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청년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두려움 그리고 그 너머에서 희망을 찾고자 합니다. 이러한 성격을 지닌 영화들은 과거에도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노킹 온 헤븐스 도어 Knockin' on Heaven's Door>, <러스트 앤 본 Rust and Bone>, <50/50>  그리고 우리나라 영화인 <네버엔딩 스토리>까지. <안녕, 헤이즐>은 이러한 영화들과 같은 궤적에 있습니다. 불치병과 시한부 인생, 절망적인 상황에도 잃지 않는 유머,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성찰적인 시선, 감동적인 엔딩들 말이지요. <안녕, 헤이즐>은 이러한 관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가 주는 진정성과 감동은 관습을 뛰어넘어 여전히 유효합니다. 물론 그 배경을 차지하는 건 좋은 음악들입니다.


불치병 환자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헤이즐과 거스는 자신들이 읽었던 책을 공유하며 급속도로 친해집니다. 전화를 기다리는 헤이즐의 표정 너머로 음악이 들립니다. 제이크 버그의  'Simple As This'입니다. 제이크 버그는 19세였던 2012년 1집 [Jake Bugg]를 발표하며 데뷔했습니다. 노엘 겔러거로부터 천재라는 평가를 받았는데요[Shangri La]로 영국의 그래미 2013 머큐리어워즈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Simple As This'는 그의 1집에 수록된 곡입니다. 가사를 들어보면 제이크 버그는 애늙은이처럼 진지하고, 시적이고, 인생에 대한 통찰력을 선보입니다. 그래서인지 너무 빨리 죽음을 고민하게 된 영화의 주인공들과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 Jake Bugg - Simple As This


책에서부터 시작된 헤이즐과 거스의 사랑은, 피터 반 후텐이라는 책의 저자를 찾아 네덜란드를 가는 데까지 이릅니다. 물론 그들의 불치병이 그걸 쉽게 허락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네덜란드에 닿은 헤이즐과 거스. 네덜란드 거리를 돌아다니며 데이트 하는 그들의 웃음과 더불어 인디언스의 'Oblivion'이 흐릅니다. 헤이즐과 거스가 처음 만났던 불치병 모임에서, 두려운 것이 뭐냐는 질문에 거스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잊혀진다는 것'. 네덜란드 데이트 씬(scene)에 쓰인 짧은 컷들은, 잊혀지는 일을 두려워한 거스와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는 것도 받아들이라는 헤이즐이 함께 한 그들만의 기억입니다. 결코 '망각(Oblivion)' 되지 않을 기억말이지요. 인디언스의 노래는 그들의 기억을 축복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 Indians - Oblivion


거스는 네덜란드에서 암세포가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자기 몸에 퍼져있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미국으로 돌아온 헤이즐의 앞에 놓인 건 거스의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었습니다. 죽음을 앞두고 거스는 결코 쿨하지 못했지만, 끝까지 유머를 잃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자신의 장례식을 살아서 보고 싶은 거스는, 헤이즐과 친구 아이작을 교회에 불러놓고 장례식 연습을 합니다. 추도사도 듣죠. 그러고는 8일 후에 조용한 죽음을 맞습니다. 거스의 진짜 장례식에서 헤이즐은 내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러다 혼자 차를 몰고 가는 씬에서 눈물을 쏟습니다. 헤이즐의 눈물을 타고 흘러내리는 노래가 버디의 'Not About Angels'입니다. 이 곡은 버디가 영화의 편집본을 미리 보고 집에 가서 바로 썼다고 합니다. 이런 감성은 버디의 1집 [Birdy]를 들어보신 분은 익히 아실 겁니다. 1집은 그녀가 15살이었던 2012년에 발표됐습니다. 15살 맞아, 할 정도로 사랑과 외로움의 감성을 뛰어나게 표현했던 앨범입니다. 심지어 데뷔앨범은 리메이크 앨범이었습니다. 어쨌든 'Not About Angels'은 관객들에게 헤이즐의 처절하고도 슬픈 감정 그 이상을 느끼게 해줬던 노래였습니다.

● Birdy - Not About Angels


헤이즐은 작가인 피터 반 후텐이 거스의 장례식 때 전해준 편지를 두고 두고 읽습니다. 이 편지는 스포가 있어서 자세히 설명드리지 않겠습니다. 영화에서 특정음악이 두 번 쓰인 건 딱 한 번 뿐입니다. 그 음악은 프랑스 일렉트로닉 밴드 M83의 'Wait'입니다. 네덜란드에서 헤이즐과 거스가 다리를 건너는 장면에서 첫번째로, 헤이즐이 잔디밭에 누워 편지를 읽는 장면에서 두번째로 사용됩니다. M83의 음악은 <웜 바디스>, <오블리비언> 등등 최근에 많은 영화에서 쓰일 정도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Wait'는 그들의 [Hurry Up, We're Dreaming]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몽환적이다가 후반부 갈수록 아름다워지는 M83의 음악을 통해, 거스와의 기쁜 사랑을 기억하려는 헤이즐의 슬픔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 M83 - Wa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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