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어제(1일)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25일부터 일주일간 총 57편의 영화가 경쟁했는데요. 올해 역시 대상은 없었습니다. 대상의 경우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되기 때문에 선정 자체가 까다롭습니다. 지금까지 대상 수상작은 <재능있는 소년 이준섭>(02, 신재인 감독), <남매의 집>(09, 조성희 감독), <숲>(12, 엄태화 감독) 등 딱 세 편 뿐입니다. 

영화제 폐막식에서는 각 장르별로 최우수 작품상을 발표하는데요. 대상과 함께 부문별 최우수 작품상 수상은 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장르별 수상작들을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 비정성시 - <좁은 길> 손민영 감독


좁은 방에 함께 사는 수철과 영호. 영화는 가난한 두 청춘의 이야기입니다. 한명은 택배배달을, 한명은 대리운전을 하며 사는데요. 그들 각자에게 사건이 벌어집니다. 자살과 실직에 내몰리는 두 젊음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송효정(영화평론가)은 이 영화를 영화판 ‘운수좋은 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설렁탕 한 그릇과 같은 따뜻한 보람이나, 성냥팔이 소녀가 켠 찰나의 불꽃 같은 미혹적 환상조차 없”는 “어둡고 좁은 길에 서 있다”는 오늘날의 청춘에 관한 영화라고 말했습니다.


●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 <님의 침묵> 이정민 감독


사내연애 중인 여자 선배 선우와 남자 후배 대윤. 사건은 대윤이 죽게 되면서 일어납니다. 바로 대윤에게 약혼녀가 있었다는 사실. 진실을 알게 된 선우는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에게 난 무엇이었을까? 그의 진심은 무엇일까?

박영석(미쟝센 단편영화제 프로그래머)은 남녀 간의 사랑의 속성과 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감정의 조건들을 드러내는 영화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관계를 형성하는 조건이 완전히 바뀌었을 때 예전의 감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여성(선우)의 시선으로 섬세하고 정교하게 그려냈다고 평가했군요.



● 희극지왕 - <옆구르기> 안주영 감독


영화는 사춘기 소녀 정은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소녀의 감정과 일상을 관조하듯, 하지만 섬세하게 바라봅니다. 옆구르기 연습을 하다 다리를 다친 정은처럼, 그 시절 ‘삐끗’했던 경험을 통과해온 모든 이들에게 잔잔한 웃음을 선사하는 작품이라고 하네요(씨네 21, 한국 신예감독들의 현재).

정지욱(영화평론가) 또한 "사춘기, 성장, 이성애, 짝사랑 등 대한민국 중딩이 겪는 모든 것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있군요. "마지막까지 우리는 중딩 소녀 김정은을 응원하며 영화의 마지막 한 장면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습니다.


● 절대악몽 - <엠보이> 김효정 감독


빈 아파트에서 사마귀를 키우며 사는 소년에겐 세 가지 비밀이 있습니다. 엄마를 알지 못하는 것, 한 소녀의 눈을 마주보고 싶은 것, 마지막으로 이상한 존재로 변해가는 것. 카프카의 <변신>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차별과 폭력을 당하는 주인공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들추고 있다는 점은 평가받을만 합니다.

이 영화에 대해 김고운(미쟝센 단편영화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은 "야만적 세계에 맞서기 위한 도구로서의 폭력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를 명백하게 드러내”면서, “단 한줄기 희망도 없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공포스럽지만 폭력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디스토피아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 4만번의 구타 - <야누스> 김성환 감독


눈길에서 사람을 친 두 남녀다. 사건 처리를 두고서 남녀는 의견 차이를 보입니다. 신고를 하자는 여자, 그런 그녀를 윽박지르는 남자. 영화는 끝없는 범죄행각에 종지부를 찍을 한 여자의 결단의 순간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화정(영화저널리스트)은 "가장 미니멀한 장치로 인물들의 급박한 상황과 스릴감 넘치는 심리를 전달하려는 실험적 형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메르스의 영향 때문인지, 매년 90%를 넘던 좌석 점유율이 올해는 81%로 하락했습니다.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극장과 IPTV 등에서 상영하는 수입의 전액을 상영 감독들에게 배분하는 유일한 영화제인데요. 나홍진, 이수진, 윤종빈, 강진아 등 현재 한국영화계의 중요한 감독들이 이런 혜택과 함께 발전해왔습니다. 내년에는 보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제를 찾길 바라봅니다. 



● 제14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수상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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