 정책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 후 2007년부터 현재까지 햇수로 8년여 간 지속돼왔습니다. 


법률에 따르면 영화발전기금은 ① 정부의 출연금, ② 개인이나 법인의 기부금품, ③ 영화입장권 부과금 3%, ④ 기금운용 수익금,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수익금 등으로 마련됩니다. 기금은 영화입장료 중 3%만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우리가 지니고 있는 오해입니다. 기금에서 3%를 가져가지 않으면 그만큼 영화티켓값이 내릴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어차피 제작사나 배급사나 상영관이나 돈 버는 기업일 뿐, 관객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3%를 통해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져 한국영화가 풍성해지는 일이 더 가치있을 겁니다. 


때문에 지금까지 기금이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사업은 '다양성영화전문 투자조합 출자사업'이었습니다. 이 사업은 간단히 말해, 독창적이고 실험적이지만 제작비가 모자라 만들지 못하는 '작은 영화'들에 투자하는 일입니다. 기금의 유효기간이 끝나고 더 이상 연장되지 않을 경우, 이 사업은 사라지게 됩니다. 소위 '다양성 영화'라고 불리는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등이 만들기 어려워집니다. 그렇게 다양성이 사라진 한국영화계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살아남은 '큰 영화'들의 전쟁터일 뿐입니다. 


이런 결과를 모르지 않을텐데도 정부 측은 미온적인 입장입니다. "국가의 영화계 지원 축소는 이미 진행되고 있고, 정부 예산 지원은 정부의 국정 철학과 관련한 문제라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밝혔습니다(씨네 21 '정부, 영화계에 등 돌리나' 2014.07.25). 더구나 문체부와 영진위가 현재 논의하고 있는 [2015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서는 영화전문 투자조합 출자사업이 공제조합출자사업으로 변경되어 있습니다(씨네 21, '투자 안 해요, 대출하세요' 2014.08.04). 영화발전기금에서 발을 빼거나, 기금이 운용되더라도 현재와 같은 투자방식은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 같습니다(이 사안에 대해서는 추후에 상세히 포스팅하겠습니다).


이번 정부의 국정기조 중에는 '문화융성'이 있습니다. 정부가 생각하는 문화란 과연 무엇을 말하는지, 단순한 수사는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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