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를 한줄로 말하면?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을 채찍질하는 하드보일드 서스펜스 '드럼'.

● 내 마음대로 별점 ★★★★

제31회 선댄스 영화제 폐막식이 지난 31일(현지시간) 유타주 피닉스파크에서 열렸습니다. 수상작들의 면면을 봤을 때, 전반적으로 작년과 비슷한 경향을 보인 것 같습니다. 드라마 부문에서는 무난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들이,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는 총기 사건과 인종차별, 멕시코 마약, 테러, 환경운동, 특히 성폭력과 관련한 여성인권 등 다양한 정치사회적 문제들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영화들이 여전히 강세를 보였습니다. 

▲ <Me and Earl & Dying Girl> 스틸컷

이번 영화제에서는 알폰소 고메즈-레존 감독의 <Me and Earl & Dying Girl>이 미국 드라마 부문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받았습니다. 백혈병으로 죽음을 앞둔 주인공 그레그와 친구 얼이 함께 자신들의 영화를 찍는다는 내용입니다. 지난해의 <위플래시 Whiplash>처럼 미국 드라마 부문의 주요상을 받았네요. 미국 다큐멘터리 부문의 <The Wolfpack>은 한 아파트에서 오직 홈스쿨링만으로 길러진 7명의 뉴욕 젊은이들에 대한 다큐라고 합니다. 한 곳에서 타인과의 교류없이 자란 사람들이 실제 존재한다는게 믿기지 않는데요. 그들이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성격을 지닌 사람이 되었는지 그 과정이 무척 궁금한 영화입니다.

▲ <Slow West> 스틸컷

월드 드라마 부문의 심사위원대상은 <Slow West>가 받았습니다. 마이클 패스밴더가 출연하는 영화입니다. 19세기 초를 배경으로 주인공인 제이가 미국 서부를 여행하면서 겪는 에피소드에 대한 영화라고 합니다. 월드 다큐멘터리에서 대상을 수상한 영화는 <The Russian Woodpecker>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예술가인 페도르 알렉산드로비치가 어렸을 적에 겪은 체르노빌 사건을 시작으로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혁명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역사적 관계 등을 개인의 삶을 통해 추적한 영화입니다. 작년 한 해 세계의 우려를 낳았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 두 나라의 관계를 짚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의적절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선댄스 영화제는 특히 수상 부문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장편영화 부문의 수상작과 수상자를 소개합니다.

● 미국 드라마

1. 심사위원대상 - <Me and Earl & Dying Girl>

2. 관객상 - <Me and Earl & Dying Girl>

3. 감독상 - Robert Eggers, <The Witch>

4. 각본상 - Tim Talbott, <The Stanford Prison Experiment>

5. 촬영상 - Brandon Trost, <The Diary of a Teenage Girl>

6. 편집상 - Lee Haughen, <Dope>

7. 심사위원특별상 - Jacqueline Kim and Jennifer Phang, <Advantageous>

● 미국 다큐멘터리

1. 심사위원대상 - <The Wolfpack>

2. 관객상 - <Meru>

3. 감독상 - Matthew Heineman, <Cartel Land>

4. 촬영상 - Matthew Heineman and Matt Porwoll, <Cartel Land>

5. 심사위원특별상(Social Impact) - <3 1/2 Minutes>

6. 심사위원특별상(Verite Filmmaking) - <Western>

7. 심사위원특별상(Breakout First Feature) <(T)error>

● 월드 드라마

1. 심사위원대상 - <Slow West>

2. 관객상 - <Umrika>

3. 감독상 - Alante Kavaite, <The Summer of Sangaile>

4. 촬영상 - Germain McMicking, <Partisan>

5. 심사위원특별상 연기상 - Jack Reynor, <Glassland> / Regina Case and Camila Mardila, <The Second Mother>

● 월드 다큐멘터리

1. 심사위원대상 - <The Russian Woodpecker>

2. 관객상 - <Dark Horse>

3. 감독상 - Kim Longinotto, <Dreamcatcher>

4. 심사위원특별상(Unparalleled Access) - <The Chinese Mayor>

5. 심사위원특별상(Impact)- <Pervert Park>

6. 편집상 - Jim Scott, <How to Change the World>

많긴 많네요. 그리고 이번 폐막식은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 생중계 됐었습니다. 선댄스 영화제 공식 유뷰브 채널에 있는 영상을 공유합니다. 

