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감독 앨버트 메이슬리스(Albert Maysles)


미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앨버트 메이슬리스(Albert Maysles)가 지난 3월 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타계했습니다. 89세입니다. 올해까지도 연출과 촬영, 후반 작업을 하는 등 열정적으로 활동했었는데,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의 영화적 업적을 살펴보는 글로써 추모하고자 합니다.



1. 다큐멘터리의 대주교(The Dean of Documentaries)


앨버트 메이슬리스의 별명은 '다큐멘터리의 대주교(The Dean of Documentaries)’였습니다. 그는 TV 방영용으로 만든 것까지 포함해서 총 44편의 다큐멘터리를 감독했습니다. 1955년 <러시아 정신의학 Psychiatry in Russia>을 시작으로 2014년 <아이리스 Iris>에 이르기까지 그가 제작, 감독, 촬영한 다큐멘터리는 그대로 영화 역사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올해 <운송 중 In Transit>이라는 새로운 다큐멘터리의 후반 작업(post production) 중 영면에 들었습니다.

앨버트 메이슬리스가 다큐멘터리의 주교라고 불린 진정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는 동생 데이비드 메이슬리스와 함께 ‘다이렉트 시네마(direct cinema)’를 고안해 내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다이렉트 시네마는 동시대에 유럽에서 나타난 '시네마 베리테(cinéma vérité)'와 더불어 하나의 사조를 형성했고, 오늘날에는 스타일을 나타내는 영화적 기법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2. 다이렉트 시네마(Direct Cinema)


오른쪽이 앨버트 메이슬리스(Albert Maysles), 왼쪽은 동생 데이비드 메이슬리스(David Maysles)

다이렉트 시네마는 ‘관찰'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감독의 인위적인 개입이 없이 사건, 인물, 상황 등을 한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것이죠. 음악도 음향도 자막도 재연도 내레이션도 그 흔한 인터뷰도 없습니다. 당연히 내러티브도 거부합니다. 철저히 '관찰하는 카메라'를 통해, 연출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데올로기를 배격하고 오로지 현상을 전달하는데 집중합니다. 카메라에서 보여지는 현실을 판단하는 일은 전적으로 관객의 몫입니다.

이는 다이렉트 시네마가 가지는 강점이지만 한계가 되기도 합니다. 현실에 대한 개입이 없기 때문에, 촬영 중 폭력이나 범죄 등이 일어나도 그 상황에 직접적으로 뛰어들지 않는다는 것이죠. 따라서 다이렉트 시네마의 촬영, 감독 등은 윤리와 영화작업 사이에 윤리적 딜레마에 빠지기 쉽습니다. 

동시대에 발현한 ‘시네마 베리테’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 합니다. 감독은 카메라에 담는 모든 것들과 끝없이 소통하려고 하죠. 즉 감독은 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이로써 사건, 인물, 상황 등이 가지는 진실에 다가가려는 겁니다. 다이렉트 시네마가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영화’라면, 시네마 베리테는 현실에서 ‘영화적 진실’을 찾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영화들은 이렉트 시네마나 시네마 베리테 같은 기법을 통해 극적인 전개, 리얼리티 극대화 등 스타일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3. 앨버트 메이슬리스와 다이렉트 시네마의 걸작


 다큐멘터리 <김미 셀터 Gimme Shelter>의 스틸컷


다이렉트 시네마라는 앨버트 메이슬리스의 영화적 업적을 대변함은 물론 영화사적으로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김미 셀터 Gimme Shelter>와 <세일즈 맨 Salesman>입니다.

<김미 셀터>는 1969년 롤링 스톤즈(Rolling Stones)의 공연투어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죠. 롤링 스톤즈나 락 음악을 ‘빠는’ 수준의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영화는 69년 알타먼트 스피드웨이에서 있었던 롤링 스톤즈의 공연에 주목합니다. 그 공연에서 흑인 관객이 갱들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롤링 스톤즈 멤버들에게 보여줍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락 공연에서 벌어진 사건을 통해, 혼란과 난장에 빠진 1960년대를 부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겁니다.

