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1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북부에 있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63세입니다. 사인에 대해서 현지경찰은 질식에 의한 자살이라고 추정하는데요. 정확한 사인은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합니다. 로빈 윌리엄스 가족 측의 대변인인 마라 벅스바움은 "로빈 윌리엄스가 심각한 우울증 증세를 겪고 있었다"고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오랜 기간 동안 코카인과 알코올 중독 증세를 극복하기 위해 재활치료를 받기도 했었습니다. 어쨌든 아침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그는 영화 <굿모닝 베트남>, <죽은 시인의 사회>, <미세스 다웃파이어>, <굿 윌 헌팅>, <해피피트> 그리고 최근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 등 수많은 출연했습니다. <굿모닝 베트남>과 <피셔킹>, <미세스 다웃파이어>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세 번 받았고, <굿 윌 헌팅>으로 제70회 아카데미 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2005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그 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세실 B. 데밀상(평생공로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영화배우이기 전에 뛰어난 코미디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코미디 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더욱 발휘했다고 합니다. 


헐리우드 동료들과 함께 일했던 영화관계자들은 충격과 슬픔에 빠져있다고 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에 대해 "뇌우와 같은 코미디 재능으로 우리는 천둥치는 웃을 수 있었다"며 "그가 떠난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또한 "우리 세대의 가장 위대한 배우를 잃었다"며 슬퍼했습니다.(Robin Williams: Steven Spielberg Remembers ‘Lightning Storm of Comic Genius’)


올초 필립 세이모어 호프먼의 사망소식부터 로빈 윌리엄스까지, 뛰어난 배우들이 너무나 일찍 떠나는 것 같아 슬퍼집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O Captain my captain.


● <죽은 시인의 사회> 엔딩 시퀀스



우디 앨런의 신작이 8월 20일 개봉합니다. <매직 인 더 문라이트 Magic in the Moonlight>입니다. 이번엔 전작들과 달리 도시가 아니라, 이야기에 보다 초점을 맞췄습니다. 눈에 안 보이는 건 안 믿는 최고의 마술사가 여자 심령술사를 만나 묘한 매력에 빠진다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콜린 퍼스가 마술사 스탠리 역을 맡았고, 상대역인 심령술사에는 엠마 스톤이 캐스팅 됐습니다. 감독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마술과 심령술이라는 환상적 소재로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해집니다. <미드나잇 인 파리>, <로마 위드 러브>, <블루 재스민>에서처럼 일종의 '환상동화'를 이 영화에서도 보여준다면, 다소 비논리적이고 비사실적이더라도 충분히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평론 사이트인 로저 이버트 닷컴의 글렌 케니(Glenn Kenny)는 이 영화의 리뷰에서 이렇게 말했군요. "내 말을 오해하지 마라. 당신이 세련되고, 노이로제 가득한 로맨틱 코미디 광(狂)이라면 영화의 많은 부분이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Review - Magic in the Moonlight)


● 예고편 





                 ▲ 사진출처 : 씨네 21


영화발전기금이 사라질 상황을 맞았습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부칙(법률 8280호) 제2조에 따르면, 영화발전기금의 유효기간은 2014년 12월 31일까지이기 때문입니다. 기한을 2021년까지 연장하도록 하는 법률개정안(김세연의원 발의, 2월 6일)이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습니다. 그러나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개정안도 수정이 필요합니다. 부칙조항을 보면, 공포 후 6개월이 경과된 뒤에 시행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올 초에 통과됐다면 이 조항은 문제 없었지만, 8월 현재까지 상임위 논의도 안 됐기 때문에 언제 통과될지 모릅니다. 통과되더라도 기금이 없어지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법률이 시행됩니다. 따라서 부칙조항은 논의과정에서 '즉시 시행'으로 수정될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발전기금은 기존의 스크린쿼터가 146일에서 73일로 축소되면서 마련됐습니다. 2006년 1월26일 스크린쿼터 축소를 공식 발표한 다음날 정부는 한국영화 발전 대책 중 하나로 영화발전기금을 조성하겠다는 정책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 후 2007년부터 현재까지 햇수로 8년여 간 지속돼왔습니다. 