● 선댄스 영화제 폐막식 전체영상


선댄스 영화제가 지난 1월 22일, 미국 유타주 시티파크에서 개막했습니다. 2월 1일(미국 현지시간)까지 열립니다. 장편 경쟁부문에 선정된 작품들은 총 56편입니다. '미국 드라마 경쟁' 16편, '미국 다큐멘터리 경쟁' 16편, '월드 드라마 경쟁' 12편, '월드 다큐멘터리 경쟁' 12편 등입니다.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작품들에 대해서는 지난번 글을 통해 프리뷰했습니다(제31회 선댄스 영화제 최종 라인업). 

이번 영화제에 선보일 영화들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어간 작품들이 많다는 해외매체의 평가입니다. 주로 종교, 인종차별, 성매매 또는 성폭행 등 논란을 불러일으킬 주제들말이죠. 이런 주제들을 다루면서 질문을 던지는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또 새로운 정책으로의 변화를 외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Intense' Sundance 2015 delves into religion, rape and racism). 

영화제의 정치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시선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댄스 영화제가 출범 때부터 지향했던 '독립'영화의 정신을 여전히 지켜가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박수 받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자본과 권력, 흥행으로부터 '독립'한 영화들이 다룰 수 없는 금기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기술적인 측면에서 주목할만한 것이 있는데요. 바로 가상현실을 활용한 영화들이 13편이나 상영된다는 사실입니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라는 장치를 통해서 구현하는 영화들은 '뉴프론티어' 부문에서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9년 동안 뉴프론티어 부문의 시니어 프로그래머를 맡고 있는 샤리 프릴롯은 "대단히 중요하고 깊이 있게 영화제작 환경의 변화를 이끌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고 인터뷰를 했군요(VR Films Are Going to Be All Over Sundance 2015).



내년 1월 22일부터 2월 1일까지 열리는 제31회 선댄스 영화제의 라인업이 모두 공개됐습니다. 이번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수는 장편 4,105편, 단편 8,061편 등 총 12,166편입니다. 미국 영화 2,016편이 출품됐고,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도 2,089편이 출품됐습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 118편의 장편 영화만이 선댄스 영화제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전 세계 독립영화의 인큐베이터답게 45명의 신인감독들의 영화들이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영화제의 장편 경쟁부문은 '미국 드라마(US Dramatic)', '미국 다큐멘터리(US Documentary)', '월드 드라마(World Dramatic)', '월드 다큐멘터리(World Documentary)'로 나뉩니다. 아래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페이지로 넘어갑니다. 영화제에서 소개한 글과 사진만으로 제가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봤습니다. 


미국 드라마(US Dramatic)

     ▲ 미국 드라마 부문 본선 경쟁작 <더 나은 선택 Advantageous(Director. Jennifer Phang)>의 스틸컷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소개한 내용만으로 보자면, 저는 <더 나은 선택 Advantageous>을 가장 보고 싶습니다. 사람들의 행복을 조절하는 기술이 상용화 된 가까운 미래에 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성실한 싱글맘으로 살던 주인공이 일자리를 잃어버리면서 겪는 일들이 주된 내용이라고 합니다.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요즘 개인적으로 자주 하게 돼서 더 보고 싶은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잭 블랙 주연의 '<D-트래인 The D Train>', 크리스틴 위그 주연의 '<The Diary of a Teenage Girl>', 가이 피어스 주연의 '<Results>', 치웨텔 에지오포와 크리스 파인 주연의 '<Z for Zachariah>'등이 경쟁을 펼칩니다.

