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범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산다>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습니다. 영화는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 삼인삼색 2014]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집에 대한 소망을 품고 살아가는 노동자 정철이 삶의 의지를 발견하는 영화라고 합니다. 티저 예고편 속에서도 영화가 표현하려는 삶의 의미를 얼핏 느낄 수 있는데요. 2시간 30분이라는 다소 긴 러닝타임이지만, 좌절과 고통을 극복해 나가는 삶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 지 기대를 갖게 합니다. 

작년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청년비평가상을 수상한 이후부터 각종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요.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산다>는 돈, 위선, 가족이라는 기만의 함정을 통과하는 고통스러운 삶의 길을 보여준다”라며 “타인에 대한 선의를 통해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 영화의 엄격하고 객관적인 톤은 삶의 긍정적인 힘을 허락한다”는 찬사를 보낸 바 있습니다. 

오는 5월에 개봉합니다. 


● 티저 예고편


● 관련 글 : 박정범 감독 청년비평가상 수상(2014.08.19)


선댄스 영화제가 지난 1월 22일, 미국 유타주 시티파크에서 개막했습니다. 2월 1일(미국 현지시간)까지 열립니다. 장편 경쟁부문에 선정된 작품들은 총 56편입니다. '미국 드라마 경쟁' 16편, '미국 다큐멘터리 경쟁' 16편, '월드 드라마 경쟁' 12편, '월드 다큐멘터리 경쟁' 12편 등입니다.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작품들에 대해서는 지난번 글을 통해 프리뷰했습니다(제31회 선댄스 영화제 최종 라인업). 

이번 영화제에 선보일 영화들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어간 작품들이 많다는 해외매체의 평가입니다. 주로 종교, 인종차별, 성매매 또는 성폭행 등 논란을 불러일으킬 주제들말이죠. 이런 주제들을 다루면서 질문을 던지는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또 새로운 정책으로의 변화를 외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Intense' Sundance 2015 delves into religion, rape and racism). 

영화제의 정치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시선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댄스 영화제가 출범 때부터 지향했던 '독립'영화의 정신을 여전히 지켜가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박수 받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본과 권력, 흥행으로부터 '독립'한 영화들이 다룰 수 없는 금기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기술적인 측면에서 주목할만한 것이 있는데요. 바로 가상현실을 활용한 영화들이 13편이나 상영된다는 사실입니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라는 장치를 통해서 구현하는 영화들은 '뉴프론티어' 부문에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9년 동안 뉴프론티어 부문의 시니어 프로그래머를 맡고 있는 샤리 프릴롯은 "대단히 중요하고 깊이 있게 영화제작 환경의 변화를 이끌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고 인터뷰를 했군요(VR Films Are Going to Be All Over Sundance 2015).



내년 1월 22일부터 2월 1일까지 열리는 제31회 선댄스 영화제의 라인업이 모두 공개됐습니다.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수는 장편 4,105편, 단편 8,061편 등 총 12,166편입니다. 미국 영화 2,016편이 출품됐고,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도 2,089편이 출품됐습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 118편의 장편 영화만이 선댄스 영화제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전 세계 독립영화의 인큐베이터답게 45명의 신인감독들의 영화들이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영화제의 장편 경쟁부문은 '미국 드라마(US Dramatic)', '미국 다큐멘터리(US Documentary)', '월드 드라마(World Dramatic)', '월드 다큐멘터리(World Documentary)'로 나뉩니다. 아래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영화제에서 소개한 글과 사진만으로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봤습니다. 


미국 드라마(US Dramatic)

     ▲ 미국 드라마 부문 본선 경쟁작 <더 나은 선택 Advantageous(Director. Jennifer Phang)>의 스틸컷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내용만으로 보자면, 저는 <더 나은 선택 Advantageous>을 가장 보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행복을 조절하는 기술이 상용화 된 가까운 미래에 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성실한 싱글맘으로 살던 주인공이 일자리를 잃어버리면서 겪는 일들이 주된 내용이라고 합니다.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요즘 개인적으로 자주 하게 돼서 더 보고 싶은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잭 블랙 주연의 '<D-트래인 The D Train>', 크리스틴 위그 주연의 '<The Diary of a Teenage Girl>', 가이 피어스 주연의 '<Results>', 치웨텔 에지오포와 크리스 파인 주연의 '<Z for Zachariah>'등이 경쟁을 펼칩니다.