법률에 따르면 영화발전기금은 ① 정부의 출연금, ② 개인이나 법인의 기부금품, ③ 영화입장권 부과금 3%, ④ 기금운용 수익금,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수익금 등으로 마련됩니다. 기금은 영화입장료 중 3%만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우리가 지니고 있는 오해입니다. 기금에서 3%를 가져가지 않으면 그만큼 영화티켓값이 내릴 거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어차피 제작사나 배급사나 상영관이나 돈 버는 기업일 뿐, 관객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3%를 통해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져 한국영화가 풍성해지는 일이 더 가치있을 겁니다. 


때문에 지금까지 기금이 사용되는 가장 중요한 사업은 '다양성영화전문 투자조합 출자사업'이었습니다. 이 사업은 간단히 말해, 독창적이고 실험적이지만 제작비가 모자라 만들지 못하는 '작은 영화'들에 투자하는 일입니다. 기금의 유효기간이 끝나고 더 이상 연장되지 않을 경우, 이 사업은 사라지게 됩니다. 소위 '다양성 영화'라고 불리는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등이 만들기 어려워집니다. 그렇게 다양성이 사라진 한국영화계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살아남은 '큰 영화'들의 전쟁터일 뿐입니다. 


이런 결과를 모르지 않을텐데도 정부 측은 미온적인 입장입니다. "국가의 영화계 지원 축소는 이미 진행되고 있고, 정부 예산 지원은 정부의 국정 철학과 관련한 문제라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밝혔습니다(씨네 21 '정부, 영화계에 등 돌리나' 2014.07.25). 더구나 문체부와 영진위가 현재 논의하고 있는 [2015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서는 영화전문 투자조합 출자사업이 공제조합출자사업으로 변경되어 있습니다(씨네 21, '투자 안 해요, 대출하세요' 2014.08.04). 영화발전기금에서 발을 빼거나, 기금이 운용되더라도 현재와 같은 투자방식은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 같습니다(이 사안에 대해서는 추후에 상세히 포스팅하겠습니다).


이번 정부의 국정기조 중에는 '문화융성'이 있습니다. 정부가 생각하는 문화란 과연 무엇을 말하는지, 단순한 수사는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1999, 면회>를 끝까지 보셨다면, 쿠키영상으로 이미 이 영화의 공식 예고편이 아닌 일종의 '예고'를 확인하셨을 겁니다. 작년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상영됐고, 1년여 만인 8월 21일에 개봉합니다.


BIFF 당시 이 영화를 재밌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BIFF 한국영화 프로그래머인 남동철 씨는 "한국독립영화의 블록버스터"라고까지 표현했습니다. 엄청난 물량이 쏟아지는, 말 그대로의 '블록버스터'는 아닙니다. 하지만 재미와 의미만큼은 블록버스터의 그것을 능가합니다. 어린시절 피구왕 통키에 빠지신 적이 있다면, 군대에서 족구 한번쯤 해봤다면, 무엇보다 사랑과 낭만으로 흥건했던 젊음을 보냈거나 보내고 있다면, 이 영화는 반드시 봐야 합니다. 그동안 족구, 복학생을 거들떠 보지 않았어도 좋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어느새 자신도 족구를 하고 싶다거나, 지나가는 복학생에 눈길이 가게 하는 마성의 영화입니다.


굳이 장르적으로 따진다면 코미디인데, 스포츠 영화의 '감동'과 멜로영화의 '달달함'과 청춘 성장영화가 주는 '짠함(?)'이 잘 버무려져 있습니다. 우문기 감독 첫번째 장편영화입니다. 그럼에도 예상 외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이 세련됐고, 장르를 섞는 기교도 있으며, 연출 또한 감칠맛 납니다. 보는 내내 영화적 즐거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영화일 겁니다. 