<세일즈맨>은 실적이 저조한 방문판매원 폴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그들은 성경을 팔기 위해 사람들과 기싸움을 벌입니다. 성경조차 판매의 대상이 되는 자본주의 속성에 대해, 세일즈맨의 외로움과 실적에 쫓기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이러한 영화들을 만들면서, 앨버트 메이슬리스는 관찰하고 그대로 보여주기라는 다이렉트 시네마의 신념을 지켜갔습니다. 그리고 현실에 가장 가까이 닿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습니다. 비단 영화적 업적뿐 아니라 아흔을 앞둔 나이에도 영화 만들기에 열정을 쏟은 거장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입니다.


사진출처 : IMDB



▲ <브로크백 마운틴>과 <색, 계>로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안 감독


이안 감독이 <라이프 오브 파이 Life of Pi> 후속으로 연출하는 영화와 주연배우 캐스팅 소식입니다. 작년 하반기쯤 이안 감독의 후속작에 대한 소식이 나오긴 했었는데요. 당시 유니버셜이 제작하는 3D 복싱 영화가 유력했었습니다. 그런데 제작비 문제로 복싱 영화는 뒤로 미뤘다고 합니다. 이안 감독은 대신 선택한 영화는 바로 이것입니다. 



1. 어떤 영화인가?


▲ <Billy Lynn's Long Halftime Walk> 책 표지


이안 감독이 연출할 영화는 <Billy Lynn's Long Halftime Walk>입니다. 벤 파운틴(Ben Fountain)의 동명소설이 원작입니다. 소설은 텍사스를 배경으로, 이라크 전쟁에서 돌아온 병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알 안사카르(Al-Ansakar)' 전투에서 살아남은 주인공 빌리 린과 7명의 병사들은 이라크 전쟁영웅으로 귀환하게 됩니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마련한 '빅토리 투어(Victory tour)'를 다닙니다. 빅토리 투어는 전쟁의 정당성을 위해 정부가 기획한 일종의 이벤트입니다. 빌리 빈과 생존자 7명은 추수감사절에 벌어진 댈러스 카우보이스의 미식축구 경기에 게스트로 초대받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이들이 겪은 이라크 전쟁의 실체가 밝혀지는 거죠.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따랐던 감독의 전작들을 염두했을 때, 이번 영화를 전쟁영화라는 장르로 구분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쟁 신(scene)은 나오겠지만, 영화가 주목하는 것은 전쟁과 전쟁 이후에 인간이 겪는 삶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작품들에서 이안 감독은 인간에 대한 통찰, 관계에 대한 갈망, 탁월한 심리묘사, 미장센 등을 보여왔기에 이번 영화도 매우매우 기대되는 게 사실입니다. 아울러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사이몬 뷰포이가 각색을 맡았다고 하네요.



2. 주연배우들은?


▲ 파격적으로 캐스팅 된 무명신인 조 알윈(Joe Alwyn) 


지난 2월 중국 연예매체인 [시나연]은 이 영화의 주연에 무명의 배우가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1991년 영국태생의 신인 조 알윈(Joe Alwyn)이 행운의 주인공입니다. 이안 감독은 주연배우 섭외를 위해 세계 여러나라의 배우들을 만나서 오디션을 치렀다고 합니다. 엄청난 경쟁의 결과, 주연인 빌리 린 역을 따낸 조 알윈은 영화매체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불행히도 이 배우에 대한 정보가 전무하다고 합니다. 알려진 사실은 주로 연극무대에서 활약하던 배우라는 것, 셰익스피어의 '뜻대로 하세요', '맥베스' 등에서 연기를 했다는 것 뿐입니다. 정말 '생초짜'인거죠.


▲ <온 더 로드 On the Road>에서 주연으로 출연한 가렛 헤드룬드(Garrett Hedlund)


그리고 3월 6일(현지시간) [버라이어티 Variety]는 조 알윈과 함께 가렛 헤드룬드(Garrett Hedlund)가 공동 주연으로 합류하게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86년 미국에서 태어난 이 배우는 <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온 더 로드 On the Road> 등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했었습니다. 특히 올해 개봉한 <언브로큰 Unbroken>에서 주연급인 '존 피츠제럴드' 역을 맡았었구요. 무엇보다 커스틴 던스트의 전 남친으로 보다 더 잘 알려져 있죠. 



3. 영화의 일정은?