 

● 미국 다큐멘터리(US Documentary)

      ▲ 미국 다큐멘터리 부문 본선 경쟁작 <Cartel Land(Director. Matthew Heineman)>의 스틸컷


미국 다큐 부문에선 <카르텔 랜드 Cartel Land>가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데요. 미국과 멕시코 접경지역에서 벌어지는 마약 전쟁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멕시코 마약조직들의 집단살인은 올해뿐 아니라 오래전부터 국제뉴스에서 많이 나왔었습니다. 조직범죄가 만행하는 지역에서 인간은 삶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영화제 측에선 이 영화에 대해 국가와 주정부가 나와 내 가족을 지켜주지 못할 때, 나는 어떤 수단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그 대답을 들려준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고래의 멸종을 통해서 인간의 역할을 고민하는 <Racing Extinction>이나, FBI 요원의 일상과 대테러작전을 뒤쫓으며 감시국가로서 미국의 현재를 보여주는 <(T)ERROR>도 좋은 소재를 가진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합니다.


● 월드 드라마(World Dramatic)

      ▲ 월드 드라마 부문 본선 경쟁작 <Homesick(Director. Anne Sewitsky)>의 스틸컷


월드 드라마 부문에선 낯익은 배우들이 찍은 영화가 있습니다. 유괴 아동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니콜 키드먼의 <Stragerland>, 미스터리한 여행자 역할을 맡은 마이클 파스밴더의 <Slow West>. 두 편 모두 좋아하는 배우들이라 관심이 가지만, 영화제의 소개글로만 보자면 저는 <Homesick>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영화는 여주인공이 병과 알콜중독에 빠진 부모를 떠나, 한번도 본 적 없는 배다른 오빠를 오슬로에서부터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둘이 서로 성적 매력에 빠져들면서 파멸로 이른다는 내용인데요. 막장입니다. 치정과 격정 멜로를 좋아하는 저의 드라마 취향에 딱 맞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감독이 안네 세비스키(Anne Sewitsky)라서입니다. 감독의 예전 영화인 <오 마이 갓 Oh, My God!>에서 성(sexuality)을 다루는 능숙하고도 익살스런 솜씨 때문에 잊어버리지 않고 있었던 이름입니다. 6년여가 지났기 때문에 지금은 좀 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질 않을까하는 기대가 크기도 하구요.


● 월드 다큐멘터리(World Documentary)

      ▲ 월드 다큐멘터리 부문 본선 경쟁작 <The Amina Profile(Director. Sophie Deraspe)>의 스틸컷


월드 다큐멘터리에서는 <The Amina Profile>이 가장 눈길을 끕니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유명 블로거 '아미나(Amina)'의 정체를 찾아가는 다큐입니다. 그녀는 [A Gay Girl in Damascus]라는 블로그에서 중동 정치와 종교, 섹슈얼리티에 대해서 거리낌 없는 포스팅을 올리며 많은 응원을 받던 블로거입니다. 그런데 시리아 사태가 벌어진 2011년 아미나가 납치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과연 그녀가 납치당한 건 사실일까요? 이 사건을 아는 사람도 이 다큐가 진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기대케 합니다. 참고로 저는 이 실화의 스포일러를 알고 있습니다. 또한 월드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는 말론 브란도의 비공개 생전 모습들이 담긴 <Listen to Me Marlon>, 그린피스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How To Change The World>, 아프리카 영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오스마에 셈베네(Ousmane Sembene) 감독에 대한 헌사인 <Sembene!> 등 다양한 다큐들이 본선에 올랐습니다. 



      ▲ 비공식 경쟁 부문인 'Premiere' 진출작 <서울 서칭 Seoul Searching(Director. Benson Lee)>의 스틸컷


한편 비공식 경쟁부문에 한국과 관련한 극영화가 포함됐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벤슨 리(Benson Lee) 감독이 만든 <서울 서칭 Seoul Searching>이 프리미어 부문에 올랐습니다. 벤슨 리 감독은 이미 1998년 <미스 먼데이 Miss Monday>로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 영화제에서 선 보일 <서울 서칭>은 1986년을 배경으로, 세계 각지에서 흩어져 살던 한인 청소년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여름 캠프에 참석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제 전 부문에 오른 모든 영화들을 소개하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최종 라인업은 다음 링크를 가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참고 : 선댄스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31회 선댄스 영화제 전 부문 최종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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