 

● 미국 다큐멘터리(US Documentary)

      ▲ 미국 다큐멘터리 부문 본선 경쟁작 <Cartel Land(Director. Matthew Heineman)>의 스틸컷


미국 다큐 부문에선 <카르텔 랜드 Cartel Land>가 개인적으로 눈에 띄는데요. 미국과 멕시코 접경지역에서 벌어지는 마약 전쟁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멕시코 마약조직들의 집단살인은 올해뿐 아니라 오래전부터 국제뉴스에서 많이 나왔었습니다. 조직범죄가 만행하는 지역에서 인간은 삶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영화제 측에선 이 영화에 대해 국가와 주정부가 나와 내 가족을 지켜주지 못할 때, 나는 어떤 수단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그 대답을 들려준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고래의 멸종을 통해서 인간의 역할을 고민하는 <Racing Extinction>이나, FBI 요원의 일상과 대테러작전을 뒤쫓으며 감시국가로서 미국의 현재를 보여주는 <(T)ERROR>도 좋은 소재를 가진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합니다.


● 월드 드라마(World Dramatic)

      ▲ 월드 드라마 부문 본선 경쟁작 <Homesick(Director. Anne Sewitsky)>의 스틸컷


월드 드라마 부문에선 낯익은 배우들이 찍은 영화가 있습니다. 유괴 아동의 어머니 역할을 맡은 니콜 키드먼의 <Stragerland>, 미스터리한 여행자 역할을 맡은 마이클 파스밴더의 <Slow West>. 두 편 모두 좋아하는 배우들이라 관심이 가지만, 영화제의 소개글로만 보자면 저는 <Homesick>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영화는 여주인공이 병과 알콜중독에 빠진 부모를 떠나, 한번도 본 적 없는 배다른 오빠를 오슬로에서부터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둘이 서로 성적 매력에 빠져들면서 파멸로 이른다는 내용인데요. 막장입니다. 치정과 격정 멜로를 좋아하는 저의 드라마 취향에 딱 맞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감독이 안네 세비스키(Anne Sewitsky)라서입니다. 감독의 예전 영화인 <오 마이 갓 Oh, My God!>에서 성(sexuality)을 다루는 능숙하고도 익살스런 솜씨 때문에 잊어버리지 않고 있었던 이름입니다. 6년여가 지났기 때문에 지금은 좀 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질 않을까하는 기대가 크기도 하구요.


● 월드 다큐멘터리(World Documentary)

      ▲ 월드 다큐멘터리 부문 본선 경쟁작 <The Amina Profile(Director. Sophie Deraspe)>의 스틸컷


월드 다큐멘터리에서는 <The Amina Profile>이 가장 눈길을 끕니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유명 블로거 '아미나(Amina)'의 정체를 찾아가는 다큐입니다. 그녀는 [A Gay Girl in Damascus]라는 블로그에서 중동 정치와 종교, 섹슈얼리티에 대해서 거리낌 없는 포스팅을 올리며 많은 응원을 받던 블로거입니다. 그런데 시리아 사태가 벌어진 2011년 아미나가 납치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과연 그녀가 납치당한 건 사실일까요? 이 사건을 아는 사람도 이 다큐가 진실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기대케 합니다. 참고로 저는 이 실화의 스포일러를 알고 있습니다. 또한 월드 다큐멘터리 부문에서는 말론 브란도의 비공개 생전 모습들이 담긴 <Listen to Me Marlon>, 그린피스의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How To Change The World>, 아프리카 영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오스마에 셈베네(Ousmane Sembene) 감독에 대한 헌사인 <Sembene!> 등 다양한 다큐들이 본선에 올랐습니다. 