● 예고편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의 예고편이 공개됐습니다. 9월 3일, 추석 시즌에 개봉합니다. 보통 추석 개봉 영화라고 하면, 성룡이 출연하는 영화나 엄청난 대작들이 상영되는데요. 이 영화는 굳이 따지자면 가족영화에 가깝습니다. '가깝다'라고 표현한 이유는, 원작소설에서 김애란 작가는 시간과 속도, 삶과 죽음 등 인간의 존재를 다루는 감성에 더 힘을 쏟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원작에 충실했다면 단순한 가족이야기를 넘어 이런 감성과 의미 또한 충분히 살려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캐스팅은 '이런 캐스팅이 되나' 싶을 정도입니다. 송혜교, 강동원이라니, 참. 이재용 감독 대단합니다. 이런 조합을 생각하다니요. 그리고 이런 영화를 찍을 생각을 하다니요. 변혁 감독과 함께 영화계를 발칵 뒤집었던 단편 <호모비디오쿠스>에서 시작해 <정사>, <스캔들> 같이 돋보이는 영화는 물론 최근에 연출한 <여배우들>, <뒷담화 : 감독이 미쳤어요> 등 다큐형식을 차용한 실험적 극영화까지. 감독은 뭔가 자신만의 세계관을 관객들에게 관철시키는 영화를 만들어왔습니다. 이런 이재용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이 영화는 예외적인 경우 또는 평범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작이 정말 좋고, 그동안 감독이 보여준 영상미나 영화적 문법 등을 고려해 볼 때 좋은 작품이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합니다.







미국 독립영화의 인큐베이터인 선댄스 영화제가 홍콩으로 영역을 넓히게 됐습니다. 미국 영화매체 [Variety]는 'Sundance Expanding to Hong Kong'이란 기사를 통해, 선댄스 영화제의 해외 영역확대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오는 9월 19일~21일, 26일~28일 2주간에 걸쳐 'The series Sundance Film Festival – Hong Kong Selects series'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홍콩에서 상영될 영화들은 선댄스 영화제 출품작들 중 8편을 엄선해 상영하게 됩니다. 프로그램은 8월 중순에 발표하고, 8월말부터 예매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선댄스 영화제는 오랫동안 유타 주 파크시티에서만 열렸습니다. 작년부터 파크시티를 벗어나 LA에서도 상영하기 시작했고, 올해 역시 8월 7일~10일까지 영화제 출품작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선댄스 협회(The Sundance Institute)측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 독립영화를 단순히 국내외로 소개하는 일을 넘어서 독립영화시장의 규모를 확장하기 위한 활동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세계적인 독립영화제라는 명성을 갖고 있고 뛰어난 감독과 작품을 발굴해왔지만, 미국내 시장은 여전히 헐리우드 영화들에게 밀리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선댄스 영화제 30주년이었던 작년에 LA 헐리우드에 영화제 출품작들을 선정해서 상영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선댄스 협회는 올해 홍콩 상영을 시작으로, 전세계적인 독립영화 확장 프로젝트에 들어간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이 베니스 영화제와 토론토 영화제에 초청됐습니다. 제71회 베니스 영화제에서는 비경쟁 부문(Out of Competition) 중 마스터 감독들을 소개하는 갈라(gala) 상영작으로 선정됐고, 제3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마스터(Masters)' 부문에 공식 초청됐습니다. 마스터 섹션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 영화 감독들의 최신작들을 소개하는 부문입니다.


베니스 영화제는 <씨받이>, <하류인생>, <천년학>에 이어 4번째 초청이고, 토론토 영화제는 <하류인생>, <천년학> 이후 3번째입니다. 


베니스 영화제 프로그래머인 엘레나 폴라치(Elena Pollacchi)가 "<화장>은 인생의 여러 단계에서 마주칠 수 있는 인간관계에 대해 풍부하게 얘기하는 멋진 영화"라고 평했고, 토론토 영화제 프로그래머 지오반나 펄비(Giovanna Fulvi)는 "인생, 죽음, 사랑에 대하여 성숙하고 강렬한 시선으로 돌아보는 특히 더 혁신적인 스토리텔링이 더해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화장>의 제작보고회


영화는 2004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소설가 김훈의 동명소설이 원작입니다. 당시 소설가 서영은은 "'화장'에서 보여지는 잔혹함과 소설 미학적 탁월성은 우리 문학사에 초유라고 할 만하다. 이 작품은 삶이라는 저 오묘한 수수께끼를 여지없이, 명징하게 파헤친 명작"이라고 극찬했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중언부언 하지 않고, 단순하며 무엇보다 깨뜨리기 어려운 견고한 힘을 느꼈었습니다. 임권택 감독이 지니고 있는 영화세계가 이토록 개성 강한 소설과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기대됩니다.




