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 씨네21


2014년 마지막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새로운 영화진흥위원장을 내정했습니다. 김의식 위원장은 작년 3월로 공식적인 임기가 끝났는데요. 후임자가 내정될 때까지 9개월간 임시로 위원장직을 계속해왔습니다. 미루고 미루다 12월 31일에야 임명한거죠. 왜 이렇게 미뤄진걸까요?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6월에 영진위의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두 명의 후보를 문체부에 추천했는데요. 7월에는 정성근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유진룡 전 장관이 면직되면서 결정이 미뤄지고 말았습니다. 8월에 취임한 김종덕 문체부 장관도 여전히 영진위 위원장을 임명하지 않았습니다. 영화제작가협회 등 영화관련 단체들은 두 후보를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반대 성명도 발표했죠. 그러자 문체부도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졌는지, 올해 안에는 결정하겠다는 발언을 계속해오면서도 임명을 차일피일 미뤄왔습니다. 임추위에서 공모와 재공모 등 4차례에 걸쳐 추천한 후보를 모두 '적임자가 아니다'라며 탈락시켰죠. 그러던 지난 24일, 임추위가 면접을 통해 두 명의 새로운 후보를 추천하게 됩니다. 서강대 영상대학원장 김학순 교수와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김세훈 교수입니다. 추천 일주일만인 31일에 김세훈 교수를 영진위원장으로 임명하게 됩니다. 


여기서 짚어볼 문제가 있습니다. 김세훈 교수는 국가미래연구원의 연구위원직을 겸임하고 있는데요. 국가미래연구원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 선거캠프의 씽크탱크 역할을 한 정책연구기관입니다. 영진위와 문체부의 인사에 미심쩍은 눈초리가 생겨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영화와 관련된 경력도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 UCLA에서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중앙대에서 영상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현재 한국애니메이션학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영화를 전공했다고는 하나 영화 현장과는 동떨어진 학계, 그것도 애니메이션 관련 학계에서 활동했던 경력 뿐입니다. 행정 경험조차 없는 위원장이 영진위의 현안을 해결해나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영화계 안팎에서도 이번 인사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영화감독협회와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는 지난 24일 김 교수의 영진위원장 임명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불공정 거래관행을 조장하거나 이념적으로 편행된 인사가 영진위원장에 임명되는 것을 결사 반대한다"고 말한거죠. 특히 한국영화감독협회 정진우 이사장은 "영화현장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거나 비중 없는 인물들이 영진위원장을 하겠다는 것은 영화계를 얕잡아보는 처사"라고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오마이뉴스] 영진위원장에 애니메이션교수 유력?).


신임 영진위원장이 한 신문과 인터뷰 했던 오늘자 기사를 봤는데요([한국경제] 한국영화 글로벌화 최대역점...중국과 합작프로젝트 구상). 영진위에서 추진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사업들을 되풀이 해서 말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아직 전체적인 그림도 서 있지 않은 모습입니다. 각론은 더욱 취약하겠죠. 영화계의 우려와 비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헤쳐나갈지, 영화계의 산적한 숙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벌써부터 염려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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