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이 국내에서 영화를 찍는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찍는 장편 극영화로는 2009년 <박쥐> 이후 5년만입니다. 그 5년여 동안 박찬욱 감독은 동생인 박찬경 감독과 함께, 단편 <파란만장>과 <청출어람>을, 작년엔 <고진감래>라는 다큐멘터리와 극형식을 비벼놓은 다양한 영화들을 찍었습니다. 물론 미국에서는 <스토커>를 만들었고, <설국열차>에서는 제작을 맡기도 했습니다. 


새 영화는 아직 시나리오도 나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여러 기사들에선 막바지 작업 중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제목은 <아가씨>라고 합니다. [핑거스미스 Fingersmith]라는 세라 워터스의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소설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레즈비언 소설입니다. 세라 워터스는 그 바닥(?) 소설로 유명한 작가인데요. [핑거스미스]는 2002년에 발표된 그녀의 세번째 장편소설입니다. 평론가들과 독자들로부터 반향을 일으키며 찬사를 받았습니다. '핑거스미스'는 도둑을 뜻하는 은어라고 합니다. 레즈비언 소설을 모티브로 하는 박찬욱의 영화라니... 뭔가 멜랑콜리하고 그로테스크한 냄새가 벌써부터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박찬욱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갖고 있는 저의 편견일까요?


보다 앞서 BBC는 2005년에 <핑거스미스>를  TV 드라마로 만들었습니다. 에피소드 3편의 총 러닝타임이 180분에 달합니다. 지금의 <셜록> 시리즈의 에피소드가 편당 1시간 30분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TV 시리즈라고는 하지만 그냥 180분짜리 영화에 가깝습니다. 서스펜스, 음모, 사랑, 파멸 등등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칩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TV 시리즈를 먼저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테레즈 라캥 Therese Raquin]에서 모티브를 얻어 <박쥐>를 보여줬듯이, 박찬욱 감독이 [핑거스미스]를 바탕으로 만들어낼 <아가씨> 역시 독특한 어법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펼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과연 이 영화의 파격적인 역할을 어떤 배우들이 맡을 지도 기대됩니다.



● 사진출처 :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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