영화는 2008년 타계한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의 인생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내내 화려해 보이는 패션 뒤로 차분한 재즈 음악이 넘실거립니다. 영화의 음악감독을 맡은 사람은 이브라힘 말루프(Ibrahim Maalouf)입니다. 레바논에서 태어난 트럼펫 연주자로 현재 프랑스에서 활동 중입니다. 아랍음악과 전자음악을 퓨전한 재즈 음악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3년에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 연주한 적도 있습니다. 그의 음악이 영화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첫번째 음악은 노인이 된 피에르가 이브 생 로랑을 추억하는 장면에서 사용된 음악입니다. 이브 생 로랑은 알제리 출신이지만, 인생과 패션과 사랑이 시작된 곳은 파리입니다. 배우들 이름이 자막으로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데요. 이 때 함께 쓰인 음악 역시 'Paris'입니다.

● Ibrahim Maalouf - Paris


이브 생 로랑의 파리 생활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알제리 전쟁 때 군대에 징집되었다가 약물복용으로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합니다. 결국 디오르에서 잘린 그는 동성연인이었던 피에르의 노력으로 1962년 첫 쇼를 갖게 됩니다. 자신의 이름을 건 첫번째 패션쇼는, 지금부터 이브 생 로랑의 패션과 인생이 새로운 행진(Défilé)을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바로 이 시퀀스에서 나오는 음악이 'Défilé 1962'입니다. 

● Ibrahim Maalouf - Défilé 1962


매너리즘에 빠진 듯 보이던 이브 생 로랑은 스케치를 하던 어느 날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몬드리안 컬렉션을 창안하게 된거죠. 이 장면에서 나온 음악이 The Chambers Brothers의 'Time has come today'입니다. 여기서부터 영화 속 음악들이 차분한 무채색 재즈에서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음악들, 주로 그 당시에 쓰였던 밴드음악으로 바뀝니다. 한데 피에르와 함께 바이크를 타고 여행하는 신(scene)에서 흐르던 음악만큼은 가장 최근 발표된 노래를 사용했습니다. 

● Patrick Watson - Light house


패트릭 왓슨은 캐나다 출신의 팝가수로 2006년에 [Close To Paradise]로 데뷔했는데, 실험적인 음악과 몽환적인 보컬이 매력적인 뮤지션입니다. 영화에서 그의 'Light House'가 황량한 배경과 함께 정말 잘 어울립니다. 이 외에도 영화 후반부에는 R&B 여성 트리오 The Emotions의 'Blind Alley', 신스팝 밴드 Chromatics의 'Looking For Love', 60년대 밴드 The Bossmen의 'On The Road' 등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들이 사용됩니다. 이런 다양한 색깔을 가진 음악들이 영화 속에서 이브 생 로랑의 패션과 삶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면 러시아 컬렉션을 구현한 마지막 시퀀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시퀀스에서 쓰인 음악은 오페라의 아리아입니다. 영화는 모두 세 곡의 오페라 아리아를 사용하는데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 푸치니의 [토스카] 중에서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그리고 카탈리니의 오페라 [왈리 La Wally] 중 '있거라, 고향 집이여'입니다. 이브 생 로랑 패션의 예술성을 표현하는 마지막 시퀀스에서 바로 마리아 칼라스가 부른 '있거라, 고향 집이여'가 사용됐습니다.

