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는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감독입니다. <어둠 속의 댄서Dancer in the Dark> 같은 신파는 물론 <백치들The Idiots처럼실험정신 투철한 영화(?)를 만들어, 관객에게 극단적인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가 가지고 있는 스타일리시한 매력만큼은 분명합니다. 제가 처음 본 그의 영화는 <유로파Europa>였습니다. 흑백영화였지만 주인공의 손가락에서 떨어지는 피 한방울만은 붉은 색으로 처리한 장면을 보면서 범상치 않은 감독이란 걸 느꼈었습니다. 















이번에 국내에 개봉하는 <님포매니악Nymphomaniac Vol.1>은 이처럼 매니악한 감독이 만든 섹스 보고서입니다. 이미 외국에선 ‘외설이다’, ‘실제 정사다’하는 논란이 일 정도로 섹스를 묘사한 수위가 높습니다. 



하지만 잿밥이 중요하진 않습니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잿밥 자체는 맛이 없습니다. 주변에 뿌려지는 갖가지 향신료 덕택에 그나마 거부감 없이 넘길 수 있을 수준입니다. 선댄스 영화제 개봉 후 관객들도 섹스 장면보다는, 섹스를 문학적, 음악적, 수학적, 철학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이 재밌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밋밋한 밥에 간이 베이도록 해준 양념이 이것입니다.



감독은 이러한 양념들을 통해 염불의 본질에 다가갑니다. 섹스란 사랑의 행위라는 것, 사랑이 빠진 섹스는 ‘광(狂)’일 뿐이라는 것. 1편까지만 보았을 땐, 라스 폰 트리에가 뭔가 ‘졸라’ 평범해졌다고 생각됩니다. 말하는 방식이 순해졌달까요? <안티 크라이스트Antichrist>에서 윤리와 신화와 예술을 부정하며, 인간을 날카롭게 몰아붙이던 칼이 녹슨 느낌이 듭니다. 통속적인 결론에 이르기까지 2시간의 러닝타임이 조금 길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도 <님포매니악> 전체를 이해하려면 2편도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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