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박스 매각협상을 둘러싸고 양대 주주들의 기싸움이 점입가경입니다. 지난번 '메가박스, 중국 자본에 매각?'이란 제목으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상황은 1대 주주(50% 소유)인 한국멀티플렉스투자펀드(KMIC - 맥쿼리 펀드가 연기금 등으로부터 투자자금을 모아 설립한 투자펀드)가 중국의 오리엔트스타캐피털(Orient Star Capital)과 지분매각계약을 채결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따라서 2대 주주(46.31% 소유)인 제이콘텐트리(JContentree)가 KMIC의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었죠. 지분 우선매수권은 KMIC가 오리엔트스타캐피털  매각계약을 체결한 후 한달 안에 행사돼야 합니다.

그런데 제이콘텐트리는 결정을 미룹니다. KMIC와 오리엔트스타캐피털 간의 지분매각 계약에 몇 가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제기한거죠. 첫째, 우선협상대상자인 오리엔트스타캐피털의 자금력에 의문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분인수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의구심입니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지니고 있는 자금이 부족해서 우리나라 금융회사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주장 또한 펼치고 있습니다. 둘째, 우선매수권 행사 시점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지분매각계약 상으로는 2월 13일까지 우선매수권이 행사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소멸되고, 오리엔트스타캐피털에 지분이 넘어가게 됩니다. 제이콘텐트리는 지분매각계약 시 KMIC 측과 합의해서 정해진 기한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선매수권의 행사 시점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KMIC 측의 반발도 거셉니다. 이미 자금증빙을 통해서 우선협상대상자가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오리엔트증권의 손자회사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인수자금에 대한 투자확약서를 오리엔트스타캐피털이 제공했기 때문에, 자금력과 함께 인수주체의 실체도 해결됐다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제이콘텐트리는 지난 13일 공시(disclosure)를 통해, "맥커리펀드가 주식양도통보 요건 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맥쿼리 펀드는 매각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주주간 협약에 따르면 관할법원은 홍콩법원으로 명시돼 있다고 합니다.

어려운 말들을 많이 풀어놨는데요. 제이콘텐트리가 이렇게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메가박스를 인수하고 싶은데, 오리엔트스타캐피털이 판돈을 너무 높게 걸었기 때문입니다. 오리엔트스타캐피털은 메가박스의 경영권과 지분 100% 인수하는데에 5,150억원을 제시했는데요.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려면 이 가격 이상을 제시해야 하는데 자금력이 부족한 제이콘텐트리로서는 난감한 상황인 것입니다. 제이콘텐트리의 반대가 자금확보를 위한 시간벌기라는 지적도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지는 지점입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가 론스타처럼 먹고 튀는 투기자본인지,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확실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렇게 법정으로 가게 될 경우, ① 중재결정까지 1~2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② 그 사이 매각협상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③ 메가박스의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판다면 제값으로 팔아야 하는데 기업가치가 떨어진다면 오리엔트스타캐피털이 제시한 5천억원보다 더 낮은 헐값에 팔릴 수 있기 때문이죠. 

메가박스의 매각을 둘러싼 밀당은, 보다 많은 시세차익을 남기려는 맥쿼리펀드와 욕심은 나는데 능력이 안 되는 제이콘텐트리의 진흙탕 싸움입니다. 여기에 여전히 그 실체가 의문인 오리엔트스타캐피털까지 뒤섞여서 말이죠. 이제 법정으로 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사진 및 CI 출처 : 메가박스 공식 페이스북, 제이콘텐트리 공식 홈페이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