● Maria Callas - "Ebben ? ne andrò lontana" - La Wally


이브라힘 말루프는 영화 초반 겸손하고 수줍음 많은 이브 생 로랑을 표현하기 위해 스며드는 재즈음악을 사용했습니다. 후반부터는 마약, 술, 동성애에 빠진 방탕한 삶과 천재적이고 역동적인 그의 패션을 동시에 보여주려고, 실험적인 것부터 오페라까지 다양한 음악들을 선보였습니다. 영화의 감독인 자릴 레스페르는 이런 영화음악에 대해 “로맨틱하고 섬세할 뿐만 아니라 처연하고 아주 독창적이어서 이 영화에 완벽하게 어울렸다. 또 다른 예술가의 심장처럼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영화에 쓰인 음악이라서가 아니라, 영화가 음악으로 또 한번 기억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던 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존 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 Begin Again, Can a Song Save Your Life?>이 8월 13일 개봉합니다. 존 카니 감독은 아일랜드 출신으로, 아일랜드에서 찍은 <원스 Once>가 히트를 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아직 필모그래피에는 4편의 영화 밖에 없습니다. <원스> 이후로는 2009년에 <조나드 Zonad>라는 코미디 영화 한 편을 찍었고, 4년만인 올해 <비긴 어게인>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추락한 음반프로듀서와 스타 남친을 잃어버린 무명 여가수가 뉴욕에서 만나 음악과 사랑을 나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만 봤을 때는 특별할 것 없는 통속적인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재미는 영화 자체보다 영화음악에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캐스팅부터 주목할만 합니다. 키이라 나이틀리에 마크 러팔로, 더군다나 마룬 5의 애덤 리바인이라니. 감독이 작정하고 음악영화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나선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선공개 된 OST 중에서 키이라 나이틀리와 애덤 리바인이 함께 부른 'Lost Stars'는 아이튠즈 OST 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몇 일 전 키이라 나이틀리의 노래실력을 호평하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혼자서 부른 'Tell Me If You Wanna Go Home'을 들어보시면 아실겁니다.


영화에 참여한 음악 스텝들도 대단합니다. 애덤 리바인은 물론 그렉 알렉산더가 OST 작곡에 참여했습니다. 둘 모두 그래미 수상자들입니다. 그렉 알렉산더는 산타나의 'Game of Love'를 작곡한 싱어송라이터입니다. 특이한 점은 감독인 존 카니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들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 외에도 글랜 핸사드, 씨 로 그린(Cee Lo Green)과 래퍼 겸 배우인 모스 데프(Mos Def)도 참여했습니다. <원스>보다도 음악적인 면에서는 훨씬 다양한 색깔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과연 'Once' again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more than 'Once'?



● 시사회 이벤트 페이지 : 비긴 어게인

● 예고편



● Adam Levine - Lost Stars (Lyric Video)



제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가 지난 25일 폐막했습니다. 올해는 48개국 총 210편(장편 123편, 단편 87편)의 영화가 선보였습니다. 그 중 경쟁부문인 부천초이스 장편부문에선 <다크 벨리 The Dark Valley>가 작품상을, <데드 스노우 2 Dead Snow 2 : Red vs Dead>는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그리고 관객상까지 차지했습니다.


       ▲ 작품상 수상작 <다크 벨리> 스틸컷

<다크 벨리>는 오스트리아 감독 안드레아스 프로차스카의 세번째 장편입니다.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복수극인데요. 서부극이라는 장르를 차용하고 있지만 장르적 재미만 봤을 때는 고개를 갸웃하게 합니다. 굳이 서부영화의 요소를 가지고 올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거죠. 암튼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였습니다. 감독은 이 영화로 올해 독일 영화상 베스트 필름 은상도 받았습니다. 


       ▲ 감독상, 남우주연상, 관객상 수상작 <데드 스노우 2> 스틸컷

3개의 상을 받은 <데드 스노우 2>도 PiFan의 화제작이었습니다. 노르웨이 감독인 토미 위르콜라가 만든 시리즈물입니다. 2차 대전 이후 나치 좀비와 연합군 좀비들이 전쟁을 벌인다는 컨셉은 <데드 스노우 1>과 같습니다. 하지만 전작보다 영화의 스케일이 좀 더 커졌고, 그에 따른 재미도 풍부해진 것 같습니다. B급 좀비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지만요.


