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시간) 열렸던 제65회 베를린 영화제가 14일 장단편 경쟁부문의 시상식을 가졌습니다. 작년에는 신인에 가까운 디아오 이난(중국) 감독의 <백일염화>가 느와르, 스릴러 장르로는 드물게 황금곰상을 받았었습니다. <백일염화> 외에도 남녀 주연상을 모두 아시아 영화배우들이 가져갔었죠. 그 연장선에서 이번 영화제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영화의 변방에서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해내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장편과 단편할 것 없이 중남미, 동유럽, 아시아 영화와 감독들이 반향을 일으키면서 주요부문을 수상하게 됐습니다.

▲ 자파르 파나히 감독을 대신해 황금곰상을 수상한 감독의 여조카 한나 사에이디

먼저 황금곰상에는 이란 감독인 자파르 파나히의 <택시 Taxi>가 수상했습니다. 자파르 파나히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조감독 출신입니다. 영화미학적인 측면에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죠. 그러나 그가 주목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란 사회에 대한 비판입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리얼리즘을 환상적 또는 동화적으로 풀어나간다면, 자파르 파나히는 리얼리즘을 통해 사회참여와 비판의식을 일깨우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황금곰상을 수상한 <택시> 또한 감독의 이러한 영화철학에 충실한 영화라고 합니다. 자파르 파나히는 2010년에 이란 반체제 인사로 분류되면서 현재 출국금지, 20년간 영화제작 금지 상태에 있는데요.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이 직접 택시를 몰면서 테헤란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을 폰 카메라로 찍었다는군요. 심사위원장인 데런 아르노브스키는 자파르 파나히가 보여준 영화에 대한 열정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예술혼을 잃어버리지도, 좌절과 분노에 빠지지도 않고 영화에 보내는 러브레터를 만들었다." 심사위원장의 말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이번 황금곰상의 의미는 '갇혀 있지만 여전히 자유로운 예술적 영혼'인 자파르 파나히에 대한 지지와 헌사에 더 큰 방점이 있는 건 아닌가 합니다.

 <더 클럽>으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파블로 라라인 감독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은 파블로 라라인(칠레) 감독의 <더 클럽 El Club>이 받았습니다. 아동성추행으로 성직을 박탈당한 신부와 신부들의 모임을 통해 성직자와 카톨릭 교회의 모순을 드러내는 영화라고 합니다. 파블로 라라인은 칠레는 물론 남미영화감독으로는 꽤 알려진 감독입니다. 2013년 <노 No>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었습니다. 그 때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 Amour>에 밀려 수상하지 못했지만요.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습니다. 2009년 제10회 전주국제영화제에 <토니 마네로 Tony Manero>라는 영화로 말이죠. 그리고 최근 소식에 따르면, 알 파치노가 주연한 <스카페이스 Scarface> 리메이크 영화의 감독으로 확정됐다고 하는군요.

 <익스카눌>로 알프레드 바우어 상을 수상한 하이로 부스타만테 감독

혁신적인 촬영기법을 선보인 영화에게 주어지는 상인 알프레드 바우어 상은, 과테말라 하이로 부스타만테 감독의 <익스카눌 Ixcanul Volcano>이 수상했습니다. 과테말라 화산지대를 배경으로 하는 재난영화라는데, 개인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표현했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그리고 감독상은 동유럽 감독들이 공동수상했는데요. 폴란드의 마우고시카 슈모프스카와 루마니아의 라두 주데 감독이 그들입니다. 마우고시카 슈모프스카 감독은 <인 더 네임 오브 In the Name of>나 <엘르 Elle>로 국내에서도 소개된 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 더 네임 오브 In the Name of>라는 영화를 봤었는데요. 동성애자인 카톨릭 신부의 성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다뤘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녀의 영화들은 성과 욕망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는데요.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그 유명한 <안티크라이스트 Antichrist>를 공동제작하기도 했었더군요.

 <호산나>로 단편부문 황금곰상을 수상한 나영길 감독

마지막으로는 단편부문 황금곰상을 수상한 한국 나영길 감독의 <호산나>입니다. 2013년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가 칸 영화제에서 단편부문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후, 또 다시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1년 박찬욱, 박찬경 감독의 <파란만장> 이후 베를린 영화제에서만 두번째로 단편부문 황금곰상을 받게 됐습니다. 영화는 아프거나 다친 마을 사람들을 치유하고 죽은 자들을 되살리는 소년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호산나(구원하소서)라는 제목에서 보듯 인간의 구원, 삶과 죽음에 대한 영화입니다. 


● 제6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전 부문 수상내역

65_Berlinale_Awards.pdf

● 사진 및 자료출처 : 베를린 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일등급이다>(이정호 감독)


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오늘 막을 내렸습니다. 총 57편의 영화가 경쟁했는데요. 올해 역시 대상은 없었습니다. 대상의 경우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되기 때문에 선정하기가 까다롭습니다. 지난 12년 동안 대상 수상작은 <재능있는 소년 이준섭>(02, 신재인 감독), <남매의 집>(09, 조성희 감독), <숲>(12, 엄태화 감독) 등 딱 세 편 뿐입니다. 


▲ '4만번의 구타'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 <아귀>(송우진 감독)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에는 강진아, 김용화, 권혁재, 노덕, 민규동, 엄태화, 이경미, 허정 감독 등이 맡았습니다. 그리고 배우 강동원, 김성령, 한지민이 명예심사위원을 맡았습니다. 


▲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 <만일의 세계>(임대형 감독)


총 80회의 유료 상영과 개-폐막식을 포함해 7번을 무료로 상영했습니다. 29회 매진을 기록했고 약 80%의 점유율을 보였다고 합니다. 내년에는 더 풍부하고 재밌는 영화들이 많아지길 기대해봅니다. 제13회 수상작을 정리했습니다. 


● 제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수상작

 수상부문

수상내역 

수상작 

 작품

대상 

해당작 없음 

비정성시 

일등급이다(이정호 감독) 

 사랑에 관한 짦은 필름

여름방학(손태겸 감독)

 희극지왕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구교환 감독) 

절대악몽

 12번째 보조사제(장재현 감독)

  4만번의 구타

아귀(송우진 감독)  

 심사위원특별상

개진상(김도훈 감독), 호산나(나영길 감독), 

만일의 세계(임대형 감독) 

 연기

 심사위원특별상

박주희(만일의 세계, 비행소녀), 이주승(사브라)  

 스태프

 미쟝센상

이재우 촬영감독(어느날 갑자기), 진성민 감독(달팽이)

 관객상

ISHOTS 상

 일등급이다(이정호 감독)

The Best Moving Self-Portrait 

고양이(윤서현 감독), 4학년 보경이(이옥섭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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