      ▲ 비공식 경쟁 부문인 'Premiere' 진출작 <서울 서칭 Seoul Searching(Director. Benson Lee)>의 스틸컷


한편 비공식 경쟁부문에 한국과 관련한 극영화가 포함됐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벤슨 리(Benson Lee) 감독이 만든 <서울 서칭 Seoul Searching>이 프리미어 부문에 올랐습니다. 벤슨 리 감독은 이미 1998년 <미스 먼데이 Miss Monday>로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 영화제에서 선 보일 <서울 서칭>은 1986년을 배경으로, 세계 각지에서 흩어져 살던 한인 청소년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여름 캠프에 참석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화제 전 부문에 오른 모든 영화들을 소개하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최종 라인업은 다음 링크를 가시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참고 : 선댄스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제31회 선댄스 영화제 전 부문 최종 라인업





미국 독립영화의 인큐베이터인 선댄스 영화제가 홍콩으로 영역을 넓히게 됐습니다. 미국 영화매체 [Variety]는 'Sundance Expanding to Hong Kong'이란 기사를 통해, 선댄스 영화제의 해외 영역확대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오는 9월 19일~21일, 26일~28일 2주간에 걸쳐 'The series Sundance Film Festival – Hong Kong Selects series'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홍콩에서 상영될 영화들은 선댄스 영화제 출품작들 중 8편을 엄선해 상영하게 됩니다. 프로그램은 8월 중순에 발표하고, 8월말부터 예매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선댄스 영화제는 오랫동안 유타 주 파크시티에서만 열렸습니다. 작년부터 파크시티를 벗어나 LA에서도 상영하기 시작했고, 올해 역시 8월 7일~10일까지 영화제 출품작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선댄스 협회(The Sundance Institute)측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 독립영화를 단순히 국내외로 소개하는 일을 넘어서 독립영화시장의 규모를 확장하기 위한 활동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세계적인 독립영화제라는 명성을 갖고 있고 뛰어난 감독과 작품을 발굴해왔지만, 미국내 시장은 여전히 헐리우드 영화들에게 밀리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선댄스 영화제 30주년이었던 작년에 LA 헐리우드에 영화제 출품작들을 선정해서 상영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선댄스 협회는 올해 홍콩 상영을 시작으로, 전세계적인 독립영화 확장 프로젝트에 들어간 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더 시그널 The Signal>이 7월 10일 개봉합니다. 

감독인 윌리엄 유뱅크(William Eubank)는 <러브 Love>라는 영화로 2011년 캐나다 판타지아 영화제에서 베스트 데뷔상과 혁신상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 역시 SF입니다. <더 시그널>은 감독의 두번째 장편입니다. 18살 때부터 연출을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주로 광고와 뮤직비디오 등을 찍은 경험이 많아서인지 <러브>의 영상미는 아주 좋았습니다. 예고편에서도 감각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몇몇 언론에선 이 영화를 통해 그를 제2의 크리스토퍼 놀란이라고 추켜세우기를 합니다만, 어느 정도인지는 사실 뚜껑을 열어봐야 압니다. 예고편에 낚인 게 한두번이 아니니까요. 더군다나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스탠리 큐브릭, 데이빗 린치, 대런 아르노브스키 등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더 시그널>에 대한 해외의 평은 별점 3점을 매길 정도로 열광적이진 않았습니다. 미국의 첫 언론 시사회에서 "인상적이긴 했지만 짜증나기도 했다"는 평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SF 장르에서 보여준 감독의 재능은 의심할 수 없다"며, "SF 전문가로서 차기작이 무엇이든 흥미로울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습니다. (참고: 로저 에버트 닷컴


영화가 뜨거울지 미지근할지, 이제 관객이 판단할 차례인 것 같습니다. 7월 10일 개봉 전에 시사회 이벤트가 있어서 해당 사이트를 링크합니다.


● 시사회 이벤트 응모 사이트 : 씨네 21 <더 시그널> 시사회 초대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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