개인적으로 주목했었던 프룻 첸 감독의 <미드나잇 애프터 The Midnight After>가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습니다.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수상했는데요. "현대적이고 색다른 느낌의 장르영화로 특히 감독의 철학과 사상의 깊이가 담겨있어 인상적"이라는 호평을 받았네요. 이번 영화제에서는 못 봤는데 개봉을 하게 되면 꼭 봐야 겠습니다.


       ▲ 단편부문 특별상 수상작 <팡이요괴> 스틸컷

단편 경쟁부문에선 한국영화들이 수상작에 올랐습니다. <팡이요괴>, <침입자>, <Something> 등 상상력과 사실성이 버무려진 단편들이 호평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녀괴담>이 유럽판타스틱영화연맹 아시아상을 받았는데요. 개인적으로 애매모호하게 봤던 영화였습니다. 학교폭력에 대한 다양한 시각도 없었고, 과거 한국 학원공포물을 제대로 답습하지도 못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뭐, 심사하는 분들은 제가 못 본 걸 봤겠죠. 또한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선과 악의 근본에 대해서 생각케 한 <방황하는 칼날>이 특별언급상을 받았다는 사실도 주목할만 합니다. 


올해 PiFan은 영화를 보는 수동적인 역할만 했던 관객들을 영화 안팎에서 참여시키는 부대행사들이 많았습니다. 부천전통시장과 연계한 '부천 전통시장 알리기 프로그램'이나, 부천의 캠핑장을 활용한 '우중영화 산책'은 돋보이는 기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PiFan 집행위는 "내년에는 관객이 영화를 수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에도 참여, 영화를 보다 체감하고 느낄 수 있도록 영화제를 준비할 방침(연합뉴스 2014.07.25)"이라고 하니, 올해보다 더 풍부한 부대행사들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주요부문 수상내역

 수상부문

수상영화 

감독 및 배우 

 부천초이스 장편

작품상 

 다크 밸리

안드레아스 프로차스카 

감독상 

 데드 스노우 2

토미 위르콜라 

 남우주연상

데드 스노우 2 

 베가 호엘

 여우주연상

 바바 둑

에씨 데이비스 

 심사위원특별상

 미드나잇 애프터

프룻 첸 

 관객상

 데드 스노우 2

토미 위르콜라 

부천초이스 단편 

 대상

 하바나

에두아르드 살리에르 

 심사위원상

 분노의 심판자, 스틸

마이크 모트 

 특별상

 팡이요괴

박천규 

 관객상

침입자 

박근범 

 심사위원특별언급상

 그림자연극 / Something

로렌초 레치오 / 정성락 

 유럽판타스틱영화연맹

 아시아영화상

 소녀괴담

오인천 

 심사위원특별언급상

방황하는 칼날 

이정호 

넷팩상

 우드 잡!

야구치 시노부 

하이엔텍상 

18-우리들의 성장 느와르 

한윤선 



● 백은하 글, 손흥주 사진


"최민식의 얼굴은 살아 숨쉬는 지도다. 
눈 옆으로 먹물처럼 번져나간 그의 주름에는 번지수가 매겨져 있다.
긴 세월 거쳐온 연기의 흔적들이,
그의 주름 위에서 하나하나 문패를 달고 고스란히 자리잡고 있다.
그가 연기를 시작하면 문패의 주인들이 저마다 문을 열고 카메라 앞에 선다."
- [최민식: 눈물을 품은 화염방사기] p.15

영화를 감독의 예술이라고들 한다. 맞고도 틀린 말이다. 감독은 영화 전체를 이끌지만 배우는 필름 안에서 영화에 영혼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영화에선 신내린 무당처럼 전혀 다른 사람을 되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들기도 하며, 스크린을 쳐다보는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하기도 한다. 그래서 배우는 '신비한 딴따라'다. 글쓴이는 자신만의 시각과 인터뷰와 영화 속 캐릭터 해석을 통해 배우라는 신비함에 다가가고 있다.