올 4월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주조연급 캐스팅과 스태프 구성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보아 일정에 맞출 수 있겠네요. 촬영은 미국 아틀랜타에서 이뤄진다고 합니다. 



● 사진출처 : IMDB, 아마존닷컴




처음으로 소개할 감독은 러시아 감독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Andrei Zvyagintsev)입니다. 최근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감독으로, 오랜 침체기에 있던 러시아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소위 러시아 영화라고 하면, 몽타주 기법이나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같은 세계영화사 책에나 나오는 몇몇 키워드 말고는 떠오르는게 없습니다. 하지만 즈비아긴체프의 영화들이 서구권의 세계적 영화제들에 초청되면서 러시아 영화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습니다. 


즈비아긴체프 감독은 1964년에 러시아 시베리아 지구 노보시비르스크(Novosibirsk) 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원래는 연기를 전공했던 사람입니다. 노보시비르스크 극예술학교에서 러시아 극예술 아카데미(Russian Academy of Theatre Arts)까지 그의 전공은 연기학이었습니다.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1992년부터 영화와 연극을 오가며 본격적으로 배우활동을 했습니다. 주로 단역이었습니다. 그러던 2000년 REN TV의 TV 시리즈 <검은 방 The Black Room>의 에피소드 세 편(부시도, 망각, 선택)을 연출하면서 전공을 바꾸게 됩니다.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건 그 후 3년이 지난 2003년이었습니다. <리턴 Return>이 바로 즈비아긴체프의 첫번째 장편영화입니다. 그는 장편 데뷔작 한편으로 그해에만 제60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및 미래의 사자상(Lion of Future), 제16회 유럽영화상 유럽영화아카데미 신인상, 제1회 자그레브 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합니다. 베니스영화제 측은 <리턴>에 대해 "사랑과 상실과 성장을 다룬 우아한 영화"라고 평가했습니다. 대박이 난 뒤 그의 두번째 영화 <추방 The Banishment>이 2007년 칸 영화제에 초청됐고, 황금종려상 후보로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주연인 콘스탄틴 라브로넨코(Konstantin Lavronenko)가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2011년 세번째 장편인 <엘레나 Elena>로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Un Certain Regard)' 부문에 다시 초청받은 그는,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는데 이르렀습니다. 올해에는 감독의 네번째 장편 <리바이어던 Leviathan>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됐고 각색상을 받았습니다. 데뷔 11년 동안 단 네편의 장편영화로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큰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제 수상경력이 좋은 영화, 좋은 감독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잣대는 아닙니다. 그래서도 안 되구요. 하지만 영화가 지니는 예술적 가치가 평가받고,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영화를 발견하는 수단으로서 영화제와 영화제 수상의 의미가 있을 겁니다.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영화는 전자의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음은 물론 존재조차 희미했던 러시아 영화에 대한 관심을 일으켰으니까요. 최근작인 <리바이어던>에 대한 언론들의 평가 역시 지나치게(?) 높았습니다. 영국의 [가디언]은 "홉스와 체호프와 성경을 뒤섞어 놓았고, 놀라운 영상미와 함께 대단히 아름다운 균형미를 선보인다"며 침이 마를 정도로 격찬을 했습니다.(Cannes 2014 review: Leviathan - a new Russian masterpiece) 분명한 건 헐리우드 영화에 잠식당한 러시아 영화계에서 그가 서있는 위치입니다. 그의 영화는 과거 러시아 영화의 특징인 실험적 형식들과 리얼리즘 전통을 계승하면서, 러시아를 넘어 인간 존재라는 보편적인 질문으로까지 확장하고 있습니다. 에이젠슈타인, 타르코프스키는 물론 비탈리 카네프스키를 잇는 '러시아 영화의 새로운 장인'으로 거듭날지는 아직 지켜볼 일입니다.


저는 어떻게 어떻게 해서 <엘레나>까지는 봤는데, <리바이어던>이 국내에 상영될 지는 모르겠네요. 꼭 보고 싶은 데 말이지요. 이제껏 네 편의 장편영화 밖에 없지만, 러시아 영화의 현재이자 미래로 평가받는 즈비아긴체프가 만들 영화들과 만들어갈 영화세계가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영화세계에 대해서는 추후 [감독론]에 포스팅하겠습니다.


▶ 사진 출처 및 자료참고 :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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