이 책은 10년 전인 2004년에 나왔다. 책에는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전도연, 김혜수, 윤여정 등등 그때나 지금이나 대단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조승우, 강혜정, 박해일, 류승범처럼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이제 막 단단하게 채워나가던 '배우'들도 함께 있다. 때문에 이 책은 서로 다른 맛의 '배우'와 '배우'를 버무려 전혀 새로운 맛을 담아낸 접시가 됐다. 10년이 지나도 책이 지닌 결이 여전히 살아있는 이유다. 


"누군가 그의 생김새에 대해 물어온다면 약간 남감해진다. 어떤 배우와 닮았냐고 물어봐도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분명 호감가고 매력적인 얼굴이지만, 입이 크다든지, 코가 오똑하다든지 하는 디테일한 생김새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미남도 추남도 아닌 그의 얼굴엔 분명한 선도, 분명한 악도 찾을 수 없다. "
- [박해일: 선과 악, 추억과 미래의 얼굴] p.134

가장 공감이 갔던 글은 박해일을 묘사한 대목이었다. 나 또한 그를 영화에서 처음 봤을 때, 선과 선 사이의 경계가 흐려진 오묘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형태를 짚을 수 없는,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무한함이었다.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외모지만, 그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것은 연기를 생각하는 내면이었다. 인터뷰를 통해서 고민을 서로 다르게 표현했으나 모두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항상 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는 결론 역시 같았다. 대본을 분석하는 일도, 현장에 맞게 본능적으로 헤쳐나가는 일도, 실생활에서조차 영화 속 인물의 감정을 지니는 일도. 하나같이 연기를 향한 강인한 열정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이런 배우들도 책 속에서 스스로 겁쟁이라는 걸 고백한다. 대중들에게 버려질까 무서워하는가 하면, 대중들이 있기에 내가 있을 수 있다면서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기도 한다. 그들은 카메라 앞에 혼자 서 있는 자신이 아니라, 너머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관객들을 두려워하는 약한 존재이다. 

사람들이 못 알아볼 정도로 그 인물이 되어버리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하는 배우들. 미치도록 그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이 신비한 딴따라들나 못 알아보면 전화해 줄래요, 라고 글쓴이에게 말하던 윤여정의 사자후가 크고도 깊다. 




우리시대 한국배우

저자
백은하 지음
출판사
해나무 | 2004-08-25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이 시대 한국 영화를 이끄는 스무 명의 배우에 관한 본격 배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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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토마스 앤더슨(이하 PTA) 감독의 신작이 오는 10월 열리는 제52회 뉴욕 영화제(New York Film Festival)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에서 상영될 예정입니다. PTA의 영화로는 <부기 나이츠>와 <펀치 드렁크 러브> 이후 세번째로 뉴욕 영화제를 찾게 됐습니다.


상영될 신작은 <인히어런트 바이스 Inherent Vice>입니다. 영화는 토마스 핀천의 2009년 작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약(마리화나)쟁이 형사가 자신과 사귀던 소녀의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느와르입니다. 작년 캐스팅부터 숀 팬과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이 되네 마네 하는 온갖 설들이 난무했지만, 이 두 배우는 최종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호아킨 피닉스, 리즈 위더스푼, 오웬 윌슨, 조쉬 브롤린, 베네치오 델 토로 등등 뒤지지 않는 배우들이 출연했습니다. 


지난 2월, 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 측에서는 올해 12월 12일에 개봉하겠다고 밝혔었습니다. 올 가을에나 개봉될 줄 알고 포스터에 'Fall'이라고까지 박아놨는데 미뤄졌습니다. 누가 봐도 연초의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같은 시상식 시즌을 염두에 둔 전략적(?) 개봉이었습니다. 하긴 감독이 PTA이니 워너브라더스가 이렇게 나오는 게 크게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몇 일전 우디 앨런이 인터뷰에서 PTA를 가장 주목할 만한 감독이라고 말한 사실만 봐도 말이죠.


그런데 10월에 영화제 월드 프리미어에서 먼저 상영하게 됐네요.



● 참고

1. 우디 앨런 인터뷰 기사(2014.07.18)

2. Variety "Paul Thomas Anderson's 'Inherent Vice' to World Premiere at New York Film Festival(Exclus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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